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시모음> 조정권의 '길 위의 행복' 외 + 길 위의 행복 마음을 저축하면 이자가 붙나 마음을 투자하면 두 배가 되나 아니다 마음을 헌금하는 거다 꽃에다 별에다 새에다 샘물에다 이슬방울에다 피라미에다 길에다 무릎을 땅에 꿇고 두 팔을 땅에 댄 다음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하면서 길에다 헌금하는 거다 (조정권·시인, 1949-) + 다리 다리는 만리를 간단다. 만리를 가도록 시키는 것은 마음이란다. (강항·조선 유학자, 1567-1618)) + 문 내 마음속에는 닫힌 문짝을 열고자 하는 손과 열린 문짝을 닫고자 하는 손이 함께 살았다 닫히면서 열리고 열리면서 닫히는 문살을 힘껏 잡고 있으려니 눈물겨워라 눈물겨워라 (안수환·시인, 1942-) + 마음 마을 내 마음의 마을을 구천동(九千洞)이라 부른다. 내가 천씨요 구천(九天)만큼 복잡다단한 동네다. 비록 동네지만 경상남도보다 더 넓고 서울특별시도 될 만하고 또 아주 조그만 동네밖에 안될 때도 있다. 뉴욕의 마천루(摩天樓) 같은 고층건물이 있는가 하면 초가지붕도 있고 태고시대(太古時代)의 동굴도 있다. 이 마을 하늘에는 사시장철 새가 날아다니고 그렇지 않을 때는 흰 구름이 왕창 덮인다. 이 마을 법률은 양심(良心)이 있을 뿐이고 재판소(裁判所) 따위로는 양심법 재판소(良心法 裁判所)밖에는 없다 여러 가지로 지적(指摘)하려면 만자(萬字)도 모자란다 복잡하고 복잡한 이 마음 마을이여 (천상병·시인, 1930-1993) + 약발 어머니 손길 같은 가랑비가 아버지 손길 같은 햇살이 마른 나뭇가지를 살살 쓰다듬는다 얼음땅을 꾹꾹 누른다 약발이 듣는지 배꼽 아래 뿌리가 뜨거워지더니 온몸이 질퍼덕하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약은 살과 뼈 얻어낸 육신에서 푹 고아낸 뜨거운 마음이다 입으로 훌훌 불면서 한 그릇 마시고 나면 얼굴이고 가슴이고 등이고 싹이 트고 새순이 올라오는 게 약발이 제대로 듣는 것이다 (김종제·교사 시인, 강원도 출생) + 마음의 평화 마음의 평화는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이다.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건 내 삶을 사랑하고 나와 함께 그것을 공유했던 사람들을 사랑함으로써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있다. (세퍼드 코미나스·심리치료사) + 열린 마음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알았다. 열린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열린 마음은 사람에게 가장 귀중한 재산이 된다. (마틴 부버·독일의 유대계 종교철학자, 1878-1965) + 마음의 등대 하나 세우며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하지 말고 그것이 사실인지 깊이 생각하여 이치가 명확할 때 과감히 행동하라 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럼 뜨거워라 태산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어라 교만하지 않으면서도 당당한 삶 비굴하지 않으면서도 겸손한 삶 역경이 닥쳤을 때든 그것을 극복했을 때든 늘 평상심으로 살아가는 삶 유연하되 원칙을 잃지 않는 삶 어려울 때마다 근본으로 돌아가 거기서 다시 시작하는 삶 그렇게 살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기원한다 (도종환·시인, 1954-) + 마음먹기에 달렸어요 마음먹기에 달렸어요 마음을 안 먹어서 그렇지 마음만 먹으면 안 되는 일이 없지요. 마음에 저절로 물드는 저 살아 있는 것들의 그림자 있는 그대로 물드는 그 그림자들도 마음먹은 뒤에 그래요. 마음을 먹는다는 말 기막힌 말이에요. 마음을 어쩐다구요? 마음을 먹어요! 그래서 안 되는 일이 없다는 거예요. 마음먹으니 노래예요. 춤이에요. 마음먹으니 만물의 귀로 듣고 만물의 눈으로 봐요. 마음먹으니 태곳적 마음 돌아보고 캄캄한데 동터요. (정현종·시인, 1939-) + 배추의 마음 배추에게도 마음이 있나보다 씨앗 뿌리고 농약 없이 키우려니 하도 자라지 않아. 가을이 되어도 헛일일 것 같더니 여름내 밭둑 지나며 잊지 않았던 말 - 나는 너희로 하여 기쁠 것 같아. - 잘 자라 기쁠 것 같아. 늦가을 배추포기 묶어 주며 보니 그래도 튼실하게 자라 속이 꽤 찼다. - 혹시 배추벌레 한 마리 이 속에 갇혀 나오지 못하면 어떡하지? 꼭 동여매지 못하는 사람 마음이나 배추벌레에게 반 넘어 먹히고도 속은 점점 순결한 잎으로 차오르는 배추의 마음이 뭐가 다를까? 배추 풀물이 사람 소매에도 들었나 보다. (나희덕·시인, 1966-) + 때를 미는 사람들 때를 밀 때는 마음의 때도 함께 밀거라 욕탕에서 반신욕을 하며 눈을 지그시 감은 사람 머릿속엔 무슨 생각하고 있을까 보리수 아래서 참선하는 석가는 아니어도 한 번쯤 명상에 잠겨 마음 비워 볼 일이다. 혈육간에, 이웃간에, 불화로 굳어진 옹이가 있거든 말끔히 풀고 마음을 비우라 무익한 사념도 다 버려라 때를 밀 때는 마음속 때까지도 말끔히 씻어야 하느니 (박광호·시인)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