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관한 동시 모음> 강소천의 '눈 내리는 밤' 외 + 눈 내리는 밤 말없이 소리 없이 눈 내리는 밤. 누나도 잠이 들고 엄마도 잠이 들고 말없이 소리 없이 눈 내리는 밤. 나는 나하고 이야기하고 싶다. (강소천·아동문학가, 1915-1963) + 상장 성명: 겨울 위의 겨울은 봄다운 봄, 여름다운 여름, 가을다운 가을을 세상에 내놓으려 호되게 추운 날씨와 맵게 차가운 바람을 견디어 봄엔 민들레, 여름엔 잘 익은 수박, 가을엔 높은 하늘 흰 구름, 코스모스 들길을 바람 따라 걷게 하고 끝으로 흰 눈을 흩뿌려 포근포근 감싸주어 그 따뜻한 마음결에 이 상장을 드립니다. 사계절 초등학교 교장 지구 짝짝! (조하연·아동문학가) + 나무는 사람은 겨울이 오면 옷을 자꾸 껴 입는데 나무는 옷을 한 겹씩 자꾸 벗어 내립니다 다 벗고 더 넓고 높은 하늘을 얻어 입고 섰습니다. (정완영·시인, 1919-) + 겨울 들판 겨울 들판이 텅 비었다. 들판이 쉬는 중이다. 풀들도 쉰다. 나무들도 쉬는 중이다. 햇볕도 느릿느릿 내려와 쉬는 중이다. (이상교·아동문학가, 1949-) + 해가 미끄럼을 타요 바람마저 웅크린 겨울 저녁 바다는 꼭 얼음판 같아요. 넘어가는 해가 쭈 르 륵 미끄럼을 타지요. (김희정·아동문학가) + 겨울새·26 하늘을 나는 새를 봐. 질서 공부 끝! (윤삼현·아동문학가, 1953-) + 입김 미처 내가 그걸 왜 몰랐을까? 추운 겨울날 몸을 움츠리고 종종걸음 치다가 문득, 너랑 마주쳤을 때 반가운 말보다 먼저 네 입에서 피어나던 하얀 입김! 그래, 네 가슴은 따듯하구나. 참 따듯하구나. (신형건·아동문학가, 1965-) + 벙어리장갑 나란히 어깨를 기댄 네 손가락이 말했지. "우린 함께 있어서 따뜻하단다. 너도 이리로 오렴!" 따로 오뚝 선 엄지손가락이 대답했지. "혼자 있어도 난 외롭지 않아 내 자리를 꼭 지켜야 하는걸." (신형건·아동문학가, 1965-) + 하얀 눈과 마을과 눈이 덮인 마을에 밤이 내리면 눈이 덮인 마을은 하얀 꿈을 꾼다. 눈이 덮인 마을에 등불이 하나 누가 혼자 자지 않고 편지를 쓰나? 새벽까지 남아서 반짝거린다. 눈이 덮인 마을에 하얀 꿈 위에 쏟아질 듯 새파란 별이 빛난다. 눈이 덮인 마을에 별이 박힌다. 눈이 덮인 마을에 동이 터 오면 한 개 한 개 별이 간다. 등불도 간다. (박두진·시인, 1916-1998) + 겨울 이야기 겨울은 아이들 때문에 찾아온다. 알밤처럼 단단하게 여물어 가는 목소리. 딱 벌어진 가슴으로, 눈싸움하는 개구쟁이들이 좋아 겨울은 언제나 눈송이를 터뜨린다. 불꽃처럼 사방에서 터뜨리는 그 눈밭에서 아이들은 날마다 깔깔대며 자란다. 제 키보다 큰 눈사람 만들 때, 제 몸무게보다 더 무거운 그 겨울을 혼자서 굴릴 때 아이들은 부쩍부쩍 자란다. (이상현·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