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 관한 동시 모음> 엄기원의 '좋은 이름' 외 + 좋은 이름 '아버지' 그 이름만으로도 우리 가족에겐 하늘이다. 우리는 날개를 펴고 마음대로 날 수 있는 새들이다. '어머니' 그 이름만으로도 우리 가족에겐 보금자리다. 우리는 날개를 접고 포근히 잠들 수 있는 새들이다. (엄기원·아동문학가, 1937-) + 닳지 않는 손 날마다 논밭에서 일하는 아버지, 어머니 손. 무슨 물건이든 쓰면 쓸수록 닳고 작아지는 법인데 일하는 손은 왜 닳지 않을까요? 나무로 만든 숟가락과 젓가락도 닳고 쇠로 만든 괭이와 호미도 닳는데 일하는 손은 왜 닳지 않을까요? 나무보다 쇠보다 강한 아버지, 어머니 손. (서정홍·아동문학가, 1958-) + 고무신 두 짝처럼 아버지 밥상 펴시면 어머니 밥 푸시고 아버지 밥상 치우시면 어머니 설거지하시고 아버지 괭이 들고 나가시면 어머니 호미 들고 나가시고 아버지가 산밭에 옥수수 심자 하면 옥수수 심고 어머니가 골짝밭에 감자 심자 하면 감자 심고 고무신 두 짝처럼 나란히 나가셨다가 나란히 돌아오시는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서정홍·아동문학가, 1958-) + 해같이 달같이만 어머니라는 이름은 누가 지어냈는지 모르겠어요. "어…머…니…" 하고 불러 보면 금시로 따스해 오는 내 마음. 아버지라는 이름은 누가 지어냈는지 모르겠어요. "아…버…지" 하고 불러 보면 "오오-" 하고 들려 오는 듯 목소리. 참말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이름들. 바위도 오래 되면 깎여지는데 해같이 달같이 오랠 엄마 아빠의 이름. (이주홍·소설가이며 아동문학가, 1906-1987) + 비 미술 시간에 갑자기 천둥이 치고 번개도 친다. 비를 퍼붓는 것 같다. 지금쯤이면 우리 부모님은 하우스에서 물 퍼낸다고 바쁘겠지. 동생이 어디 있을지도 걱정이다. 비가 오래 안 와 다행이다. (최호철·아동문학가) + 아빠 엄마 싸움 일요일 아침에 엄마 아빠가 대판 싸움을 했다. 내 성적 때문에 싸움을 했다. 아빠는 엄마 보고 고래고래 뭘 했냐고 고함을 지르고 엄마는 부엌에서 왜 나에게만 잘못했다 떠넘기느냐고 악다구니를 한다. 나는 내 방에서 꼼짝 못하고 기가 질려 가슴이 쿵닥쿵닥 뛰었다. (박돈목·아동문학가) + 예솔아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 "예." 하고 달려가면 "너 말구 네 아범."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 "예." 하고 달려가면 "너 아니고 네 엄마. " 아버지를 어머니를 "예솔아" 하고 부르는 건 내 이름 어디에 엄마와 아빠가 들어 계시기 때문일 거야. (김원석·아동문학가, 194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