<벗을 노래하는 시 모음> 정연복의 '그리운 벗에게' 외 + 그리운 벗에게 꼭 얼굴을 마주 대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운 눈빛과 눈빛 주고받지 않아도 좋다 술잔을 다정히 부딪치지 않아도 괜찮다. 전화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변함없는 신뢰와 우정 맘속으로 언제든지 생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인생살이 외로움 서로 달래줄 수 있다. 바쁜 세상살이에 한동안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도 기쁜 일 궂은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가슴속에 뜨는 별 벗이여 보고 싶은 너의 얼굴이여. + 아름다운 벗을 노래함 하늘같이 맑고 황소처럼 순한 눈빛 땅같이 온유하고 졸졸 시냇물처럼 명랑한 입 남의 말을 경청하는 큼직한 나뭇잎 모양의 두 귀 산같이 푸근하고 편안하며 강물처럼 느긋한 태도 자유로운 바람의 영혼과 이따금 번뜩이는 별빛 지혜. 자연 닮은 이 모든 좋은 것들 안팎으로 골고루 갖추어 늘 주변을 밝고 즐겁게 하고 스스로도 행복이 넘치는 아름다운 사람 오, 나의 사랑하는 벗이여. + 동그란 벗에게 얼굴도 동글 마음 씀씀이도 동글 어디 하나 모난 구석이라고는 없는 너의 모습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덩달아 동그래지는 느낌이구나. 지상에서 한세월 걸어가는 일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매사에 안달하는 법 없이 모든 것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슬픔도 괴로움도 삶의 빛나는 보석으로 여기며 하루하루 멋지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너. 너의 존재는 말없이 한줄기 빛이요 세상 한 모퉁이 환히 밝히는 태양인 것을 너는 아는가 나의 사랑하는 벗이여. + 동그라미 내 친구 내 친구는 얼굴이 동그랗다 해바라기같이 태양이나 보름달같이 동글동글한 모습이 언제 보아도 참 정답다. 생각하는 것도 마음 씀씀이까지도 어디 하나 모난 구석 없이 마냥 순하고 너그럽다 어지신 예수님 같고 부처님 가운데토막 같다. 그래서 내 친구가 있는 곳마다 좋은 일이 많이 생긴다 도란도란 얘기꽃 까르르 웃음꽃 진실과 우정의 참 향기 좋은 꽃이 핀다. + 벗의 기도 제 생이 쓸쓸한 날에도 산 같은 벗 하나 곁에 있습니다. 벗의 생이 쓸쓸한 날에 저도 그런 벗이 되게 하소서. + 벗을 생각하는 기도 저에게 세월 가도 변치 않는 참 좋은 벗을 주셨으니 감사합니다 벗이 곁에 없었다면 저는 벌써 쓰러졌을 것입니다. 제가 기쁠 때 함께 기뻐해 주고 제가 슬플 때 같이 슬퍼하는 벗이야말로 가장 귀한 존재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보물입니다. 허물이 많은 저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주고 품어주는 벗 저의 장점과 가능성을 칭찬하고 북돋아주는 벗 불안과 걱정이 서린 제 눈에 다정히 눈맞춤 해주는 벗 지쳐 맥없이 무너지려 할 때 따뜻한 어깨로 버팀목을 해주는 벗 아무래도 벗은 당신께서 제 곁에 보내주신 천사 시시때때로 흔들리는 연약한 제 생명의 수호신입니다. 오, 주님!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벗들에게서 거저 받은 귀한 것들 값으로는 따질 수 없는 참된 우정의 선물들을 잊지 않게 하소서 제가 이 땅에서 눈감는 그 날까지 그것들을 맘속에 보물로 간직하게 하소서 제 자신도 벗들에게 진실한 우정을 베풀게 하소서 제가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 벗들에게 아낌없이 주게 하소서.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