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시인 정연복의 그리움의 시 모음> '그리움의 풍경' 외 + 그리움의 풍경 나의 그리움에도 풍경은 있다 며칠 새 주룩주룩 그리움의 눈물이더니 오늘은 온 세상이 환한 그리움의 햇살 나의 그리움은 불변이지만 그리움의 모습은 시시각각 변화한다 고운 햇살 아래 나의 그리움은 따스하다 햇살 같은 미소를 빙그레 지으시는 님 지저귀는 새소리 들으며 나의 그리움은 명랑하다 발랄한 재잘거림으로 나를 다정히 위로하시는 님 라일락꽃 그늘 아래 나의 그리움은 향기롭다 실바람 타고 오는 내 님의 향긋한 내음 지는 꽃잎을 보며 나의 그리움은 눈물겹다 우리의 사랑도 세월 가면 그렇게 질까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 들으며 나의 그리움은 슬픔에 잠긴다 이 밤도 수없이 피고 지는 보고픈 님의 모습 나의 그리움은 불변이지만 그리움의 얼굴은 다채롭다 + 목련꽃 그늘 아래 봄날의 햇살 따사로운 목련꽃 그늘 아래 허름한 나무 벤치에 다정히 마주앉은 한 쌍의 젊은 연인을 보았습니다 그저 둘이 함께 마주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모습인 두 사람은 지금 무슨 밀어(密語)를 속삭이고 있을까 사랑의 마음을 가득 담아 포개어진 두 손으로 두 사람 사이에 말없이 오갈 사랑의 느낌은 얼마나 깊고 깊을까 아! 나도 저 모습 그대로 목련꽃 그늘 아래 님과 함께 오순도순 마주앉을 그 날은 언제일까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님의 모습 그리며 가던 걸음 살며시 멈추고 뒤돌아보니 목련꽃 그늘 아래 허름한 나무 벤치에는 정답게 마주앉은 한 쌍의 연인이 있습니다 + 님 있는 그리움 봄의 들판 연보랏빛 제비꽃의 아담한 포근함이나 노랑 개나리꽃의 수줍은 어여쁨으로 님의 모습 내 맘속에 몇 번이나 떠올랐다 지워져야 하루해가 저물까 꽃들은 한철을 살다 가지만 님 향한 내 그리움은 하루에도 수없이 피고 진다 그리움도 하나의 병(病)인지라 이미 야윈 이 몸 그리움으로 더욱 야위어 갈 테지만 님 없는 그리움의 고독한 열병으로 안달을 떨기는 싫어 님 있는 그리움의 더욱 지독한 열병으로 내 모든 생명이 스러지고 싶어라 한나절은 그럭저럭 견딜 만도 하건만 꽃잎처럼 석양이 지고 어둠이 내리면 아! 이 맘 어쩌면 좋아 님 향한 그리움 꽃잎처럼 피어나네 + 봄날은 간다 꽃잎 바람에 나부끼며 봄날은 간다 님 향한 내 그리움은 끝이 없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아득한 세월 너머 아, 나의 그리움에도 끝이 있으면 좋으련만 님 향한 내 그리움에는 종착역이 없다 지는 꽃잎에 님의 모습 아롱지며 봄날은 간다 + 봄비 하얀 목련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날 봄비 보슬보슬 오고 있어요 님 계신 그 곳에도 봄비가 내리고 있을까? 님도 저 꽃잎 바라보며 말없이 눈물짓고 계실까? 님 그리며 우체국 가는 길에 뻥튀기 할아버지가 뿌리신 과자 부스러기를 행복으로 쪼아먹는 비둘기 두 마리 부럽기도 하여라! 지금은 나 홀로 외롭게 걷는 이 길을 님이랑 나랑 비둘기처럼 정답게 함께 걸을 그 날은 언제나 오려나 다만 님의 모습 하나 내 마음에 고이 간직하는 것 말고는 나 세상에 바라는 것 하나 없는데 내 마음에 그리움의 우표를 붙여 저 구름의 우체부에게 띄워 보내면 님은 이 마음 알아 주실까 창 밖에는 보슬보슬 봄비 내 마음에는 주룩주룩 그리움의 소낙비 + 가을날의 풍경 산들바람에 연지 곤지 화장을 한 잎새들 수줍은 듯 하늘하늘 춤추고 하늘에는 조가비 껍질 닮은 구름이 해변처럼 펼쳐지고 따스한 햇살 살며시 다가와 은빛으로 부서지는 창문 너머 저 야트막한 산은 평화로이 오수(午睡)를 즐기는데 가만히 눈감으면 두둥실 떠오르는 한 사람 오! 당신의 얼굴 + 그리움 둘이 만나 고운 사랑이 되자 뜨겁게 불타던 해 뉘엿뉘엿 서편에 지고 흰 구름 둥실둥실 흐르는 하늘 저편 당신이 계실 텐데, 이 작은 가슴 터지는 그리움을 어이할까 그래, 내 그리움 저 구름에 실어 솔솔 부는 바람을 타고 당신 계신 곳까지 당신 만날 때까지 두둥실 날아갈까 당신 향한 그리움과 하늘 저편에서 날 기다리고 계실 또 하나의 그리움이 다정히 만나 무엇이 될까 사랑이 될까 그래, 그리움 둘이 만나 예쁜 사랑이 되자 그리움 둘이 만나 고운 사랑이 되자 세상 끝날까지의 뜨거운 포옹이 되자 + 그리움을 마시다 님을 만나 나 님에게 흠뻑 취하였어요 님을 만난 그날 그 순간부터 나의 일상의 밥은 그리움 하루 세 끼니를 꼬박 그리움으로 채워요 그리움으로 내 몸이야 살며시 야위어 가더라도 그리움으로 내 정신은 더욱 초롱초롱 깨어 있어요 삼라만상이 고요히 잠든 지금 이 시각에도 님 향한 내 그리움은 졸음을 몰라요 + 그리운 님 어제도 그립던 님 오늘도 그립습니다 아침에도 그립던 님 저녁에도 그립습니다 눈 감으면 떠오르는 내 님의 모습 눈 떠도 그 모습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님 향한 그리움은 나의 운명 자나깨나 오로지 님 생각밖에 없습니다 님이 계시길래 나도 있으니 더러는 힘겨운 그리움일지라도 내게는 차라리 축복입니다 그리운 님이여 바로 지금 내 맘에 오셔요 오셔서 내 맘을 가득 채워 주셔요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나의 일편단심 사랑에 님이여 싱긋 미소지어 주셔요 나 님이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으니 + 그리움 그리움은 나의 형벌 나를 사랑의 무기수로 꽁꽁 엮어 맨 당신이 오늘밤 너무 미워요 * 정연복(鄭然福) : 1957년 서울 출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