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산이 공중목욕탕처럼
색색의 거품으로 부글거리고 있어.
(정현정·아동문학가, 1959-)
+ 나무 물 먹는 소리
나무 물 마시는 소리 들었다!
에이, 거짓말.
'숲 체험' 하러 가서
나무둥치에 청진기를 댔더니
꾸르륵 꾸르륵 했어.
나무가 물 먹는 소리로
들
렸
어.
물 마시고 하늘 높이 걸어가는
나무의 발자국 소리와도 같았어.
목말라 칭얼대는
나뭇잎
꽃잎
열매들
달래주러 가는.
(신새별·아동문학가, 1969-)
+ 아낌없이 주는 나무들
여름 가뭄 때
물 한 통이라도 준 일 있니?
아―니요
비바람 몰아 칠 때
한번이라도 지켜 준 일 있니?
아―니요
그래도 가을 되니
가져가라고
예쁜 열매 아낌없이 떨어뜨리는
밤나무, 대추나무, 도토리나무…….
(권오삼·아동문학가, 1943-)
+ 은행나무
가만히
은행나무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주
노래진다
꼭
노란 은행나무가
내 안에
들어온 것처럼
환하다
환하다
(이안·아동문학가)
+ 은행나무 아래
은행나무 아래는
친구 기다리기 딱 좋아요.
친구 생각하며
팔로 은행나무 껴안아 보기도 하고
은행나무 그늘에 앉아
친구 이름
바닥에 쓰기도 하고
친구에게 주려고
노란 은행잎
한 잎 두 잎 줍기도 하고
(이준관·아동문학가)
+ 나무들이
나무들이
뚝딱뚝딱 망치질을 한다.
초록빛 바람 쉬어 가라고
두 다리 토당거리며
노래를 부르고
재재갈 재재갈
맘껏 떠들다 가라고
의자를 만든다.
순한 빗방울도 앉았다 가고
목빛 고운 새들도
머물다 가라고
나무들이
작은 의자를 만든다.
참 많이도 만든다.
(손광세·아동문학가, 1945-)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돌아보면 나무는 꼼짝도 않는데
언제 컸을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돌아보면 나무는 꼼짝도 않는데
언제 꽃 피웠을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돌아보면 나무는 꼼짝도 않는데
언제 열매 맺었을까?
나도 그렇게 컸다는데
(이병승·아동문학가)
+ 겨울 나무
겨울 숲에 서면
기도하는 나무를 본다.
잎새의 반짝이는 몸짓도
떠나 보내고
온갖 풀벌레들의 재잘거림도
비워 버리고
떠나간 모든 것들을 위해
외곬로만 우러러 기도하는
어머니 같은 나무를 본다.
어쩌다
별빛 고운 날이면
흔적만 남은 아이들의 눈망울을
별들 속에 헤아리고
이제 모든 것을 주어 버리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어머니 같은 나무를 본다.
이 겨울
혼자서 북풍을 맞고 서서
기도로 지새우는
은혜로 선 겨울 어머니를 본다.
(하청호·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