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가 오순택의 똥 시 모음> '똥구멍이 벌름벌름' 외 + 똥구멍이 벌름벌름 소가 걸어가면서 똥을 눕니다. 김이 모락모락 난 동그란 호빵 같은 똥을 눕니다. 똥구멍이 벌름벌름 거립니다. (오순택·아동문학가, 1942-) + 뽀꼼 열려요 엄마가 아기 똥꼬를 들여다봐요. 꼭 나비가 꽃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아요. 똥꼬가 뽀꼼 열려요. 튜브에서 치약이 나오듯 똥이 나와요. + 똥 한 덩이를 위한 소묘 아기가 변기에 앉아 있다. 똑- 똥 한 덩이 떨어지는 소리. 아기 얼굴에 꽃이 핀다. 엄마가 똥 냄새를 맡아본다. 젖내가 난다. 엄마 얼굴에 웃음이 핀다. + 강아지 똥 골목길에서 강아지가 엉거주춤 똥을 눕니다. 할머니가 목줄을 잡아당깁니다. 목줄이 팽팽해집니다. 미안한지 강아지가 할머니를 멀뚱히 쳐다봅니다. "강아지가 똥을 싸요." 지나가던 아이가 엄마에게 이릅니다. 겸연쩍은 듯 할머니는 강아지 똥을 얼른 신문지로 치웁니다. + 아기 염소가 웃는 까닭 꽁지 몽땅한 새가 날아가면서 싼 똥. 노란 민들레 꽃잎에 똑- 떨어졌다. 민들레가 화들짝 놀란다. 새순을 뜯어먹고 있던 아기 염소가 까르르 웃는다. + 염소 풀을 뜯어먹은 염소가 까만 똥을 쌌어요. 까만 염소니까 까만 똥을 쌌나 봐요. + 달팽이 풀잎에 맺힌 이슬 핥아먹고 봉숭아 씨 같은 똥을 눈다. 똥에선 풀꽃 향내 난다. + 별똥별 별이 똥을 누고 있다. 아이들이 잠든 깜깜한 밤에 눈을 깜박이며 지구에다 똥을 누고 있다. + 애기똥풀꽃 다람쥐가 들추고 간 마른 풀섶 사이 애기똥풀꽃 핀다. 노오란 작은 꽃잎이 꼬옥 애기 똥 같아 붙여진 이름 애기똥풀꽃. 가만히 들여다보면 애기 똥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누구 하나 보아주지 않은 보잘것없는 꽃. 애기똥풀꽃. 오늘은 바람이 꽃잎을 들춰본다. + 꽃씨·1 벌레똥 같은 까아만 꽃씨 한 개. 흙 속에 꼬옥꼬옥 몸 숨기고 초록 연한 새싹 하나 찾아낸다. 그렇구나! 작아도 제 할 일을 해내는구나. + 모자가 되고 싶은 신발 신발이 터벅터벅 걸어가다가 보았단다. 모자를 쓰고 콩콩콩 앙감질로 뛰어가는 아이를 보았단다. 아이의 모자는 나비 같았단다. '모자가 될 수는 없을까?' 신발은 곰곰이 생각했단다. 그때 꽁지 몽땅한 새가 날아가면서 뿌직-, 하고 싼 똥이 아이의 모자에 뚝 떨어졌단다. 아니야, 아니야. 신발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뛰어갔단다.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