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 관한 동시 모음> 이묘신의 '흙님' 외 + 흙님 할머니가 옥상에다 고추 모종 심던 날 흙 구하기 힘들다며 속상해하셨다 시골 가면 밟히는 게 흙인데 흙 구하기도 힘들다며 뒷집 화단을 넘겨다보셨다 - 흙 필요하면 퍼다 쓰세요 뒷집 아줌마 소리에 얼른 흙을 담아 오시며 할머니가 소리치셨다 - 흙님 모셔왔다 (이묘신·아동문학가) + 흙 풀씨가 들어와 앉으면 풀씨네 집이 되고, 고욤나무 뿌리 내리면 고욤나무네 집이 되고, 땅강아지가 들어가 살면 땅강아지네 집이 되고, 두더지가 파고 들어가면 두더지네 땅굴이 된다. (정현정·아동문학가, 1959-) + 풀씨를 위해 봄 하늘 구름은 빨리 봄비가 되고 싶다. 땅 속 촉촉이 젖어들고 싶다. 바위 틈 촉촉이 스며들고 싶다. 흙 속 여기저기 묻힌 바윗돌 이 틈 저 틈 끼인 지금 막 눈 뜰 이름 모르는 풀씨를 위해. (이창건·아동문학가, 1951-) + 가물 때 땅은 빗방울을 다 받으려고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방울방울 다 받으려고. 산골에는 도랑을 마을에는 시내를 들에는 강을 넓디넓은 바다까지 다 열어 놓고. 그 큰 땅이 자그마한 빗방울을 다 받으려고 고기들 입까지 오물거리게 한다. (박두순·아동문학가) + 흙 한 줌 아무렇게나 버려진 흙 한 줌 제비가 물고 가서 제비집 만드는데 쓰고 아기가 가져가서 흙구슬 만드는데 쓰고 하나님이 보시고는 새싹 하나 기르신다. (전영관·아동문학가) + 흙 한 줌 김칫거리로 사 온 배추 무 파 뿌리에 묻어 온 흙내음 짙은 검은 흙 한 줌 할머니는 흙을 털어 모아 베란다 꽃분에 나눈다. 목숨 키워낸 소중한 흙 한 줌 할머니 마음을 배운다. (유경환·아동문학가) + 씨앗 품기 옛날, 아주 먼 옛날 곡식이나 풀이나 제멋대로 나서 제멋대로 질 때에 땅은 힘들었겠다. 그 많은 씨앗 알아서 한꺼번에 품어주기 품은 그 씨앗 눈뜰 때 미리 알아 잠 깨워 주기. 농부가 그걸 알고 계절에 맞는 씨앗 가려 두었다가 흙의 품에 안겨 주었지. 아가를 재우듯 흙 속에 다독여 묻고 그 긴 겨울날의 꿈을 푸르게 엮으라 했지. (민현숙·아동문학가) + 땅 봄, 여름, 가을, 겨울 싹틔우고, 꽃피우고 열매 맺고, 떠나보내고 땀 흘려 보살피고 몸과 맘 나눠주고 허리 굽은 어머니 어머니처럼 늘 엎드려 디딤돌 되어 준다 아무 말 않는다. (최향·아동문학가) + 흙 흙은 너무 지쳐서 겨우내 잠을 잔다. 북풍이 몰아쳐도 곤하게 잠을 잔다. 살갗은 얼어도 품 속 개구리알 씨앗들을 제 체온으로 다독인다. 잠 속에서도 다독이는 건 흙의 버릇이다. 실뿌리 하나라도 감기 들까 걱정이다. 입춘 무렵 흙은 잠이 깨어도 자는 척 누워 있다. 품 속 어린것들 선잠 깰까 봐. (최춘해·아동문학가) + 흙에 생명을 주는 주인공 또르륵 또르륵 한 여름밤 고요 속에 풀밭에서 아주 작으나 청량하고 또렷한 소리 그러나 그 소리가 이젠 점점 사라져 간다 그리고 흙의 생명도 잃어간다. 농약과 제초제가 주범이다. 흙이 살아야 인간도 살텐데... 지렁이의 걱정이다. (조춘구·시인)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