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깊은 뜻을 묵상하는 시 모음> 소설가 박경리의 '세상을 만드신 당신께' 외
+ 세상을 만드신 당신께
당신께서는 언제나
바늘구멍만큼 열어주셨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았겠습니까
이제는 안 되겠다
싶었을 때도 당신이 열어주실
틈새를 믿었습니다
달콤하게
어리광부리는 마음으로
어쩌면 나는
늘 행복했는지
행복했을 것입니다
목마르지 않게
천수(天水)를 주시던 당신
삶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박경리·소설가, 1926-2008)
+ 믿음이란
믿음이란
시간에 대한 나의 생각이 주님 생각과 일치하지 않을 때에도
하나님이 시간의 주인이심을 인정하는 것.
믿음이란
내가 아무리 많이 하나님을 체험했다고 해도
그것이 매일 매일의 교제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면
영적 성장에는 한치의 도움도 안 됨을 아는 것.
믿음이란
내 방법을 끝까지 고집하기보다
나의 종 됨을 인정하는 것.
믿음이란
나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가
인간의 능력이 아닌 기적을 토대로 일어나며,
나의 선함이 아닌 그분의 약속에 기초하여
일어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믿음이란
설명되지 않는 것들을
설명되지 않은 채로 받아들이며 사는 것.
믿음이란
불확실한 세상에 살면서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길을 걸으며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을지라도
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확신하는 것.
믿음이란
스테인드글래스의 신비로움이나
종교적 집기들의 성스러움을 통해서가 아니라,
고난과 실망과 환멸과 갈등과 낙담과 실패와 손해를 통해
무르익어 가는 것.
믿음이란
뭔가 특별해지고 싶을 때는
일상의 것들을 하나님이 내게 주신
최고의 것들이라 인정해 보는 것.
믿음이란
과거의 상처가 흉터로 남아 매일매일 눈에 띄더라도
하나님께서 그런 상처들을 통해
내 삶을 향한 그분의 완전한 계획을 이루어 가심을 바라보는 것.
믿음이란
이미 하나님의 손에 맡겨 놓은 사안에 대해
다시 자기 힘으로 어떻게 해 보려는 유혹이 들 때
그것을 과감히 뿌리치는 것.
(작자 미상)
+ 예수 믿기
예수를 믿는다는 건
그분 말씀에 내 삶을 싣는 것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그 음성, 그 빛을 향해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야하는 것.
예수를 믿는다는 건
벼랑 끝에서도
독수리 날개 하나 바라고 나를 내던지는 것
그리하여
불확실한 미래를
오늘, 지금 살아야 하는 것.
그것은 늘 두렵고 진저리 나는 일이다
그것은 늘 불안하고 막막한 일이다.
(조희선·시인)
+ 믿음의 흙
제비는 진흙을 이겨
집을 짓는다.
진흙이 무엇을
뜻하는 것임을 모르고
알을 까기 위하여 그것을 이겨
집을 짓는 맹목적인 슬기
진흙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누가 알랴,
그것을 이겨 눈에 바르고
보냄을 받은 실로암의 연못에서
씻음으로 장님은 눈을 뜬다.
심령의 눈 먼 자여
영혼의 장님이여
안다는 그것으로 눈이 멀고
보인다는 그것으로 보지 못하는
우린 아집 속에서 진흙을 이겨
눈에 바르게 하라.
진흙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제비는 둥우리를 마련하여
알을 까는 믿음.
진흙을 이겨 눈에 바르고
보냄을 받은 실로암의
연못에서 눈을 씻자.
(박목월·시인, 1916-1978)
+ 믿음은
살려고 발버둥치면 버둥댈수록
깊이깊이 가라앉아 버리고
죽어도 좋다 편안히 내어맡기면
생각도 못한 힘이
등허리를 밀어올리고
이 무슨 권능의 부력이뇨.
은혜의 강물 속을 헤엄치면서
물의 부력보다 몇천 갑절 더한
창조의 부력을
송두리째 생명까지 내어던지고서야
비로소 나타내어주심을
믿음이란 기실
수영 연습 같사오만
늘 죽을 것만 같아서 믿지를 못하고
한 세상 그렇게 염려만 하다가
그리는 님 하나 가지지 못한 세상
너를 한번쯤 던져볼 일이다.
눈 딱 감고 맡겨볼 일이다.
그리고 순종할 일이다.
(김소엽·시인)
+ 신앙의 모습
때로 신앙은 경건해 보인다.
때로 신앙은 죽어가듯이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 신앙은 의심쩍어 보일 때도 있고,
심지어 절망에 빠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들은
같은 산의 다양한 봉우리들의 모습과 같다.
(발터 반게린)
+ 내 눈을 감겨 주십시오
내 눈을 감겨 주십시오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아 주십시오
나는 당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을지라도
나는 당신 곁에 갈 수 있습니다.
또한 입이 없어도
나는 당신에게 애원할 수 있습니다.
내 팔을 꺾어 주십시오
나는 당신을 마음으로 더듬어 품을 수 있습니다.
내 심장을 멈추어 주십시오
나의 뇌가 맥박칠 것입니다.
만일 나의 뇌에 불이라도 사른다면
나는 나의 피로써 당신을 운반할 것입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신앙고백의 노래
내가 나팔을 불지 못하도록
당신은 나의 두 입술에 구멍을 뚫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의 손가락들이 피아노를 연주할 것입니다.
당신은 피아노 뚜껑으로
내 손가락들을 으깨어 놓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나의 발가락들이
까딱거리는 것을 가로막지는 못합니다.
당신의 나의 발가락들이 까딱거리지 못하도록
나의 두 발을 짓밟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의 심장이
4분의 4박자로 계속 뛸 것입니다.
당신은 심지어는 나의 심장이
똑딱거리지 못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성도(聖徒)들의 음악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윌리엄 카터)
+ 참새와 백합
두 마리 참새가
벌거벗은 나무에서
둥지와 아기 새들에 대해서
정답게 속삭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순간, 나는 잃었던 믿음을 되찾았습니다.
새들도 미래의 가정에 대하여
도란도란 즐겁게 얘기를 나누는데,
나의 필요를 채워 주시는
아버지의 사랑을 어찌 의심할 수 있을까요.
진흙더미 속에서 피어난
예쁜 백합 한 송이를 보았습니다.
순간, 더없이 화려했던 솔로몬의 영광이
내 맘에 떠올랐습니다.
우리를 이 모든 것보다 훨씬 더 귀히 여기신다는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내 영혼이 날개를 치며
주님을 찾아 솟아올랐습니다.
나는 영혼의 비단옷을 입고
생명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루이스 A. 보일)
+ 믿음의 끈을 놓지 마세요
무엇을 위해
믿음을 버리는 겁니까!
밝은 태양 아래 있는 사람들은
믿음을 선택적으로 가질 수 있지만,
저와 같이 슬픔의 그늘 아래 있는 사람은
반드시 믿어야 합니다.
믿음마저 없다면 정말 우리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필립 얀시·미국 소설가)
+ 내 생에 가장 잘한 일
사랑하는 나의 주님
내 인생에서 돈이나 세상 명예보다 중요한 것은
주님을 믿고 의지하는 일입니다.
주님
주님을 믿는 일이 내 생에 가장 잘한 일이며
내 생애 최고의 일입니다.
주님
제 인생을 구원하신 일만으로도
영광 받으시고 찬미 받으셔야 마땅합니다.
주여,
사랑합니다.
주님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가슴 벅찬 일이지만,
언제나 당신이 너무 좋습니다.
주여,
감사합니다. 그리고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인)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