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 아들에게 / 정연복 군대 계급 중에 제일 낮은 것이 이등병이라지만 지금 아빠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가 않는구나. 스물 두 해 동안 함께 살면서 집을 멀리 떠나본 적 없는 너를 군대에 보내고 한동안 허전한 마음 가눌 길 없었는데 5주의 신병교육 훈련을 마치는 수료식이 열린 경기도 연천 연병장에서 집 떠난 지 딱 삼십 팔일 만에 구릿빛 얼굴에 몰라보게 의젓해진 너의 심장 어디쯤 떨리는 아빠 엄마 손으로 이등병 계급장 달아줄 때 보름달같이 환하게 웃던 모습은 정말이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지. 아직은 달랑 작대기 하나의 맨 졸병(卒兵) 그러나 고된 신병교육을 잘 견디어낸 자신에 대한 뿌듯함이 꽃으로 피던 그날의 그 기쁨과 감격과 긍지 가슴속에 보석으로 품으면 작대기 개수야 철 따라 늘며 군인의 길 너끈히 달려갈 수 있으리 별보다도 더 빛나는 작대기 하나의 이등병 나의 아들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