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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시 모음> 박재삼의 '나뭇잎만도 못한 짝사랑' 외
날짜
:
2011년 01월 07일 (금) 12:17:10 오후
조회
:
2794
<짝사랑 시 모음> 박재삼의 '나뭇잎만도 못한 짝사랑' 외
+ 나뭇잎만도 못한 짝사랑
네 집은 십리 너머
그렇게 떨어진 것도 아니고
바로 코앞에 있건만
혼자만 끙끙
그리울 때가 더 많았다네.
말 못하는 저 무성한
잎새들을 보면
항시 햇빛에 살랑살랑
몸채 빛나며 흔들리고 있건만.
말을 할 줄 아는 心中에도
도저히 그렇게 되지를 않으니
大明天地에
이 캄캄한 구석을
내보이기가 민망하던
아, 서러운 그때여.
(박재삼·시인, 1933-1997)
+ 짝사랑
행여 들킬세라
저만큼 떨어져서
가만가만
달님 따라가는
저 개밥바라기 별
(강인호·시인)
+ 짝사랑
당신께서 담았던
그 물빛을
당신께서 품었던
그 달빛을
당신에게 찾아갔던
그 바람을
당신에게 다녀갔던
그 세월을
나도 안고 싶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강인호·시인)
+ 짝사랑
한 사람을 알고부터
내 스스로가 선택한 가장 아름다운 고통이다
(김병훈·시인, 대구 거주)
+ 짝사랑
너는 있고
나는 없는 것
너는 불꽃으로
타오르고
나는 키를 낮추며
녹아 내리는 것
숱한 그리움만 간직한 채
한없이 너울거릴 뿐
흔적도 없이 사그라지는 것
(양해선·시인)
+ 짝사랑
어쩌다
내 이름을 불러 준
그 목소리를
나는 문득 사랑하였다.
그 몸짓 하나에
들뜬 꿈 속 더딘 밤을 새우고
그 미소만으로
환상의 미래를 떠돌다
그 향기가
내 곁을 스치며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만
햇살처럼 부서지고 말았다.
(이남일·시인, 전북 남원 출생)
+ 짝사랑
능금 같은 달이 뜰 때에
출렁출렁 타고 오는
그리움
사랑이 절망으로
절망이 운명으로 부딪히는
가슴
빨갛게 익으며 마르는 짝사랑
또옥 따내지 못하는
슬픔
(정숙자·시인, 1952-)
+ 짝사랑
이제는 잊겠노라
마음 다지며
휘적휘적 골목길 돌아 나와도
불켜진 창가에
머무는 눈길
아직도 뒤에 남아 오지를 않네.
행여나 바람결에
들려 오려나
발걸음 점점 더 느려지지만
귓전에 맴도는 건
바람 소리 뿐
보이는 불빛만 흐릿해지네.
그래도 자꾸만 아쉬운 듯해
한번만 뒤돌아 가고 싶은데
말릴 듯 못 말리는
어설픈 마음
기어이 오늘밤도 가로등 아래
아픈 마음 걸어 놓고
새벽을 맞네.
(최해춘·시인)
+ 짝사랑
어제는 미워도 오늘은 그립다
혼자이지만 둘처럼 느껴지고
그리울 때마다 슬퍼지는 것
언제나 나를 맴도는 그 그림자
(최다원·화가 시인)
+ 짝사랑·2
덜어내고
잘라내고
비워봐도
다시 채워지는
당신의 미소
(최다원·화가 시인)
+ 짝사랑·1
그거 있지?
되게 허무한 거
너무 길면 짜증날 때도 있는 거
돈은 안 드는데 힘은 엄청 드는 거
해 본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서 별로 신기할 것도 없는 거
그래 그거, 너도 해 본 거
아-
답답해.
(박혜진·시인, 1972-)
+ 짝사랑·2
미안할 거 하나도 없어
나 손해 본 거 하나도 없다니까
오히려 내가 좀 미안하지
허락도 없이 너랑 결혼까지 했으니 말이야
(박혜진·시인, 1972-)
+ 짝사랑·3
누가 그래?
짝사랑이 돈 안 든다고
봐-
사림탐정 월급 줘야지?
엑스트라 여럿 둬야지?
잘 안될 땐 밤새 술 퍼마셔야지?
