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시 모음> 윌리엄 워즈워드의 '무지개' 외
+ 무지개
하늘에 무지개 바라보면
내 마음 뛰노라,
나 어려서 그러하였고
어른 된 지금도 그러하거늘
나 늙어서도 그러할지어다.
아니면 이제라도 나의 목숨 거둬 가소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원하노니 내 생애의 하루하루가
소박한 경건의 마음으로 이어가기를.
(월리엄 워즈워드·영국 낭만주의 시인, 1770-1850)
+ 어린이
긴긴 겨울 너머 오는
연둣빛 새싹이 없다면
세상은
얼마나 삭막할까.
태양같이 웃는
어린이들이 없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쓸쓸할까.
들판을 힘차게 달려가는
어린이들이 없다면
대지는
얼마나 허전할까.
파릇파릇한 새싹 같은
어린이들이 없다면
어른들만의 세상에
그 무슨 희망이 있을까.
(정연복·시인, 1957-)
+ 몽당연필의 꿈
나는 너희들의 몽당연필이 되어도 좋다
침 발라 쓰다가 쓰다가 쓸 수 없을 때 버려도 좋을
한 자루 몽당연필로 살아도 좋다
너희들이 살아갈 세상이 시커먼 흑연빛이 아니라
5월의 푸른 하늘같이만 될 수 있다면
그 푸른 하늘을 날으는 종달새 같이만 될 수 있다면
나는 너희들의 몽당연필로 살아도 좋다
(김경윤·시인, 전남 해남 출생)
+ 어린이날 노래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우리가 자라면 나라에 일꾼
손잡고 나가자 서로 정답게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윤석중·아동문학가, 1911-2003)
+ 복사꽃과 제비 - 어린이날을 위하여
불행한 나라의 하늘과 들에 핀 작은 별들에게
복사꽃과 제비와 어린이날이 찾아왔구나.
어린 것 껴안고 뜨거운 눈물로 뺨을 부비노니
너희들 키워줄 새 나라 언제 세워지느냐.
낮이면 꽃 그늘에 벌떼와 함께 돌아다니고
밤이면 박수치는 파도 우로 은빛 마차 휘몰아가고
거칠은 바람 속에 다만 고이 자라라
온 겨레의 등에 진실한 땀이 흐르는 날
너 가는 길에 새로운 장미 피어나리니
황량한 산과 들 너머
장미여 삼천리에 춤을 늘여라.
불행한 나라의 하늘과 들에 핀 작은 별들에게
복사꽃과 제비와 어린이날이 돌아왔구나.
(김광균·시인, 1914-1993)
+ 난 어린이가 좋아
난 어린이가 좋아.
이 세상 모두들
그를 닮았으면 좋겠어
나이 많고 빈 병 같은
어른들은 싫어.
어린 나이에
모르는 걸 배우면서
무럭무럭 자라는 어린이가 좋아.
난 어린이가 좋아.
이 세상 모두들
그를 닮았으면 좋겠어.
나라를 위한다면서
내 주장만 내세우고
내 욕심만 차리는
거짓말투성이 어른들은 싫어.
동무끼리 다정하게 공부하면서
배고픈 동무들을 걱정해 주고
밥 한끼 나눠 먹는 어린이가 좋아.
난 어린이가 좋아.
이 세상 모두들
그를 닮았으면 좋겠어.
걸핏하면 웅성웅성
데모하는 어른들은 싫어.
오순도순 사귀면서
지혜로 자라는 어린이가 좋아.
이 세상 모두들
그를 닮았으면 좋겠어.
두 동강 난 우리 나라
통일 못 이루고
형제끼리 맞서는 어른들은 싫어.
금강산 마을
제주도 섬마을
서로서로 손잡고 노래부르는
어린이가 난 좋아.
(이정훈·아동문학가)
+ 내 작은 기도는
내 작은 기도 하나는
아이들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다
침묵보다 더 나은 말을 할 수 있을 때
말하는 것
내 작은 기도 하나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즐겁게 노는
아이들만의 꽃밭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는 것
지금의 내가 소중하듯
아이들의 지금의 시간도
소중한 것임을 잊지 않는 것
(황근남·시인, 제주도 거주)
+ 아이들의 기도
아이들의 나라는 이렇게 되게 하소서.
사랑은 있으나 미움은 없고
배고픔은 있으나 굶주림이 없고
근로는 있으나 노동이 없고
공부는 하나 짐이 되지 않는 나라
(중략)
아이들의 나라에는 아이가 주인 되게 하소서.
(허호석·아동문학가, 1937-)
+ 어린이를 위한 기도
쑥쑥 자라는 나무같이
몸이 튼튼히 자라나게 하소서
저 맑고 푸른 하늘같이
마음이 그늘지지 않게 하소서
밝은 햇살에 빛나는 잎새같이
얼굴에 환한 웃음 넘치게 하소서
즐거이 지저귀는 새같이
흥겨운 노랫소리 그치지 않게 하소서
들판을 달리는 사자같이
날마다 힘차게 뛰놀게 하소서
매일 밤 편안한 단잠 속에
예쁜 꿈을 끄게 하소서
머릿속에는 늘 좋은 생각이 반짝반짝
가슴속에는 행복이 넘치게 하소서
눈부시게 피어나는 꽃같이
어린 생명 활짝 꽃 피게 하소서
어린 시절의 순수한 눈빛
오래오래 잃지 않게 하소서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