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끊자마자
교문까지 헐레벌떡 달려오는
우리 엄마처럼
전화 받은 하느님
고마운 단비
주룩주룩 내려주시나 보다.
(박선미·아동문학가)
+ 꽃씨 한 개
생각해 보았니?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처음 만드실 적에
꽃씨도 꼭 한 개씩만
만드셨단다.
채송화 꽃씨도 한 개
해바라기 꽃씨도 한 개
맨드라미 꽃씨도 한 개
그런데 보아라
세상에 얼마나 많은
채송화 꽃씨가 있고
해바라기 꽃씨가 있고
맨드라미 꽃씨가 있는지.
꽃씨 한 개가 싹트고 자라고 퍼져서
이토록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들고 있구나.
(김구연·아동문학가)
+ 새의 악기
새는
하느님이 만든 악기입니다.
그 악기가 소리를 내면
우리의 귀는 깨어납니다.
새는
이 세상에서
가장 고운 목소리로
저희들끼리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합니다.
새가 노래를 하면
풀잎들은
살랑살랑 바람을 만들고
꽃잎은 떨어져
포올포올 편지가 됩니다.
새는
하느님이 만든
가장 고운 악기입니다.
(오순택·아동문학가, 1942-)
+ 눈 온 날
버스 정류장에
헌 옷 입은 아저씨가
빈 깡통 앞에 놓고 졸고 있다.
사람들은 못 본 척
버스를 탄다.
하느님은 아까부터
내려다보고 있었나보다.
싸락눈을
빈 깡통에 담아주고 있다.
(오순택·아동문학가, 1942-)
+ 별
밤마다 책을 읽는
풀벌레들의 등불이 되어 주었다고
하느님이 날마다
달님에게 착한 표를 주었다.
달님은
하느님께 받은 착한 표를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밤하늘 이곳 저곳
반짝반짝 붙여 놓았다.
(강현호·아동문학가)
+ 자연 인터넷
숲은
자연의 인터넷
햇살은
투명 마우스
나무는
하느님의 저장 파일
하느님이
햇살 마우스로
목련나무 파일을 누르면
목련 나무는
하얀 목련꽃
저장 파일을 연다.
(정갑숙·아동문학가)
+ 나무 나이테
올해도
한 곳에서 한눈팔지 않고
새에게, 다람쥐에게
벌레에게, 개미에게
바람에게, 나그네에게
열심히 베풀며 살았다고
하느님께서 나무에게
작년보다 큰 동그라미
하나를 그려 주셨다
(권창순·아동문학가, 1961-)
+ 나무들도 걸었을 거야
맨 처음엔 나무들도 걸었을 거야.
뚜벅뚜벅 산길을 걸어 올라가던 나무,
마을길을 걸어가던 나무,
냇가를 걸어가던 나무에게 어느 날 선생님 같은 하나님이
"제자리 섯!"
호루라기를 불자 나무들은 모두 제자리에 멈춰 섰을 거야.
걷기만 하지 말고 주변을 살펴보라고 말야.
그래서 집 없는 새들에게 둥지를 틀 자리를 마련해 주고,
온종일 서 있는 허수아비에게 손도 흔들어 주고,
땀 흘리며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에게 그늘도 만들어 주고 있지.
또 언제 하나님이 "앞으로 갓!" 호루라기를 불면 나무들은 모두
다시 걸어갈 거야.
도와 줄 일을 찾아 주변을 이리저리 살피면서 말야.
(전영관·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