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큰 소리로
'엄마!' 하고
부르는 소리만 들어도
그냥 좋다
그의 엄마가
내 엄마 같다
엄마 없는 세상은
생각만 해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플 때
제일 먼저 불러 보는 엄마
엄마를 부르면
일단 살 것 같다
엄마는
병을 고치는 의사
어디서나
미움도 사랑으로
바꾸어 놓는 요술 천사
자꾸자꾸 그리워해도
그리움이 남아 있는
나의
우리의 영원한 애인
엄마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엄마
내 어릴 적
시오리길 학교에서 돌아와
사랍문 열며 부르던 엄마
우리집 목매지
이웃집 배추밭 망쳐놓고
큰 눈 껌벅이며 찾던 엄메
너와 나 사람과 짐승으로 태어났지만
언제나 가슴 뭉클한 엄마라는 이름
(심시인·시인)
*목매지: (아직 굴레를 씌우지 않고) 목에 고삐를 맨 망아지.
+ 엄마
묵은지가 그냥 되능 줄 아나
배추가 다섯 번 죽고나야 되능겨
뼈는 와 묵다말고 버리노
심줄까정 파먹어야 제 맛잉겨
묵은지보다 더 늙은 우리 엄마
여자를 몇 번이나 죽여서 엄마가 되었을랑가
뼈라는 뼈 죄다 비어버린 우리 엄마
얼마나 더 파먹어야 나의 허기가 채워질랑가
저, 저, 말 받는 뽄새 좀 보소
우리 아들 언제나 철이 들꼬
뼛속 심줄까지 파먹어도 허기가 채워지지 않는,
마침내 다 먹어치워도 그 맛과 향을 잊지 못하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음식을 우리는 엄마라고 부르지
맘마 먹자
아가
엄마 먹자
(박제영·시인, 강원도 춘천 출생)
+ 엄마 미안해
사랑한다고 한 번도 말하지 않아서 미안해.
힘들 때 왜 날 낳았냐고 원망해서 미안해.
엄마 새끼보다 내 새끼가 더 예쁘다고 말해서 미안해.
언제나 외롭게 해서 미안해.
늘 나 힘든 것만 말해서 미안해.
세상에서 가장 예쁜 딸 자주 보여드리지 못해서 미안해.
늘 내가 먼저 전화 끊어서 미안해.
친정에 가서도 엄마랑 안 자고 남편이랑 자서 미안해.
엄마의 허리 디스크를 보고만 있어서 미안해.
괜찮다는 엄마 말 100퍼센트 믿어서 미안해.
엄마한테 곱게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잘나서 행복한 줄 알아서 미안해.
늘 미안한 것 투성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미안한 건
엄마, 엄마는 나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데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건
엄마가 아니어서 미안해, 정말 미안해.
(고혜정·시인)
+ 엄마의 등 보름달 같은 사랑
울 엄마의 등은
보름달이다 내내 비춘다
둥그렇다
보름달 같은 사랑이다
엄마는 아기 때 나를 업었다
업고 업어
등은 휘었다
내 동생도 업어 키웠다
오빠도 업어 키웠다
삼남 이녀 오남매를
그리
업고서 일하면서 키웠다
언제나
따뜻한 엄마의 등은
우리들이 어른이 되었는데도
한번도 땅에 내려놓으시지 않고
지금도 다 큰 아들을
딸들을
굽은 등으로 업고 계신다
우리들 목소리가 잠기면
우리들의 얼굴빛이 변하면
무슨 일이 있느냐고
그리 업고 계신다
이제는 힘이 없으니 마음의 등으로
걱정의 등으로
희생의 등으로
사랑의 등으로
우리 아픔 우리 걱정 우리 슬픔을
사랑에 담아
보름달 가득 업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