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특집 시모음> 박태강의 '현충원'에서 외 + 현충원에서 사랑하는 부모형제 사랑하는 자식과 아내 두고 백척간두에 선 나라를 구하기 위하여 꽃다운 청춘 눈물겨운 나이를 나라와 민족을 위해 바치신 님 그 충성 그 젊음 영원하여라 햇빛 따스한 양지에 하나의 돌이 되어 계신 님 민족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계시리라. (박태강·시인, 1941-) + 유월의 하늘과 산 유월의 하늘이 높고 푸른 것은 유월의 산과 들이 초록빛 숲 우거진 것은 6.25 한국전쟁 때 나라와 겨레 위해 목숨 바치신 국군용사들의 뜨거운 나라 사랑 정신이 지금도 우리들 가슴속에 살아있기 때문이래요. 빗발치는 적군 포탄이 불바다 이루어도 용감하게 싸우다 돌아가신 옛 전우들을 생각하시는 할아버지 유월이 오면 오늘도 남몰래 눈물 흘리십니다. (진호섭·아동문학가, 1948-) + 우리의 대한민국이여 - 광복 60주년 여성 순국선열 추모음악회에 붙여 백두와 한라산이 우뚝한 조국 땅 압록과 한강이 유유히 흘러 기름진 이 땅을 넘보던 일제 식민지의 마수들을 물리치기 위하여 우리들은 얼마나 많은 땀과 피를 흘렸던가? 우리 선열들의 피가 삼천리 강산을 적시고 선열들의 땀이 산과 들을 적실 때 일제의 탄압을 벗어나기 위하여 두 주먹 거머쥐고 온 겨레가 힘껏 일어섰다. 아, 대한민국 우리들은 이 땅을 찾기 위하여 순국선열들이 목숨을 바쳤고 이 겨레를 이 땅에 살리기 위하여 그들의 혼과 넋을 이 땅에 묻었다. 대한민국이여 우리들은 온갖 힘과 정성을 다하여 그대 품에서 살기 위하여 우리들의 누이, 우리들의 어머니를 독립의 제단에 바쳤나니 대한민국, 그대는 영원하리라 아, 대한민국이여 (류정숙·시인, 독립운동가 유관순 열사 친조카) + 애국가 해가 어디서 뜨는가 사람들은 그것이 관심사다 해를 지켜보는 사람은 여유 있는 사람이다 상백도 하백도 그 사이에서 해가 뜬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국기에 대하여 경례!' '이 아름다움을 지켜온 선열에 대하여 묵념!' 꼿꼿한 자세로 서 있는 국기 게양대 부동자세 앞에 떠오르는 것은 태양 같은 태극기 파도가 애국가를 합창하자 한다 한 애국자의 준엄한 결의처럼 동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이생진·시인, 1929-) + 산의 어깨동무 산이 어깨동무를 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휴전선 지뢰밭에서도 바다 한가운데 조그만 섬에서도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눈보라 치는 날에도 어깨동무를 풀지 않고 있다. 다정함이 무엇인지 문득 생각난다. (박두순·아동문학가) + 비무장지대·2 슬픈 일일수록 새들은 빨리 용서할 줄 안다. 우리보다 더 힘들게 살면서도 언제나 우리보다 더 먼저 용서하는 새들 지난 일을 잊기 위해 새들은 소총 소리 들리는 숲을 찾아와 거기에다 편안한 집을 짓는다 지뢰가 흩어진 숲속을 우리보다 더 먼저 찾아와 탄탄하게 집을 짓고 따스한 알을 낳는다. (권영상·아동문학가) + 나라 사랑·I - 애국애족의 노래 이민족 바라보고 눈물짓는 형제여 참을 찾고 선을 심는 이곳으로 모여라 열심히 배우고 부지런히 일하여 빈익빈 부익부 모순을 뽑아서 사랑하며 돕는 삼천리를 만들자 충의의 말씀만을 가슴속 키우며 한 많은 이 강산에 행복을 심고서 빛나는 내일 위해 배우며 일하자 숭고한 우리 피를 이 동산에 뿌리어 온 누리 불 밝힐 태양 되어 높이 살자 (김대원·시인, 1948-) + 남과 북의 한겨레가 곰팡이 냄새 가득한 우울한 이야기들로 잠이 오지 않던 장마철 단물도 향기도 다 빠져버린 과일처럼 맛이 없던 일상의 시간들을 햇볕에 널어야겠습니다 8월엔 우리 모두 해 아래 가슴이 타는 한 그루 해바라기로 서서 주님을 부르게 하소서 그리움조차 감춰두고 오랜 나날 헤어져 산 남과 북의 한겨레가 같은 땅을 딛고 같은 하늘 우러르며 하나된 나라에서 살게 하소서 절망했던 만큼의 희망을 큰 나무로 키우며 사랑의 삽질을 계속하게 하소서 하나되기 위한 진통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용서의 어진 눈빛과 화해의 맑은 마음으로 함께 바라보는 산천이 더욱 아름다운 곳 어머니 나라의 평화 하나된 겨레의 기쁨 꼭 이루어내게 하소서 8월엔 우리 모두 기다림에 가슴이 타는 한 그루 해바라기로 서서 주님을 부르오니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겨레여 밤의 장막을 걷으라 동해에 솟는 해가 조국을 축복하리니, 반만년 역사의 찬란함 위에 서럽게 드리워진 철조망을 걷으라 겨레여! 