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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시모음> 이형기의 '나무' 외

     날짜 : 2012년 04월 03일 (화) 2:20:38 오전     조회 : 3209      

<나무 시모음> 이형기의 '나무' 외

+ 나무

나무는
실로 운명처럼
조용하고 슬픈 자세를 가졌다.

홀로 내려가는 언덕길
그 아랫마을에 등불이 켜이듯

그런 자세로
평생을 산다.

철 따라 바람이 불고 가는
소란한 마을길 위에

스스로 펴는
그 폭넓은 그늘......

나무는
제자리에 선 채로 흘러가는
천 년의 강물이다.
(이형기·시인, 1933-2005)


+ 나무를 위하여

어둠이 오는 것이 왜 두렵지 않으랴
불어닥치는 비바람이 왜 무섭지 않으랴
잎들 더러 썩고 떨어지는 어둠 속에서
가지들 휘고 꺾어지는 비바람 속에서
보인다 꼭 잡은 너희들 작은 손들이
손을 타고 흐르는 숨죽인 흐느낌이
어둠과 비바람까지도 삭여서
더 단단히 뿌리와 몸통을 키운다면
너희 왜 모르랴 밝은 날 어깨와 가슴에
더 많은 꽃과 열매를 달게 되리란 걸
산바람 바닷바람보다도 짓궂은 이웃들의
비웃음과 발길질이 더 아프고 서러워
산비알과 바위너설에서 몸 움츠린 나무들아
다시 고개 들고 절로 터져나올 잎과 꽃으로
숲과 들판에 떼지어 설 나무들아
(신경림·시인, 1936-)


+ 세상은 나무가 바꾼다

이 세상은 나무의 것이다

사람 사는 일이 아름답지 못할 때
숲에 들면
나무는 얼마나 많은 목숨을 살리는지
내 뼈마디가 다 꺾인다
햇빛을 향해 속살 말랑말랑한 가지는
휘어지고 문득 방향을 틀었지만
그건 억지도 도식도 아니다
햇빛도 나무 때문에 지구에 온다
나무는 햇빛의 속마음을 제 잎사귀에 적어두고
나머지는 온갖 꽃이나 벌레들의 색깔과
뭇 짐승의 체온으로 돌려준다
그래서 만산홍엽이다
사람들은 세상을 위해 무엇 하나 하는 일이 없는데
나무는 제 일이 세상일이고
세상일이 제 일이다
지난여름 그 무서운 태풍과 겨뤄본 듯
내 허벅지만한 나무 한 그루,
입동 가까운 세상에게 제 몸을 말려 건네주고 있다
이 세상은 나무가 바꾼다
(황규관·시인, 1968-)


+ 나무가 흔들리는 것은

나무가 이파리 파랗게 뒤집는 것은
몸속 굽이치는 푸른 울음 때문이다

나무가 가지 흔드는 것은
몸 속 일렁이는 푸른 불길 때문이다

평생을 붙박이로 서서
사는 나무라 해서 왜 감정이 없겠는가
이별과 만남 또, 꿈과 절망이 없겠는가

일구월심 잎과 꽃 피우고
열매 맺는 틈틈이 그늘 짜는 나무

수천수만 리 밖 세상 향한
간절함이 불러온 비와 바람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저렇듯
자지러지게 이파리 뒤집고 가지 흔들어댄다
고목의 몸 속에 생긴 구멍은
그러므로 나무의 그리움이 만든 것이다
(이재무·시인, 1958-)


+ 나무들의 마을

마을 한 바퀴 들러보니
나무들 거기 서 있습디다
뒷동산에 청솔나무
동구밖에 정자나무
맑은 바람과
투명한 햇살
그 싱그런 초록 전류에
갱변의 미루나무로 차르르
당산의 배롱나무도 차르르

어디 그뿐 아니라
사람도 거기 깨어 여전합디다
참등나무집 과수댁
오동나무집 보성영감
등꽃 달고 오동꽃 보며
그런 대로
거기 살 듯
은행나무집 할매도 성성히
대추나무집 노총각도 팽팽히
(고재종·시인, 1959-)


+ 나무의 꿈

내가 직립의 나무였을 때 꾸었던 꿈은
아름다운 마루가 되는 것이었다
널찍하게 드러눕거나 앉아있는 이들에게
내 몸 속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낮과 밤의 움직임을 헤아리며
슬픔과 기쁨을 그려 넣었던 것은
이야기에도 무늬가 필요했던 까닭이다
내 몸에 집 짓고 살던 벌레며, 그 벌레를 잡아먹고
새끼를 키우는 새들의 이야기들이
눅눅하지 않게 햇살에 감기기도 하고,
달빛에 둥글게 깎이면서 만든 무늬들
아이들은 턱을 괴고 듣거나
내 몸의 물결무늬를 따라 기어와 잠이 들기도 했다
그런 아이들의 꿈속에서도 나는 편편한 마루이고 싶었다
그러나 그 아이들이 자라서 더 이상
내 이야기가 신비롭지 않을 때쯤, 나는 그저 먼지 잘 타고
매끄러운 나무의 속살이었을 뿐, 생각은 흐려져만 갔다
더 이상 무늬가 이야기로 남아 있지 않는 날
내 몸에 비치는 것은 윤기 나게 마루를 닦던 어머니,
어머니의 깊은 주름살이었다
(문정영·시인, 1959-)


