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에 관한 동시 모음> 심온의 시 '숨쉬는 돌' 외 + 숨쉬는 돌 붉은 무당벌레 한 마리 돌멩이를 가슴에 끌어안고 숨을 쉽니다. 함께 숨을 쉽니다. 아무데나 던지지 마세요 돌멩이도 숨을 쉬고 있으니. (심온·아동문학가) + 징검돌 처음부터 제자리를 찾은 건 아니었어 물 속에서 이리저리 흔들렸지 센 물살이 다가올 때 넘어질 것 같아 눈이 아찔했지 내 등을 밟고 간 수많은 발자국 많이 아팠지만 그렇게 흔들리면서 자리를 잡았지 이젠 거친 물살, 거친 발걸음에도 끄덕하지 않아 가만 들어봐 내 곁에서 들리는 흐르는 물소리 (배산영·아동문학가) + 조약돌 수천 년을 갈고 닦고도 조약돌은 아직도 물 속에 있다 아직도 조약돌은 스스로가 부족해서 물 속에서 몸을 씻고 있다 스스로를 닦고 있다 (이무일·아동문학가) + 조약돌 강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떠나 온 고향 이야기에 밤새는 줄 모른다. 서로가 서로를 닮은 형제들 어쩌면 고렇게도 다정할까. 해맑은 햇살로 세수하고 물새 울음도 가슴에 차곡차곡 새겨 두는 아이들 헤어지지 말자고 손을 꼭 잡고 별을 보며 꿈을 꽃피우는 오순도순 그리운 친구들. (진호섭·아동문학가) + 냇돌 가재를 품어 주고 물고기도 숨겨 주고, 징검돌도 되어 주고 빨랫돌도 되어 주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냇물 속에 엎드려서 모두를 위해 주는 참으로 고마운 돌. (김종상·아동문학가) + 탑 모난 돌 금간 돌 손을 든 돌 돌이 돌을 무동 타고 서 있다 비 맞고 바람 맞고 눈 맞으며 함께 나이를 먹는 돌 밀어내지 않고 투덜대지 않고 꽉 끌어안고 돌이 돌을 무동 타고 서 있다 그 앞에서 사람들이 고개를 숙인다. (조영수·아동문학가) + 돌멩이와 바위 조잘조잘조잘 시냇물이 재미있게 얘기할 수 있는 건 들쑥날쑥 돌멩이들이 있기 때문이죠 철썩철썩 쏴 쏴 파도가 신나게 수다 떨 수 있는 건 끝까지 들어주는 바위가 있기 때문이죠 (안오일·아동문학가) + 돌 줍기 예쁜 돌을 주워보자. 작은 손 안에 쏘옥 들어오는 작은 돌 맨들맨들 윤이 나는 돌 동네 한 바퀴 돌면 주울 수 있을까. 들꽃 향기를 기억하는 돌 동네 두 바퀴를 돌면 주울 수 있을까. 파도 소리 묻어 있는 돌 물새 발자국 묻어 있는 돌 동네 세 바퀴를 돌면 주울 수 있을까. 눈 동그랗게 뜬 겁먹은 돌 하나 울먹울먹 동네 한 바퀴 돌아 주웠네. 자동차 바퀴에 깔린 걸 기억하는 돌 전철 굉음에 귀먹은 돌 동네 두 바퀴 돌아 주웠네. 콘크리트 벽에 박힌 돌 매연에 찌든 돌 동네 세 바퀴 돌아 주웠네. (한계령·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