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에 손을 넣지 말라고
엄마 늘 야단치시지만,
어느 날 정말 내가
소매만 주머니에 넣고 들어간다면,
아마도 엄만 깜짝 놀라
당장 까무러치기라도 하실 거야!
그리고 눈물을 뚝뚝 떨구시며
애걸복걸하실 거야!
제발 주머니에 손을 넣어도 좋으니
당장 손을 도로 찾아오라고…
(문삼석·아동문학가, 1941-)
+ 마당 쓸기
아침에 일어나서
마당을 쓸었다.
풀도 엄청 많았다.
이놈의 감나무가
감꽃을 자꾸자꾸 떨어뜨린다.
하나 둘 떨어질 때마다
화가 난다.
내가 어릴 때
나는 장난감 어질고
엄마는 장난감 치우던 일이 생각난다.
그때 엄마 기분을
이제 좀 알겠다.
(김영훈·아동문학가)
+ 엄마 생각
집에 돌아오면 반갑게 웃는
엄마가 생각납니다.
집에 아무도 없으면
엄마가 생각납니다.
울 때에도
엄마가 생각납니다.
그 수많은 엄마 생각 중에
제일 엄마가 생각날 때는
엄마가 없을 때입니다.
(정은희)
+ 어머니의 등
어머니 등은
잠밭입니다.
졸음 겨운 아기가
등에 업히면
어머니 온 마음은
잠이 되어
아기의 눈 속에서
일어섭니다.
어머니 등은
꿈밭입니다.
어느새
아기가
꿈밭길에 노닐면
어머니 온 마음은
꿈이 되어
아기의 눈 속으로 달려갑니다.
아기 마음도
어머니 눈 속으로 달려갑니다.
(하청호·아동문학가)
+ 엄마
며칠만 있으면
온다고 했지.
울지 않고
기다리면
꼭 온다고 했지.
고아원 앞
골목길
내다보고
또 내다봐도
온다던 엄마
오지 않고
햇살만 하얗게
달려온다.
(김애란·아동문학가)
+ 고 맛있는 걸
도토리
보록하게
볼때기에 넣어
집으로 달려가는
엄마 다람쥐
고 맛있는 걸
안 먹고.
간식으로 받은
빵 한 개를
가방에 넣어
집으로 달려오는
우리 엄마
고 맛있는 걸
안 먹고.
(안영선·아동문학가)
+ 나도 모르게
힘든 아빠 돕겠다고
며칠 전부터
일 나가기 시작한 엄마.
학교에서 돌아와
문을 힘껏 열어젖히며
나도 모르게
"엄마!"
큰소리로 불렀어요.
'응, 잘 갔다 왔어. 우리 강아지?'
늘 반겨 주던 엄마 목소리
들릴 것만 같은데
'엄마!'
어느 틈에
또 나오려는 소리
꾸욱 집어놓고
"준영아!"
먼저 온 동생 이름
크게 불렀습니다.
(오지연·아동문학가, 제주도 출생)
+ 엄마
누가 종이에
'엄마'라고 쓴
낙서만 보아도
그냥 좋다
내 엄마가 생각난다
누가 큰 소리로
'엄마!' 하고
부르는 소리만 들어도
그냥 좋다
그의 엄마가
내 엄마 같다
엄마 없는 세상은
생각만 해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플 때
제일 먼저 불러보는 엄마
엄마를 부르면
일단 살 것 같다
엄마는
병을 고치는 의사
어디서나
미움도 사랑으로
바꾸어놓는 요술 천사
자꾸자꾸 그리워해도
그리움이 남아 있는
나의
우리의 영원한 애인
엄마
(이해인·수녀, 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