백의의 형제여! 마주 잡은 손등 위로 떨어지는 한 맺힌 눈물 한 방울 남김없이 쏟아버려라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뜨거운 심장의 맥박소리가 남으로 북으로 달려가노니, 백두산에 꽂아라! 통일의 깃발 한라산에 꽂아라! 통일의 깃발 밤의 장막을 걷으라 강산에 뿌려진 얼룩진 상흔을 씻으라 태양은 솟구쳐 통일된 조국을 축복하리니. (최해춘·시인, 경북 경주 출생) + 더불어 살자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양(羊)떼보다 더 간절한 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봄이 오는 소리를 행여 놓칠까, 긴 겨울, 대지에 귀를 열고 견디는 양. 양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은 까닭에 결코 오는 봄을 의심치 않는다. 봄을 맞이하는 마음이 양떼보다 더 고운 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먼데서 오는 그가 행여 추위에 떨까, 포근한 털옷으로 감싸 안은 양. 양은 항상 이웃과 더불어 사는 까닭에 남의 고통을 안다. 봄을 간직하는 마음이 양떼보다 더 순결한 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 찬란한 봄빛이 행여 더럽혀질까, 정결한 흰옷으로 갈아입고 강가에 서는 양. 양은 결코 서로 다투지 않은 까닭에 한 모금의 사랑도 나누어 마실 줄 안다. 대지에 귀를 대면 아아, 지금은 멀리서 봄이 오는 소리. 들린다, 어디선가 강물 풀리는 소리. 졸졸졸 어디선가 눈 녹는 소리. 온 누리 빛 밝은 그 날이 오면 온 누리 찬란한 새 봄이 오면 강물에 풀리는 얼음장처럼 우리도 하나되어 남북(南北)으로 흐르자. 우리도 양떼 되어 이제는 더불어 살자. (오세영·시인, 1942-) + 봄바람과 철조망 강원도 철원군 월정역에서는 우리 키보다 훨씬 높은 철조망을 볼 수 있다. 북으로 달려가다 멈추어 선 기차를 가로막고 서 있는 남과 북의 철조망 봄바람이 불어와도 그대로 서 있다. 그러나 봄바람은 예쁜 풀꽃이 피어나도록 철조망 언 손부터 조금씩 만져준다.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 가슴 부풀리며 넘나드는 사이 봄은 이미 철조망 높이만큼 피어오른다. 아, 이제는 됐다. 가슴을 열어 놓고 봄바람을 맞는 철조망도 파란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은 여전히 갈라섬이 없이 하나로 되어 있다. (노원호·아동문학가) + 국토서시(國土序詩) 발바닥이 다 닳아 새 살이 돋도록 우리는 우리의 땅을 밟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숨결이 다 타올라 새 숨결이 열리도록 우리는 우리의 하늘 밑을 서성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야윈 팔다리일망정 한껏 휘저어 슬픔도 기쁨도 한껏 가슴으로 맞대며 우리는 우리의 가락 속을 거닐 수밖에 없는 일이다. 버려진 땅에 돋아난 풀잎 하나에서부터 조용히 발버둥치는 돌멩이 하나에까지 이름도 없이 빈 벌판 빈 하늘에 뿌려진 저 혼에까지 저 숨결에까지 닿도록 우리는 우리의 삶을 불지필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숨결을 보탤 일이다. 일렁이는 피와 다 닮아진 살결과 허연 뼈까지를 통째로 보탤 일이다 (조태일·시인, 1941-1999) + 순국선열을 위하여 바치는 기도 주님, 우리 민족을 위하여 앞장서 싸우다 목숨을 잃은 이들을 기억하며 기리오니, 저희가 그들의 희생 정신을 이어받고 실천하여 서로를 위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도록 도와주소서.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