+ 나무의 밀교

누군가 내게 보낸 봉인된 엽서들을
손에 쥐고 흔드는 저 나무의 애틋한 눈길은
천상의 우체부를 닮았다
지난 겨우내 썼다 지우고
지웠다 다시 쓴 생명의 시간,
나무는 수도 없이 잎들을 땅에 떨구며
자신을 버리고
한번 버렸던 잎들을 봄마다 다시 주워들어
지나는 이들에게 애타게 손을 흔드는 것이다
그럴 때 세상은 볕에 물들고
빈 나무의 풍요한 밀교를 기억한다
길을 가다가 살펴보면
나무는 한 권의 책이 되어 있다
미처 건네주지 못한 숱한 사연과 온기들을
둥근 나이테 사이에 두툼하게 끼워 두고
새파란 우체통이 되어 우두커니 서 있다
자물쇠 없는 우체통에서
오래 잠들었던 내 사랑을 흔들어 깨울 때,
몸에서는 짙푸른 잎사귀가 돋아나고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다가가
불쑥, 초록 손을 내밀어보는 것이다
(권영준·시인, 1962-)


+ 나무의 詩

나무에 대한 시를 쓰려면 먼저
눈을 감고
나무가 되어야지
너의 전 생애가 나무처럼 흔들려야지
해질녘 나무의 노래를
나무 위에 날아와 앉는
세상의 모든 새를
너 자신처럼 느껴야지
네가 외로울 때마다
이 세상 어딘가에
너의 나무가 서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지
그리하여 외로움이 너의 그림자만큼 길어질 때
해질녘 너의 그림자가 그 나무에 가 닿을 때
넌 비로소 나무에 대해 말해야지
그러나 언제나 삶에 대해 말해야지
그 어떤 것도 말고
(류시화·시인, 1958-)


+ 나무의 몸

나무를 자르고 나서 나무의 몸 안을 본다.
나무의 몸 속은 티끌도 없이 눈부시다.
뿌리의 하얀 뼈를 세우고
세월의 둥근 집을 새겨온 나무의 몸.
잘려진 나무의 몸 속에
싸한 향기 가득하다.
몸 밖의 비바람을 키우며
몸 안의 그리움을 따라 돌고
돌아온 나무의 세월
나무는 알았을까
아득히 멀어 끝도 없이 이어진
세상 속 길
잘려진 나무의 둥근 길 따라
몸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
한 줌의 눈물마저 침묵으로
다져 놓은 하얀 빛.
나무의 몸 안에는
천년의 세월 견디며 켜 놓은
둥그런 등불 하나.
(고현수·시인)


+ 믿음에 관하여

나무를 보니 나도 확실한 믿음이 있어야겠다
어떠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둥이 있어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살다가 가야겠다
그러려면 먼저 깊은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땅에
내 마음의 나무 한 그루 심어야겠다
눈과 비, 천둥과 번개를 말씀으로 삼아
내 마음이 너덜너덜 닳고 헤질 때까지
받아적고 받아적어 어떠한 소리에도 귀 기울이지 않는
침묵의 기도문 하나 허공에 세워야겠다
남들이 부질없다고 다 버린 똥, 오줌
향기롭게 달게 받아먹고 삼킬 수 있는 나무,
무엇을 소원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나무,
누구에게나 그늘이 되어주는 나무,
그런 나무의 믿음을 가져야겠다
하늘 아래 살면서 외롭고 고독할 때
눈물을 펑펑 흘리며 울고 싶을 때
못 들은 척 두 귀를 막고 눈감아 주는 나무처럼
나도 내 몸에 그런 믿음을 가득 새겨야겠다
(임영석·시인, 1961-)


+ 나무의 생애

비바람 드센 날이면
온몸 치떨면서도
나지막이 작은 신음소리뿐

생의 아픔과 시련이야
남몰래 제 몸 속에
나이테로 새기며

칠흑어둠 속이나
희뿌연 가로등 아래에서도
고요히 잠자는 나무

보이지 않는 뿌리 하나
목숨의 중심처럼 지키면 그뿐
세상에 반듯한 집 한 칸
장만하지 못하고서도

햇살과 바람과 이슬의
하늘 은총 철석같이 믿어
수많은 푸른 잎새들의
자식을 펑펑 낳는다

제 몸은 비쩍 마르면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기른 것들과
늦가을 찬바람에 생이별하면서도
새 생명의 봄을 기약한다

나무는 제가 한세월
잘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기나 할까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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