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마음에 관한 동시 모음> 오순택의 '징검돌' 외 + 징검돌 개울을 건널 때 등을 내어 준 돌이 아파할까 봐 나는 가만가만 밟고 갔어요. (오순택·아동문학가, 1942-) + 꽃 . 잎 잎이 다칠까봐 위에서 피는 꽃 꽃이 다칠까봐 아래에 놓인 잎 그래서 예쁜 꽃 . 잎이구나 (한귀복·아동문학가) + 그건 너지 누가 느낄까 네 개의 귀를 활짝 펴서 무어든 덮어주는 보자기의 고운 마음을 누가 배울까 네 개의 귀를 꽁꽁 묶어 누구든 감싸주는 보자기의 귀한 마음을 (홍우희·아동문학가) + 덩이 흙덩이, 복덩이, 햇덩이 달덩이, 돌덩이, 메주덩이 눈덩이, 얼음덩이, 불덩이 똥덩이, 소금덩이, 황금덩이 모두 작은 덩이로 이루어졌지만 하는 일은 다 다르다. 나는 총소리 울리는 저 바다 건너 배고픈 아이들 배를 불리는 빵 한 덩이 되고 싶다 (박예분·아동문학가, 전북 임실 출생) + 수재민 어깨에 떨어지는 빗방울 하나도 너무 무겁다. 머리에 떨어지는 빗방울 하나도 너무 아프다. (박두순·아동문학가) + 둘이는 똑같이 신발주머니에 들어간 신발은 미안했어요. 흙이 묻어서...... "괜찮아. 주인을 위해 일했잖아?" 신발주머니는 신발을 꼭 안아 주었어요. 둘이는 똑같이 흙투성이가 되었어요. (이혜영·아동문학가) + 그 병실에서 달리기하는 아이 산책하는 아이 병실 창문으로 부러운 듯 내려다보던 그 길을 혼자 걸어봅니다. 걸으면서 내가 내려다보던 그 병실 창문을 올려다봅니다. 지금도 누군가 그 병실 창문으로 나를 부러운 듯 내려다보고 있겠지요. 병실로 달려가 그 아이 손을 꼬옥 잡아주고 싶습니다. (전영관·아동문학가) + 누가 훔쳐갔음 좋겠다 한 대학생 누나 너무 배고파 메추리알, 우유, 김치, 핫바 6,650원어치 훔쳤다고 한다. 설 때도 고향집에 아무도 없는 누나 누나의 가난을 누가 훔쳐갔음 좋겠다. 누나의 슬픔을 누가 훔쳐갔음 좋겠다. (이화주·교육자이며 아동문학가) + 더 주고 싶어 퐁퐁 샘솟는 옹달샘 마냥 마냥 주고도 모자란 마음. 풋고추를 빨갛게 풋사과를 빨갛게 익혀 놓고도 해님은 서산마루에서 머뭇머뭇 마냥 주고도 더 주고 싶어. (김재용·아동문학가) + 어린 고기들 꽁꽁 얼음 밑 어린 고기들. 해님도 달님도 한번 못 보고, 겨울 동안 얼마나 갑갑스럴까? 꽁꽁 얼음 밑 어린 고기들. 뭣들 하고 노는지 보고 싶구나. 빨리빨리 따순 봄 찾아오거라. (권태응·시인, 1918-1951) + 세탁소집 아저씨 키가 작아요 걸음이 서툴러요 다림질할 때는 온몸이 흔들려요 팔도 다리도 웃고 있어요. 저녁이면 바느질하던 아내가 탄 휠체어를 밀고 집으로 가요 아저씨가 웃어요 눈도 입도 눈썹도 웃어요 아저씨 가슴에는 웃음이 세들어 살고 있나봐요 (정현정·아동문학가, 1959-) + 텔레비전 속의 아프리카 물을 얻기 위해 40킬로를 걸어가야 한다면 물 한 컵 마시기 위해 일주일을 기다려야 한다면 수돗물 틀어 놓고 이 닦진 않을 거야. 거품 벅벅대며 머리 감진 않을 거야. 정말 내가 아프리카 케냐의 아이라면 수많은 꿈 제쳐 두고 비 되고 싶을 거야. 메마른 물동이마다 그득그득 채우고 강과 호수에 넘실거리는 비. (유은경·아동문학가) + 동전 한 닢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길바닥에 버려진 동전 한 닢 조심스럽게 주워 들었습니다. 흙 속에 묻혀 삭아들지 않고 발바닥에 밟혀 누그러들지 않고 차바퀴에 깔려 오그라들지 않고 길바닥에 버려진 동전 한 닢 정성껏 닦고 닦아 빛을 냈습니다. 따스한 손바닥에 꼬옥 쥐고 밟히고 깔려 멍이 들었을 아픔을 감싸주었습니다. (허형만·시인, 1945-) + 돌멩이 한 개 학교 갔다 오던 길에 돌멩이 한 개를 발로 찼다. 돌멩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찻길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그렇지만 언젠가 내 짝꿍이 내게 준 고 작은 조약돌처럼 자꾸 마음에 걸린다. -혹시 차에 치이지는 않을까? -누군가 멀리 던져버리지는 않을까? 무심코 차버린 돌멩이 하나가 이렇게 내 마음을 빼앗아 갈 줄이야. 어둠이 내리는 방안에 나는 내 스스로 나를 가두어 놓고 있다. (노원호·아동문학가) + 참 잘 했어요 '김밥천국', 세탁소, 25시 편의점 나란히 줄 선 상가 모서리에 폐지 줍는 할아버지 손수레 세워 놓고 쪼그리고 앉았어요. 손에는 호호 때늦은 점심 컵라면 "할아버지, 이거랑 같이 드세요." 옷 수선 맡기고 돌아서던 하늘채 아파트 1층 아줌마 '김밥천국' 김밥 한 줄 은박지에 사 왔어요. "참 잘했어요." 해님이 반짝 은박지에 칭찬 도장 찍어 주고 지나갑니다. (박경옥·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