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는
반드시 얻은 후에 하지 않는다.
감사는
잃었을 때에도 한다.
감사하는 마음은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사는
곧
사랑이다.
감사할 줄 모르면
이 뜻도 알지 못한다.
사랑은 받는 것만이 아닌
사랑은 오히려 드리고 바친다.
몸에 지니인
가장 소중한 것으로--
과부는
과부의 엽전 한푼으로,
부자는
부자의 많은 寶石으로
그리고 나는 나의
서툴고 무딘 納辯의 詩로...... .
(김현승·시인, 1913-1975)
+ 감사와 행복
내 하루의 처음과 마지막 기도
한 해의 처음과 마지막 기도
그리고 내 한 생애의 처음과 마지막 기도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되도록
감사를 하나의 숨결 같은 노래로 부르고 싶다.
감사하면 아름다우리라.
감사하면 행복하리라.
감사하면 따뜻하리라.
감사하면 웃게 되리라.
감사가 힘들 적에도
주문을 외우듯이 시를 읊듯이
항상 이렇게 노래해 봅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살아서 하늘과 바다와
산을 바라볼 수 있음을 감사합니다.
하늘의 높음과 바다의 넓음과
산의 깊음을 통해
오래오래 사랑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어 행복합니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감사
스치는 바람에도 감사
육신의 건강에도 감사
말씀 은혜 주신 것 감사
때 맞춰 주시는 만나에 감사
새벽이슬 머금고
새벽기도 드릴 수 있는 것에 감사
불평 불만 푸념 속에서도 찬송할 수 있는 것 감사
(심홍섭·시인, 1960-)
+ 감사
더러운 때가 더덕더덕 붙은 발을
함부로 담궈도 흔연한 얼굴로
즐겁게 노래만 하며 흘러가는
깊은 골 바위 사이 시냇물이여
침을 뱉고 돌멩이를 던져도
한결같이 생글거리는 시냇물이여
매달려도, 괴롭다 아니 하는
가냘픈 나무 가지여
흘겨보아도 피할 줄 모르는
숲 사이의 흰 구름이여
아, 나는 그대들에게 감사드린다
(김석송·시인, 충남 논산 출생)
+ 감사하다
태풍이 지나간 이른 아침에
길을 걸었다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왕벚나무들이
곳곳에 쓰러져 처참했다
그대로 밑동이 부러지거나
뿌리를 하늘로 드러내고 몸부림치는
나무들의 몸에서
짐승 같은 울음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키 작은 나무들은 쓰러지지 않았다
쥐똥나무는 몇 알
쥐똥만 떨어뜨리고 고요했다
심지어 길가의 풀잎도
지붕 위의 호박넝쿨도 쓰러지지 않고
햇볕에 젖은 몸을 말리고 있었다
내가 굳이 풀잎같이
작은 인간으로 만들어진 까닭을
그제서야 알고
감사하며 길을 걸었다
(정호승·시인, 1950-)
+ 정작 감사한 것들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미 코끝에 와 닿아 있다
때문에 우리는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미 살결에 와 닿아 있었다
때문에 우리는 싱싱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미 발 밑에 와 닿아 있었다
때문에 우리는 단단하게 딛고 서있는 것이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미 우리 속에 가득 차 있었다
초라한 모든 것을 끌어안아야 하고
불의로운 모든 것을 바르게 펴야한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미 우리의 가슴속에
우리 가슴 깊은 곳에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차진배·시인, 1948-)
+ 주님 감사합니다.
한 쌍의 비둘기처럼
오래된 둥지에서 아내와 함께
오순도순 살아 온 날을 감사합니다.
뒷바라지 힘들어도
현관에 뒹구는 자식들 신발을 보면
마음으로 기댈 수 있어 감사드립니다.
아침마다 깨어 날 때면
아직도 내 심장이 뛰고 있고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음을 감사합니다.
서로를 아껴주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이웃들과
언제나 함께 있어 감사합니다.
햇곡 밥을 지어
푸성귀 반찬을 얹어 먹을 때마다
풍성한 양식에 감사드립니다.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와
주님의 목숨과 나를 맞바꾸어
영원한 생명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박인걸·목사 시인)
+ 감사와 행복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
누군가에게
뭔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것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것이다
길을 가다
떨어진 쓰레기를 주워 담을 수 있어
나는
내 손에게 감사한다.
언덕길 오르는
힘든 자에게
손잡아 줄 수 있는 여력이 있어
나는
나에게 감사한다.
내가 있어 세상이 있고
세상이 있어
내가 존재한다는 이 사실을 더없이
감사할 따름이다
(하영순·시인)
+ 감사할 것들
이 아름다운 금수강산
생각하고 돌아보면
감사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봄이면 연분홍 매화도 꽃망울을
사뿐 내려앉아
맑고 투명한 꽃을 피우고
여름이면 시원한 출렁이는 바다와
살랑거리는 강 물결에
손 담그고 먼 꿈에 젖어보기도 하는
사계절 그 어느 날 하루도
아름답지 않은 날이 없는 자연의 고마움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기도 하는
많은 것들 속에서도
가끔 어두운 욕심들에 눌려
삶의 의미도 즐거움도 잊고 사는 우리들
마음을 비우면 하늘빛 웃음이 되고
작은 돌 하나 풀뿌리 하나도
날아가는 새 또한 희망을 이끄는 날갯짓인 것을
(나명욱·시인)
+ 감사의 마음
이 세상에 태어나도록
인연의 끈을 풀어주신
어버이에 감사드리고
소중한 삶을
노래할 수 있게 하고
한 줄의 시를
쓰게 한
모두에게 감사하자!
