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은 사육사.
포악한 사자를
여러 마리 기르는 것.
전봇대만한 기린과
눈 맞추고 얘기하는 것.
사과 같은 원숭이 똥꼬를
수박 같이 키워주는 것.
토끼 여섯 마리를 뚝딱 먹어치우는
비단구렁이를 목에 감고 노는 것.
나의 꿈은 사육사.
얼룩말 똥 정도는 맨손으로 집는 것.
(김개미·아동문학가)
+ 작은 꿈
- 성환이 아저씨는 배 만드는 공장 천장에서 떨어져
평생 일어나지 못하는 깊은 병을 얻어 누워 있습니다.
그래도 성환이 아저씨는 작은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갑니다.
내 손으로 밥 먹고
하루 한 번 이 닦는 것.
방에서 똥오줌 누지 않고
변소 가서 누는 것.
그리고
햇살 드는 창문을
내 손으로 여는 것.
(서정홍·아동문학가, 1958-)
+ 어른이 되면
"여보, 여기 앉아 보세요.
발톱 깎아 드릴 테니."
"아니, 만날 어깨 아프다면서
무슨 일을 그렇게 많이 해요."
하루 일 마치고 돌아온
어머니, 아버지는
밤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서로 발톱을 깎아 주고
서로 어깨를 주물러 줍니다.
그 모습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나도 빨리 장가들고 싶습니다.
어른이 되면
어머니 같은 여자 만나서
아버지처럼 살고 싶습니다.
(서정홍·아동문학가, 1958-)
+ 정아의 꿈
정아네 집은
과일가게를 해요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손님이 있으나 없으나
장사를 해야 해요
참외 수박 파인애플 오렌지
과일이란 과일은 모두모두
정아네 오랜 가족이에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자리가 바뀌어도
정아네를 지켜 주는
또다른 행복이에요
정아는 다락방에서 지내요
크고 좋은 자리는
다 과일들에게 내주어도
정아는 좁은 다락방이 좋아요
정아는 날마다 그 속에서
과일들이 품고 있는
푸른 꿈을 찾아내요
그 꿈이 바로
정아의 내일이거든요
(한선자·아동문학가, 1968-)
+ 메주의 꿈
알몸으로 매달려 있는 메주.
엄마가 음식으로 단 맞추듯
바람도 한소끔
햇빛도 한소끔
다녀가면
짭조름한 맛이 든다.
또르르 또르르
마당을 굴러다닌 콩이
몸을 합쳐 메주로 태어나
겨울을 나고 있다.
메주는
된장이 되어
보글보글 끓는
꿈을 꾼다.
(오순택·아동문학가, 1942-)
+ 이슬에 맺힌 꿈
작고 예쁜
이슬방울 속에는
어젯밤 꾸었던 꿈들이
또록또록 들어 있지
아침 일찍
엄마 따라 놀이터로
운동 나가 보면 영롱한 꿈
방울방울 볼 수 있지
미끄럼틀 위에도
시소와 그네, 풀 위에도
밤새 뛰놀고 싶은 꿈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지
(이승민·아동문학가)
+ 물도 꿈을 꾼다
물도 꿈이 있기에 꿈을 꿉니다
꿈을 꾸기에
어디론가 흘러갑니다
작은 나뭇잎 싣고
조약돌 위로
졸졸졸 소리 내어 흐르면
노래하는 개울물이 되는
물
달과 별
산 그림자를
가슴에 품고 하늘을 우러르면
한없이 고요해지는 마음
생각하는 호수가 되는
물
벼랑을 만나면
스스로 몸을 던져
천지를 울리며
하얀 물보라를 피우는
폭포가 되는
물
물도 꿈이 있기에 꿈을 꿉니다
꿈을 꾸기에
노래하고
생각하고
물보라를 피우며
어디론가 흘러갑니다
(권오삼·아동문학가, 1943-)
+ 다롱이의 꿈
산골 폐교 미술관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놀던 다람쥐를 보고 온 날,
한 달 동안 가둬 기른 우리 집 다롱이를
베란다에 풀어주었습니다.
베란다는 금세 다롱이 세상이 되었습니다.
아침 햇살 한 움큼씩 쥐어 주던 해님도
거실을 기웃거리며 웃었습니다.
외할머니가 오신 어느 날
산짐승은 산에서 살아야 한다는 말씀에
다롱이를 뒷산으로 돌려보내기로 했습니다.
저 들꽃처럼 바람처럼 너울너울 살라며
기도하고 풀어줬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다람쥐꼬리 닮은 억새들이 손짓하며 달려들었지만
단숨에 뿌리치고 뛰었습니다.
다롱이가 떠난 며칠 후
베란다 화분마다 해바라기 씨앗이
소복하게 싹을 틔웠습니다.
먹이를 줄 때마다 조금씩 묻어 둔
다롱이의 겨우살이 식량이었나 봅니다.
다롱이가 떠난 그 자리에
다롱이의 꿈들이 고물고물 흙을 뚫고 나와
하나씩 음표를 세우며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옥근·아동문학가)
+ 애들 꿈은 개꿈이래
어젯밤에 돼지꿈을 꿨어
돼지꿈 꾸면
어른들이 복권 사길래
엄마에게 복권 사자고 졸랐더니
애들 꿈은 개꿈이래.
'어? 분명히 돼지꿈인데, 왜 개꿈이라지?'
학교 앞 문구점에서
인형 뽑기를 했어.
200원에 한 판
500원에 세 판 모두 허탕만 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