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동시 모음> 민현숙의 '달팽이가 말했어' 외 + 달팽이가 말했어 집을 지고 다닌다고? 아니야, 난 지금 부릉부릉 차를 몰고 가는 거야. 내 차는 캠핑카거든. 걸음이 느리다고? 아니야, 난 지금 둘레둘레 세상 구경하느라 그런 거야 난 여행을 무척 좋아하거든. (민현숙·아동문학가) + 달팽이·2 색시 달팽이가 방귀 뀌어 놓고 누가 보았을까봐 누가 들었을까봐 모가지 기다랗게 늘이고는 요리조리 살피다가 아무도 없으니까 그 속에 쏘옥 들어가 잔다. (권정생·아동문학가, 1937-2007) + 달팽이 손님 부추 단에서 떨어진 달팽이 여섯 우리 집에서 하룻밤 묵어가시라, 했더니 밤새 무청 한 줄기 뚝딱 삼키고는 꼬불꼬불 초록 똥 듬뿍 내놓았다 가고 싶은 데로 가시라 풀밭에 내려놓으니 까닥까닥 인사한다 풀잎처럼 상쾌하다 돌아서는 발걸음 (유은경·아동문학가) + 달팽이 -엄마, 달팽이 봐 -나, 바빠 -엄마, 달팽이가 움직여 -나, 바쁘다니까 -엄마, 달팽이 뿔 좀봐 쪼그만 안테나 같애 -귀찮게 굴지마렴. 제발 아, 달팽이 아, 아깝다 엄마도 달팽이를 보면 좋아할 텐데... 어른들은 왜 항상 바쁠까? (이준관·시인, 1949-) + 달팽이·1 비가 온다 봄비다 우산도 없이 한참 길을 걷는다 뒤에서 누가 말없이 우산을 받쳐준다 문득 뒤돌아보니 달팽이다. (정호승·시인, 1950-) + 달팽이 갑니다 나의 길을 꾸준히 천천히 가다가 지치면 잠시 멈추어 '힘내자' 다짐하며 더듬이 길게 뽑아 들어 보이는 승리의 브이(v) 갈 길 멀어도 꾸준히 갑니다 나의 길을 (남촌·아동문학가) + 정말 걱정되는 것 느림보 달팽이라 놀리지 마. 먹이 찾아 한나절 걸려도 오솔길 너머 구슬냉이밭으로 가고야 마는 걸 어둠밭에 피어난 별꽃과 얘기하러 온종일 걸려 나뭇가지에도 올라가는걸 정말로 걱정되는 건 날개가 있는데도 날려하지 않는 타조, 너야. (오은영·아동문학가, 1959-) + 산토끼랑 달팽이랑 허둥지둥 언덕길 뛰어가던 산토끼가 글쎄 달팽이 보고 혀를 찼대. 너처럼 느릿느릿 가다간 언덕 너머 산비탈 뒤덮은 진달래꽃 잔치 못 보겠다. 달팽이도 글쎄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대! 너처럼 빨리빨리 가다간 제비꽃 깽깽이풀 얼레지 족두리풀 매미꽃 봄까치꽃 애기풀 들바람꽃…… 언덕길 따라 줄줄이 핀 풀꽃 잔치 하나도 못 보겠다. (오은영·아동문학가, 1959-)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