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동시 모음> 오순택의 '민들레꽃' 외 + 민들레꽃 노란 신발 신고 나에게 가만가만 다가와서 봄햇살 쬐고 있는 쬐고만 여자 아이. (오순택·아동문학가, 1942-) + 민들레꽃 민들레꽃은 키가 크고 싶지 않나 봐. 언제나 봄과 똑같은 키. 민들레꽃은 나이를 먹고 싶지 않나 봐. 언제나 봄과 똑같은 나이. (이준관·아동문학가) + 민들레 해님이 주시는 빛살 중에서도 민들레는 노오란 빛깔만 골라 옷을 지어 입는다. 담녘 따스한 곳에 물레를 걸어 두고 노오란 실바람만 뽑아 옷을 지어 입는다. (권영상·아동문학가, 1953-) + 민들레, 너는 돌부리 널브러진 땅 온 힘 다해 내린 뿌리,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서로를 껴안으며 겹겹이 돋아 노랑 꽃대를 밀어 올렸다. 민들레, 너는 금메달에 빛나는 역도 선수다. (장화숙·아동문학가, 1960-) + 민들레 제일 먼저 봄을 가져다준 키 작은 너 하얀 낙하산 타고 둥실둥실 떠다니는 너 돌 틈에 눌리고 밟혀도 씩씩하게 자란 너 널 볼 때마다 장사 꽃이라 부르고 싶다. (이근우·아동문학가) + 봄의 길목에서 겨울 끝자락 봄의 길목 나가거라 나가거라 안 된다 안 된다 바람은 또 다른 바람과 밀고 당기기를 합니다 그러는 사이에 풀밭에 떨어진 노란 단추 민 들 레 (우남희·아동문학가) + 민들레 - 나의 동시 하늘 바라볼 뿐 땅에 붙어 피는 꽃 가까이 다가가도 작은 향기 풍기지도 못하지만 지나치며 눈길 주는 사람들이 있어 빈 터 어디든지 뿌리내려 노래 한 그루씩 기르고 있는 거야. (박일·아동문학가) + 고맙다 노란색 민들레 눈이 부신 꽃 아무도 따지 않고 그냥 갔구나 숨 모아 후우우 씨 갓털 후우우 날려줄 날 있게 누구도 밟지 않고 그저 갔구나 (홍우희·아동문학가) + 아기 손바닥 아까부터 담을 넘으려는 민들레 홀씨 하나 어른들 모두 그냥 가는데 엉덩이 살짝 들어 넘겨주고 가는 아기 손바닥 (안영선·아동문학가) + 낙하산 까만 몸 머리엔 하얀 솜깃 꽂고 나는야 한 알 민들레 꽃씨. 동네 아가들 호, 입김에 하늘에 둥실 <민들레 낙하산> <민들레 낙하산> 예쁜이, 그 고운 입으로 붙여준 이름 한길가 먼지 속에 누웠어도 지금, 나는 아흔 셋 알알이 흩어진 내 형제들 생각 꽃구름 보며 별을 헤며 돌아올 봄 기다려 노란 꽃잎 노란 나비떼 꿈꾸는 나는야 낙하산을 타고 온 한 알, 민들레 꽃씨. (윤두혁·아동문학가, 1938-) + 생각 와아! 화창한 봄날이에요. 그 동안 내가 후-. 불었던 민들레 씨앗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오늘은 학교 수업도 학원 공부도 모두 빼먹고 그 길 하나하나 따라가 보고 싶어요. (오지연·아동문학가, 1968-) + 두 주먹 불끈 쥐고 온갖 쓰레기 더미 위에 한 송이 민들레 피었습니다. 어디서 날아왔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역겨운 냄새 풀풀 날려도 코 막으며 살아야 한다고 살아서, 저 파란 하늘 향해 크게 한번 웃어 봐야 한다고 두 주먹 불끈 쥐고 용케도 잘 자랐구나. 어디선가 나풀나풀 날아와 꽃잎에 입 맞출 나비를 기다리며 어둠 밝히는 등대처럼 꼿꼿이, 환하게 웃고 있구나. (김소운·아동문학가, 1908-1981) + 별과 민들레 파란 하늘 그 깊은 곳 바다 속 고 작은 돌처럼 밤이 올 때까지 잠겨 있는 낮별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지만 있는 거야 보이지 않는 것도 있는 거야. 꽃이 지고 시들어 버린 민들레는 돌 틈새에 잠자코 봄이 올 때까지 숨어 있다 튼튼한 그 뿌리는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지만 있는 거야 보이지 않는 것도 있는 거야. (가네코 미스즈·27살에 요절한 일본의 여류 동요시인)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