(박혜진·시인, 1972-)
+ 짝사랑
어두운 밤
몰래 왔다
고운 님
창가 머물다
소리 없이
떨군 눈물
풀잎에
영롱하고
먼동 틀 때
돌아서는
새벽별 같은
사랑
(김점희·시인)
+ 짝사랑
만나지 못하고
고백하지 못하고
가녀린 내 마음만 졸이며
나 혼자만 나 혼자만
타오르면 어찌할까
그대 날 사랑해주면
힘이 솟을 텐데
그리움에 눈물만 뚝뚝 흘리며
내 마음만 까맣게 타올라
가슴만 애태우는 걸 어이하나
내 가슴속에서만
애태우던 사랑을
내 귀로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용혜원·목사 시인, 1952-)
+ 짝사랑
영리한 개는
바스락 소리만 들어도
귀를 세운다는데
그녀는
달밤에 그림자만 보고도
홍당무가 된다니
가슴에 묻어둔 덩어리
얼음 골에 들어서도
사십도
식을 줄 모르는
열병
뜨겁다 못해
타버린
숯덩이 하나
(하영순·시인)
+ 짝사랑
너무 어여삐도 피지 마라
아무렇지도 않게 피어도
눈부신 네 모습 볼 수 없을지도 몰라
어디에서 피건
내 가까이에서만 피어라
건너지도 못하고
오르지도 못할 곳이라면
다가갈 수 없는 네가 미워질지도 몰라
그저 이렇게라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나를 다 태워서라도
널 갖고 싶은 꿈일 뿐이다
(이채·시인)
+ 짝사랑
높고 높은 하늘아
너는 나를 몰라도
나는 하늘을 사랑하고
푸르고 푸른 강이
나를 몰라도
나는 푸른 강을 사랑하리라
먼 훗날 먼 훗날에
누가 와서 찾거들랑
하늘 찾아 수천 밤을
구름과 같이 지새우고
강물 따라 수만리 길
그대 찾아 떠났다고
말해주오
(최수홍·시인, 전북 부안 출생)
+ 짝사랑
두 눈을 감으면
그대 모습 아른거리고
잠들려고 하면
떠오르는 그대 얼굴
보고 싶어라.
언제부터인가
나의 텅 빈 가슴에
허락도 없이 살며시 들어와
온통 내 삶을 울리고
눈길이라도 마주치면
가슴은 콩닥콩닥
얼굴은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대 앞에만 서면
할 말은 모두 입안에서 맴돌 뿐
수줍음 남아
말없이 고개만 떨어뜨린다.
(이제민·시인, 충북 보은 출생)
+ 짝사랑
알쏭달쏭한 네 눈빛이
내 가슴에 똬리 튼 날부터
너를 향해 먼산바라기가 되었던 나
방정맞은 웃음 말투 발걸음은
겸손하게 내숭을 떨어야했고
공연히 가다듬던 매무새
그러나 딴 세상 헤매는 너로 인해
여드름만 낳아 키웠을 뿐
당최 실속 없던 호시절이었다
추억은 왜 시들 줄도 모르고
갈수록 무성해지는지
나이 들어 쓸데없이 심란하게
(권오범·시인)
+ 짝사랑
꽃잎 흐르던 봄날
공지천 이디오피아 찻집은
잘 있는지
궁금했던 안부로
접혀졌던 쪽수가 얼마였는지
지금은
주어도 안 먹을 신김치에
막걸리 한 사발
장난 섞인 고백도 못해본
그 놈의 사랑이야기
우우우 어디로 흘러갔는지
혼자서 앓는
봄날의 일기장
닳아빠진 지천명의 바퀴에
눌려서
눌려서
눌려서
흔적도 없다
(목필균·시인)
+ 행복한 짝사랑
알까요?
알 리가 없죠
관심이 가는 쪽은
늘 이쪽이고
당신은 내가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르니까요
언제나
애태우며 사랑하는 건
이쪽이고 당신은
늘 행복한 웃음으로
타인들의 사랑을
받으니까요
알까요?
알 리가 없죠
당신 앞에 서고 싶은 건
이쪽이고
오직 당신의 사랑을
바라는 마음뿐일지라도
이 내 마음 알 리 없는
무심한 당신이니까요
알까요?
알 리가 없죠
옷깃 스쳐 지나가도
모르는 척하는 당신이니까요
사랑하는 이쪽의
마음을 알 리가 없죠.
(문량란·시인, 1971-)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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