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시 모음> 정연복의 '어린이 찬가' 외
+ 어린이 찬가
마음이 맑고 순수하다
꾸밈없고 참되다
간혹 거짓말을 한다고 해도
간사스럽지 않다
더러 욕심을 부리기도 하지만
동무와 뭐든 나눌 줄 안다.
생각이 틀에 박히지 않아
유연하고 창의적이다
이따금 기발한 상상력에
날개가 돋친다.
새롭고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꿈과 소망이 많다.
명랑하고 낙천적이어서
근심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
하루하루의 삶을
축제처럼 즐길 줄 안다
밤마다 단잠을 자서
피로를 깨끗이 씻어버린다.
+ 어린이
긴긴 겨울 너머 오는
연둣빛 새싹이 없다면
세상은
얼마나 삭막할까.
태양같이 웃는
어린이들이 없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쓸쓸할까.
들판을 힘차게 달려가는
어린이들이 없다면
대지는
얼마나 허전할까.
파릇파릇한 새싹 같은
어린이들이 없다면
어른들만의 세상에
그 무슨 희망이 있을까.
+ 어린이
아무리 덩치가 커도
허풍선이다
머릿속에 들은 게 많아도
빛 좋은 개살구다.
나이를 많이 먹고
겉으로 점잖은 체해도
남들에게서
훌륭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빈 껍데기일 뿐
사실은 별것 아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중심에
'어린이'가 없으면
맑고 순진한
동심(童心)이 살아 있지 않으면.
+ 아이와 어른
아이들은
잘 울고 잘 웃는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펑펑 울고 꽃같이 웃는다
아이들의 생명이
늘 푸르고 싱싱한 이유다.
어른들은
잘 울지도 웃지도 않는다
눈물샘이 메말라 있고
웃음보따리도 조그맣다
어른들의 삶이
시들시들하고 퍽퍽한 이유다.
아이가 어른 되는 것은
발전인가 퇴보인가?
+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천국은 어린아이의 것이라고
예수는 딱 잘라 말했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시인 워즈워드는 말했다.
어린아이는
마음이 맑고 순수하다
가슴속에 감춰두는 게 없고
단순하고 정직하다
새로운 세계에 호기심이 있고
주변 사물들에 깊이 감동할 줄 안다.
믿음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동심을 잃어버린 사람들
천국에 대한 소망은 뜨겁지만
가슴이 얼어붙어 있는 사람들은
예수와 시인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천국은 어린아이의 것!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