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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에 관한 시 모음> 권달웅의 '쌀' 외

     날짜 : 2012년 06월 06일 (수) 2:15:41 오전     조회 : 2685      

<쌀에 관한 시 모음> 권달웅의 '쌀' 외

+ 쌀

아버지는 쌀을 안다.
쌀이 농민의 피라는 것을,

논매고 피 뽑고 농약 치고
허리가 휘어지도록 일해 얻은 벼가
가마니에 담겨 정미소로 들어가
드디어 쌀이 되어 와아아 쏟아질 때

그 반지르르 윤기 도는 쌀을
돌덩이같이 된 손으로 받으며
우는 듯 웃는 아버지는 안다.
쌀이 농민의 피라는 것을,
(권달웅·시인, 1944-)


+ 쌀

서울은 나에게 쌀을 발음해 보세요, 하고 까르르 웃는다
또 살을 발음해 보세요, 하고 까르르 까르르 웃는다
나에게는 쌀이 살이고 살이 쌀인데 서울은 웃는다
쌀이 열리는 쌀 나무가 있는 줄만 알고 자란 그 서울이
농사 짓는 일을 하늘의 일로 알고 살아온 우리의 농사가
쌀 한 톨 제 살점 같이 귀중히 여겨 온 줄 알지 못하고
제 몸의 살이 그 쌀로 만들어지는 줄도 모르고
그래서 쌀과 살이 동음동의어이라는 비밀을 까마득히 모른 채
서울은 웃는다
(정일근·시인, 1958-)


+ 벼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와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 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 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이성부·시인, 1942-2012)


+ 쌀을 앉히면서, 쌀이시여

앉아서 인간의 밥이 되는 쌀이여
인간의 밥이 되기 위해 숨을 죽일 때 그대들
몸을 뒤틀까 몸부림칠까 까무러칠까 오그라진 채 오무락도 못할 때 비로소
눕는 것일까 인간의 밥이 되기 위해 좌선하는 쌀들
인간의 밥이 되는 것이 차라리 행복하여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벌거벗은 부처들
근엄한 옷 입은 어떤 경전보다 감동적이거늘
밥티를 함부로 흘리지 말라 인간들아
도량을 더럽히지 말라 밥통을 그리하여
좌선하여 끓어 넘치는 열반의 선방에
우리 모두 앉을 수 있다면
인간의 밥이 되는 쌀이시여
삼배 올리옵니다.
(차창룡·시인, 1966-)


+ 쌀을 씻으며

쌀이 곳간 속에 쌓이면 숨이 차서 죽지
가난하지만 내 아내가 새벽에 쌀을 씻을 때
쌀은 환희의 아우성을 친다네

쌀은 살아야지 우리들 몸에 익히어
쌀은 비로소 산다네
부잣집 곳간에 처박히거나 지천으로 먹다 남기면
쌀은 죽는다네 부자도 망하고

쌀을 사야지 나의 하루를 팔아서라도
몽땅 하루치의 쌀을 사서
쌀을 씻고 싶어하는 아내가
쌀을 씻으며 즐거워하는 소리를 들어야지

또렷또렷 눈을 뜨고 살아 있는 쌀
더 하얗게 눈부시게 살아있는 쌀
쌀 한 톨 흘리지 않는 내 아내가 나는 쌀처럼 귀엽다네
하얀 팔뚝 걷어올리고 쌀을 씻는 내 아내
(정대구·시인, 1936-)


+ 쌀을 씻으며 - 뉘

어느 이루지 못한 사상을 보네
어느 피지 못한 노동을 보네
그러나,
끝내 밥이 되길 거부하는
그 삶을 보네

한사코, 뜨물 위에 떠오르는 뉘 하나 뉘 둘 뉘 셋 ......
(정세훈·시인, 1955-)


+ 쌀에서 살까지의 거리

말끔하게 마당질한 알곡에
언틀먼틀 불거진 한 생의 부스러기를 섞는다

표정 없는 일상의 손에 휘둘려 농부의 피살이
땀과 눈물과 애간장이 부옇게 씻겨져 나간다

살아 있는 자음과 모음의 배반을 꿈꾸며
먼지 풀풀 날리는 하루를 지탱해 줄 밥솥 안으로
땅의 경전을 집어넣는다

작은 우주 안에서 불, 물고문을 견디며
기꺼이 우리들의 더운 피가 되어 주는
한 톨의 쌀

나도 누군가의 입안에서 달콤하게 씹힐
저녁 한 끼라도 될 수 있다면
(문현미·시인, 1957-)


+ 쌀을 씻다가

손가락 사이 흘러나가는 쌀뜨물에 섞여
어머니 낮은 목소리 들린다
걱정할 것 없다... 아무 걱정하지 말아라...
황망히 오므리는 손바닥 그물에
또렷이 나를 올려다보는 맑은 쌀알들
속깊이 울려 퍼지는 낮은 목소리에
나도 쌀알처럼 맑아지다가
한 잎 두 잎 꽃잎 떨구며 섰는 해거름 목련에
가만히 눈길 머문다
(김은숙·시인)


+ 쌀가게 할머니

거진시장 뒷골목길 옛 쌀가게 할머니
여든이 훌쩍 넘어 가끔 치매증세가 있으시다는데
도로확장 계획에 묶여 오랫동안 비어있는
가게 유리창에 자주 내 붙이시는 할머니체 글씨
'가개 세 놋습니다'

바다 마르던 궁한기에는 등대 언덕배기 사람들에게까지 쌀이나 국수 외상을 한 번도 거절하지 않으셨다는 인심 좋고 기운 펄펄 하시던 쌀가게 할머니
혼자 키운 아들이 늦은 나이에 읍사무소에 취직을 하면서 힘에 부쳐 가게문을 닫으셨는데 동네에 대형슈퍼마켓들이 들어서면서 재래시장도 기운을 잃어 뒷골목 길은 사람들 발길이 뜸해져 버렸다
사람 그리운 할머니 북적이던 때를 못 잊으시고 세 들어 온 사람들과 정 붙여 살아보시려는데 집이 헐릴 것이라는 말은 기억에서 자꾸만 지워버리시는지 아니면 글씨 바꿔 쓰시는 일에 재미를 붙이셨는지

늦둥이 손녀딸은 딱풀칠을 하고
나이 쉰이 넘은 아들은 유리창에 붙이고
할머니 손뼉 치며 아이처럼 즐거우시다
오늘은 분홍색 사인펜으로 정성 들여 쓰셨다
'가개 세 놋습니다'
(김향숙·시인)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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