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관한 동시 모음> 이해인의 '바다 일기' 외 + 바다 일기 늘 푸르게 살라 한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내 굽은 마음을 곧게 흰 모래를 밟으며 내 굳은 마음을 부드럽게 바위를 바라보며 내 약한 마음을 든든하게 그리고 파도처럼 출렁이는 마음 갈매기처럼 춤추는 마음 늘 기쁘게 살라 한다. (이해인·수녀, 1945-) + 매미네 마을 매미는 소리로 집을 짓는다. 머물 때 펼치고 떠날 때 거두는 천막 같은 집 매미들은 소리로 마을을 이룬다. 참매미, 쓰름매미, 말매미 모여 온 여름 들고나며 마을을 이룬다. 여름에는 사람도 매미네 마을에 산다. (정현정·아동문학가, 1959-) + 약수터 가는 길 약수터 가는 길, 푸른 숲속 길. 매미소리를 이고 갑니다. 매미소리를 안고 갑니다. 매미소리를 밟고 갑니다. 매미소리를 끌고 갑니다. 푸른 숲속 길, 약수터 가는 길. (한명순·아동문학가) + 초여름 하늘과 산이 손잡고 초록 손수건 흔들고 있네요 강과 들판이 어깨 기대고 초록 꿈을 키우고 있네요 새들과 바람이 입 맞추고 보리밭에서 춤추며 사랑을 노래하네요 (조용원·아동문학가) + 여름 해는 활활 매미는 맴맴 참새는 짹짹 까치는 깍깍 나뭇잎은 팔랑팔랑 개미는 뻘뻘 꿀벌은 붕붕 모두모두 바쁜데 구름만 느릿느릿 (권오삼·아동문학가, 1943-) + 여름 산 위에 오르면 내 생각이 산처럼 커진다 바다에 나가면 내 가슴이 바다처럼 열린다 파아란 산 위에서 바다에서 내 키가 자란다. 내 생각이 자란다. (이상현·아동문학가) + 여름 냇가 꼴 먹이러 소 끌고 나간 냇가 모래밭엔 여름이 햇살과 뒹굴고 있었다. 아이들은 와- 와- 소리치며 금빛 목욕을 하고 한 뼘이나 더 처진 무게로 머리를 감는 더위 먹은 갯버들 그늘 밑 소 한 마리 끔벅이며 더위를 되삭임할 때면 한 움큼씩 햇살을 주워 담는 사과나무 주렁주렁 여름이 열린다. (송남선·아동문학가) + 여름 여름은 이른 물놀이에 파래지는 아이들 입술로 찾아들구요. 여름은 귀신 이야기에 오싹하는 아이의 등줄기로 지나가구요. 여름은 파랗게 채워지던 아이들의 도화지 위에 남겨지구요. 여름은 뒷마당을 채우는 귀뚜라미의 노래를 들으며 떠나갑니다. (김현·아동문학가) + 여름 낮 꽃들이 덥다고 "아이, 더워!" 졸라대니까 나비가 펄럭펄럭 부채질해요. 새들이 덥다고 "아이, 더워!" 졸라대니까 나뭇잎이 살랑살랑 부채질해요. (서정숙·그림책 평론가) + 미루나무 그늘 땡볕 따가운 날 미루나무 그늘 품속에 아기가 자고 있다 고추밭에 엄마는 보이지 않고 서쪽으로 바삐 가는 해님 차마 미루나무 그늘은 잠든 아기 곁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매미가 자지러지게 엄마를 부르고 있다. (하청호·아동문학가) + 모기향 퍼런 사과 껍질을 깎아 놓았다. 모기는 배가 아프다고 방바닥에 뒹군다. 나방은 두드러기가 나 가렵다고 날개를 부빈다. 오호, 덜 익은 풋사과를 먹었지 배탈이야 배탈 잘 됐지 뭐 선생님이 열 번은 말했을 걸 헤헤헤 껍질의 냄새만 맡고도 참지 못하는 너. 너, 너 배운 것도 죄 까먹는 너. 너. 너 (안영훈·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