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시 모음> 박영원의 '웃음' 외 + 웃음 어느 꽃보다 화려하지 않으나 보다 화려한. 사향(麝香)보다 향기롭지 않으나 보다 향기로운. 심연(心淵) 속 먹구름 밝히는 화사한 꽃. (박영원·시인, 1941-) + 웃음소리 명랑한 당신의 웃음소리가 찢어버렸어 도무지 어찌해볼 수 없던 것들을 찢어부수고 보여주었어 하늘을 푸른 하늘을 시간과 공간이 바람처럼 떠도는 푸르른 하늘로 된 세상을 열어주었어 한 번의 명랑한 당신의 웃음소리가 찢어주었어 내 생의 가면을 (나해철·시인, 1956-) + 금빛 웃음 유치원 가방을 멘 아이 손을 잡고 할머니 느릿느릿 걸어간다. 아이가 급한 기색을 보이자 서슴없이 길섶에 앉혀 똥을 누이고 찹쌀떡처럼 하얀 엉덩이를 괜히 한번 찰싹 때리고는 바지춤을 여며주며 함빡 웃는데 오래된 금니 하나 아침햇살에 반짝 빛났다. (류정환·시인, 1965-) + 하얀 웃음 산밭 감자꽃 하얗게 웃고 있어요. 땅 속에 감자 알알이 숨겨놓고 시치미 뚝 떼고 있어요. 누가 알면 어쩌나 누가 캐가면 어쩌나 나비 불러 앉혀 놓고 또 하얗게 웃고 있어요. 엄마 마음은 다 같은가 봐요. (류영순·아동문학가) + 웃는 기와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옛 신라 사람들은 웃는 기와로 집을 짓고 웃는 집에서 살았나 봅니다. 기와 하나가 처마 밑으로 떨어져 얼굴 한쪽이 금가고 깨졌지만 웃음은 깨지지 않고 나뭇잎 뒤에 숨은 초승달처럼 웃고 있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한 번 웃어주면 천년을 가는 그런 웃음을 남기고 싶어 웃는 기와 흉내를 내 봅니다. (이봉직·시인, 1965-) + 미소 쓸쓸한 이에게는 밝고 따스하게 울적한 이에게는 맑고 평온하게 웃는다는 서산 마애불을 보며 새삼 생각한다 속깊이 아름다운 웃음은 그냥 절로 생성되지 않는다고 생애를 걸고 암벽을 쪼아 미소를 새긴 백제 석공의 지극한 정성과 공력을 보며 되짚어 생각한다 속깊이 아름다운 웃음은 생애를 두고 가꾸어가는 것이라고 아름다운 미소가 세상을 구하리라 믿은 천사백 년 전 웃음의 신도여 그대의 신앙이 내 마음의 진창에 연꽃 한 송이 피우누나. (최두석·시인, 1956-) + 웃음 예찬 웃음은 큰 대가를 치르지 않고서도 많은 것을 이루어냅니다. 웃음은 받는 이의 마음을 풍족하게 해주되 주는 이의 마음은 가난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웃음은 번개처럼 짧은 순간에 일어나지만 그 기억은 영원히 남을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는 웃음 없이 잘 살 수 있을 만큼 부자도 없으며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할 만큼 가난한 사람도 없습니다. 웃음은 가정에서 행복을 꽃피우고 직장에서 호의를 베풀어주며 친구 사이에는 우정의 증표가 되어줍니다. 웃음은 지친 사람에게는 안식이요, 낙담한 사람에게는 격려이며, 슬픈 사람에게는 희망의 빛입니다. 세상의 어려움을 풀어주는 자연의 묘약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웃음은 돈을 주고 살 수도, 구경할 수도 없으며 빌리거나 훔칠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웃음은 대가 없이 줄 때에만 빛을 발하기 때문입니다. (데일 카네기·미국의 저술가, 1888-1955) + 꽃잎 꽃잎은 겨우 한 계절을 살면서도 세상에 죄 지은 일 하나 없는 양 언제 보아도 해맑게 웃는 얼굴이다 잠시 살다가 총총 사라지는 가난한 목숨의 저리도 환한 미소 마음 하나 텅 비워 살면 나의 생에도 꽃잎의 미소가 피려나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