누구나
허물이 있지만
모든 허물 덮어주고
사랑의 눈길 준
친우에게 감사하고
멀고먼 인생길에
다정한 말벗이 되어준
아내에게 감사하자!
눈뜨고 일어나
살아 있음에 감사드리고
빛나는 태양과
싱그러운 대지에서
숨쉴 수 있음에 감사하자!
누가 아는가?
어느 순간에
저 빛나는 태양과
푸른 하늘을
다시는 못 보게 될지.......
(유응교·건축가 시인)
+ 감사할 이유
당신은 밤을 통해
우리에게 꿈을 꾸도록 하십니다
밤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은하의 흐름에 배를 띄우고
달을 맞는 싱그러운 꿈을 가지도록 말입니다
은하에서 길어 온
풀잎 하나 하나에까지
온 세상 흩뿌려 맺힌 이슬로
아침 햇살은 더욱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아이의 고운 보조개가 패이며
커튼을 젖히는
내 이마에 와 부딪는 건강한 하루가
가벼운 발걸음을 시작하게 합니다
당신이 손수 빚어 만드신 세상이기에
공평하신 당신의 호흡은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누가 씨앗을 뿌려도 생명의 대를 잇게 하는
바로 그 신비한 진리는
우리의 가슴에 새로운 씨앗이 되어
움을 트게 합니다
젊은 여름 날
철없이 나대는 발길 앞에서
당신은 김을 매십니다
돌멩이를 집어내십니다
그리고 조용히 물꼬를 대어
당신이 바라는 형상을 빚을 수 있게
가슴을 촉촉이 적셔 주십니다
이제 우리의 모습이 영글어 지고
바램의 결실로 매듭지어질 때
당신의 공의는 낫을 대십니다
가라지는 골라 불에 던지십니다
알곡이 된 성숙한 삶은
당신의 품안에 거두십니다
한 톨 한 톨
다시 씨앗이 되는 기쁨을
우리게 내리시는 당신의 섭리를
노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인귀·시인, 1939-)
+ 무더위도 감사해
찌는 듯한 더위가 계속된다
그래도 감사, 감사한 것은
이 정도면 견딜 만하다는 것이다
지구와 태양간의 거리가
이쯤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태양이 이보다 훨씬 가까워지면
무더위를 견디다 못하여
살아남을 자 그 누가 있으리
태양이 지구에서 너무 멀리 있어도
견디기 어려운 저온으로 인하여
그 아무도 살아남지 못하리니
천지를 짓고 섭리하시는 창조주는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이런 것까지도 다 헤아리셨구나
(오정방·재미 시인, 1941-)
+ 범사에 감사하라
안개에 갇혔을 땐
마음을 내려놓으란다.
속도 확 줄이고
가시거리 최대한 낮춘 채
숫눈길 찾아가듯
쉬엄쉬엄 길을 가란다.
신은 충고했었다
아침 은근히 감춰두고
안개 슬그머니 내어주면서
신은 충고했었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경건함으로
새날을 새아침을
감사로 맞이하라고...
(박얼서·시인, 1952-)
+ 어느 병실에 걸린 시
주님! 때때로
병들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인간의 약함을
깨닫게 해주시기 때문입니다
가끔 고독의 수렁에
내던져 주심도 감사합니다
그것은 주님과
가까워지는 기회입니다
일이 계획대로 안 되게
틀어주심도 감사합니다
그래서 나의 교만이
반성될 수 있습니다
아들, 딸이
걱정거리가 되게 하시고
부모와 동기가
짐으로 느껴질 때도
있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그래서 인간 된 보람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먹고사는 데
힘겹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눈물로써 빵을 먹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의와 허위가
득세하는 시대에
태어난 것도 감사합니다
하나님의 의가
분명히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땀과 고생의 잔을
맛보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그래서
주님의 사랑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주님!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주심을 감사합니다
(작자 미상)
+ 어느 무명 병사의 감사기도
주님, 저는 출세를 위해 당신께 힘을 구했으나
당신은 순종을 배우도록 저에게 연약함을 주셨습니다.
주님, 저는 위대한 일을 하고자 건강을 원했으나
당신은 그보다 선한 일을 하도록 저에게 병고를 주셨습니다.
주님, 저는 행복을 위해 부귀를 청했으나
당신은 지혜로운 자가 되도록 저에게 가난을 주셨습니다.
주님, 저는 만민으로부터 우러러 존경받는 자가 되려 명예를 구했으나
당신은 저를 비참하게 하시어 당신만을 바라보게 하셨습니다.
주님, 저는 삶의 즐거움을 위해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원했으나
당신은 모든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삶으로 인도해 주셨습니다.
주님, 비록 제가 당신께 기도한 것은 하나도 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당신이 저에게 바라시는 모든 것을 주시었으니
주님, 참으로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