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에 관한 시 모음> 오순택의 '똥 한 덩이를 위한 소묘' 외 + 똥 한 덩이를 위한 소묘 아기가 변기에 앉아 있다. 똑- 똥 한 덩이 떨어지는 소리. 아기 얼굴에 꽃이 핀다. 엄마가 똥 냄새를 맡아본다. 젖내가 난다. 엄마 얼굴에 웃음이 핀다. (오순택·아동문학가, 1942-) + 새 똥 몇 점 바람이 분다, 마른 명아주들이 일제히 흔들린다 바람이 공중에 쓰는 상형문자들이 옆으로 기운다 김환기화백이 붓끝으로 점을 쿡, 쿡 찍는다 하늘엔 별 땅엔 새똥 (장석주·시인, 1954-) + 어머나 할머니 어렸을 땐 똥이 곧 황금이었단다 호박에 똥을 주고 개도 똥을 먹었단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금 같은 똥 어디에 쓸까 어디에 쓸까 고민하던 할머니가 벽에 똥칠을 하고 있다 (신천희·승려 시인) + 강아지 똥 강아지 사 온 날 엄마와 약속했다, 강아지 똥은 내가 치우기로. 강아지 똥 치워 보니 알겠다, 오줌똥 못 가리던 나를 이만큼 키워 주신 엄마의 고마움을. 꼬리를 흔들며 나만 따라다닌다. 강아지 키워 보니 알겠다, 나를 우리 강아지라고 부르는 할머니 마음까지도 (정세기·아동문학가, 1961-2006) + 염소 염소똥은 콩 같지요. 그래서 아이들이 점심시간에 콩을 싸 오면 염소똥이라고 하지요. 나는 콩 싸 온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아이들이 염소똥이라고 놀리니까요. 그래도 콩을 누는 염소 나도 그 염소를 가지고 싶어요. (경북 봉화 서벽 초등학교 3년 김창호, 1983.12) + 엿 장수 똥구멍은 엿 장수 똥구멍은 찐득찐득 참기름 장수 똥구멍은 매끈매끈 두부 장수 똥구멍은 뭉실뭉실 소금 장수 똥구멍은 짭잘짭잘 옹기 장수 똥구멍은 반질반질 (전래동요) + 똥 누고 가는 새 물들어가는 앞산바라기 하며 마루에 앉아 있노라니 날아가던 새 한 마리 마당에 똥을 싸며 지나갔다. 무슨 그리 급한 일이 있나 처음엔 웃고 말았는데 허허 웃고만 말았는데. 이리저리 구르는 돌들 주워 쌓아 울타리 된 곳을 이제껏 당신 마당이라 여겼건만 오늘에야 다시 보니 산언덕 한 모퉁이에 지나지 않았다. 떠나는 곳 미처 물을 틈도 없이 지나가는 자리마저 지워버리고 가버린 새 금 그을 줄 모르고 사는 그 새. (임길택·시인, 1952-1997) + 문답법을 버리다 산에 와서 문답법을 버리다 나무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 구름을 조용히 쳐다보는 것 그렇게 길을 가는 것 이제는 이것뿐 여기 들면 말은 똥이다 (이성선·시인, 1941-2001)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