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에 관한 시 모음> 박남준의 '청춘' 외 + 청춘 맑은 사랑이 있었다 까닭 모를 그리움이, 미움이, 원망이, 눈물은 없었는가, 한숨은, 영원한 것은 없는가 안타까움에 날밤을 새던, 뒤돌아보면 아득한데 사랑은 어디서 왔나 그 솟아나던 그리움은, 이제 다시 돌아가지 못하리라 (박남준·시인, 1957-) + 내 청춘의 영원한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갖고 싶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내 청춘의 영원한 트라이앵글. (최승자·시인, 1952-) + 청춘 비 내리는 단풍 끝 무슨 그리움이 남았는가 환하게 낡은 골목길 위로 우리는 젖어서 접었다 펴는 우산 사이 잠시 붉었다 지는 꽃이었다 (강유정·시인, 1953-) + 청춘의 회화 사랑, 그 한마디에 가시도 꽃이 되고 진흙도 비단이 되던 시절 있었다오 바람 한 줄기 지나가는 소나기에도 고독해지던 젊음 있었다오 엉엉 소리쳐 울며 꿈에서 깨어났을 때 반환하고 싶은 아침, 밉게도 떠오르던 태양 사랑, 그 한마디에 그도저도 모두 살라버리고 죽고 싶던 청춘 있었다오 (정숙자·시인) + 청춘 이해하기 힘들어라. 내 젊은 날은 왜 그리 말도 없이 훌쩍 날 떠난 건지. 청춘 옆에는 시든 풀잎과 낙엽이 가득 실린 기차가 늘 대기 중이었던가. 바람처럼 빠르고 긴 기차가. 지금 봄에서 진달래와 개나리 내리고 내리자마자 돌아와 연인 찾듯 앞다투어 피어나는 벚꽃의 떠들썩함. 정작 어느 겨울인가 떠난 그대도 안 오고 내 청춘도 끝내 안 돌아오고 폐쇄된 간이역 같은 내 마음은 지금까지 폭설 중 가버릴 양이면 사랑이나 그리움 같은 분홍진 것들 전부 데리고 영원히나 가버릴 것이지 청춘이 지나간 뒷자리엔 쓸모 없는 봄만 가득히 도착한다. (김하인·시인, 1962-) + 박살이 나도 좋을 청춘이여 박살이 나도 좋을 청춘이여! 몰려오는 먹구름에 대하여 무게를 안고 미동도 않는 바위처럼 우직함의 네 어깨에 세상의 멍에를 메고 커피 한잔 곁들이며 고뇌를 풀고 보라! 네 할 일이 저기 무던히도 많으나 한겨울의 시련도 불타는 입김으로 녹이고 너와 나 서로의 가슴을 부비며 성난 파도 뒤엔 끝없는 바다가 있나니 바위가 모래처럼 부서져도 모래엔 할 일이 있나니라 가라, 박살이 나도 좋을 청춘이여! (김순진·시인, 1961-) + 청춘 동백꽃 송이송이가 저렇게는 빨갛게 탐나는 피어나는 시간을 사무치는 사무치는 시간이라 할까. 저 동박새 한 마리 동백가지에 앉아 동백꽃 송이송이를 차마 쪼다간 한 번 울고는 먼 바다를 바라보는데 목이 메이는 목이 메이는 무엇이라도 있어서일까. 동백꽃 송이송이가 빨갛게 무참하게 지는 날에는 저 파랗게 질린 바다도 야심하도록 야심하도록 문창가에 해조음을 밝혀놓고, 너와 나는 홍역을 앓듯 홍역을 앓듯 목놓아 울지도 못하던 刺靑의 밤이 있었다. (고재종·시인, 1959-) + 청춘은 아름다워라 젊어 푸르니 얼마나 좋아 내게도 푸른 시절은 있었지만 도무지 등 비빌 언덕이 없었어 풍요한 거리 눈부신 경제 쪽빛 날개 달고 팡팡 쏘아대는 러브레터 빼빼로 데이, 화이트데이, 발렌타인데이 뭔 데이는 그리 많은 거야 남루한 쪼가리 스웨터에 목메던 시절 가난해서 서글펐던 핑계 속에 남몰래 흐르던 눈물 너흰 손등으로 훔쳐본 적 있니 연애편지 받았다고 두 손 들고 벌서본 적 있니 여우처럼 사알랑 흔든 꼬리 때문에 요상한 색깔의 편지 받았다고 두세 시간은 족히 무릎 꿇고 두 손 들고 손목이 굳어 내려오지 않을 때까지 벌섰었지 젊어 푸르니 얼마나 좋아 내게도 푸른 시절은 있었지만 도무지 등 비빌 언덕이 없었어 예뻐, 너무 예뻐서 눈물이 날 정도로 질투가 나 뽀송 거리는 우윳빛 말간 피부 바라보는 그 하나로 얼마나 눈이 부신지 너흴 보면 예뻐 정말로 예뻐서 눈물이나 사랑스러워 눈물이나 (고은영·시인, 1956-) + 내 청춘은 흔들릴 때마다 술에 기댔어 격정激情은 두렵고 고독은 달콤했어 눈물 흔했지만 서럽진 않았어 몽롱한 사랑으로 둥둥 떠 다녔어 세상은 눈부시고 마냥 벅차기만 했어 (임영준·시인, 부산 출생) + 청춘 예찬 싱그러운 모습 그 하나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풋풋한 내음 그 자체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향기롭습니다 내일을 향한 시선 가슴에 품어 안은 꿈 가진 것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오보영·시인, 충북 옥천 출생)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