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노래 시 모음> 정연복의 '사랑의 손' 외
+ 사랑의 손
사랑하는 두 사람이
다정히 포갠 손
아름답다
눈부시게 아름답다.
행복에 겨운
그 두 개의 손
언제까지나
헤어지지 않기를!
+ 사랑의 천국
죽어서 저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해도 좋다
지상에 머무는 동안
사랑의 나라에 살고 싶다.
광활한 우주 속
한 점 먼지 같은 존재이지만
사랑으로 빛나는
먼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랑은
크기로 따질 수 없는 것
사랑은
진실함으로 헤아리는 것.
티끌같이 깨알같이 작은
사랑의 진실을 차곡차곡 쌓아
내 가슴속에
사랑의 천국을 짓고 싶다.
+ 사랑의 난로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난로
사랑이
불붙은 가슴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추운 난로
사랑이
꺼진 가슴입니다.
지금 당신의 난로는
어떤 상태입니까
따습게 켜져 있습니까
싸늘히 꺼져 있습니까.
+ 가만한 사랑
밤이슬 맞은 꽃잎에게
가만히 와 닿는 따스한 햇살같이
외로움에 젖은 이들의 가슴에
가만히 내려앉는 포근한 달빛같이
어둔 밤바다에 떠 있는 배에게
가만히 눈짓하는 고마운 별빛같이
나는 너의 슬픔과 외로움
너의 쓸쓸한 방황
너의 모든 괴로움과 아픔 곁에
가만가만 함께 있고 싶다.
+ 공기와 사랑
공기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공기가 없으면
생명이 살아갈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이 없으면
사람은 살아갈 수 없습니다.
사랑이 없이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고 믿는 것은
공기가 없이도
숨쉴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순전한 착각이며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 먼지와 사랑
먼지 하나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있으면서도 없는 듯
참 작디작다.
흐르는 세월 속에
하나 둘 쌓여
비로소 먼지는
자신의 '있음'을 드러낸다.
어쩌면 사랑하는 일도
먼지와 같은 것
맨 처음에는
눈에 보이지도 않다가
오랜 세월이 지나고서야
그 '있음'이 점차 드러난다.
시작할 때는
먼지같이 작지만
먼지가 쌓이듯
차츰차츰 커지는
사랑이 가슴속에 있는 사람은
참 행복한 사람이다.
+ 사랑한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좋다
목숨까지 바치는
거창한 일은 아니어도 된다
세상의 어느 외로운 사람에게
가만히 어깨 품 내주고
슬픈 마음 토닥이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
내가 손수건 되어
눈물 한 방울 쓱 닦아주는 것
사람들끼리의 사랑이란
이렇게 작은 일인지도 모른다.
+ 지금 이 순간의 사랑
영원히 사랑한다고
우리들은 가끔 말합니다
하지만 사람에게
영원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삶에서 죽음까지의
시간이 허락될 뿐입니다
그 시간마저도
바람같이 빨리 흘러갑니다.
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죽음이 우리 둘을 갈라놓을
때가 날로 가깝습니다
죽는 날까지 사랑한다 해도
그 사랑은 결코 길지 못합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당신을 사랑해야겠습니다.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