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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에 관한 동시 모음> 박두순의 '할머니 집에 가면' 외

     날짜 : 2012년 06월 24일 (일) 0:43:08 오전     조회 : 3171      

<할머니에 관한 동시 모음> 박두순의 '할머니 집에 가면' 외

+ 할머니 집에 가면

할머니
화안한 웃음이
먼저 마중 나옵니다.

가끔
그렁그렁한 눈물도
마중 나옵니다.

강아지 꼬리도
살랑살랑
마중 나옵니다
(박두순·아동문학가)


+ 할머니가 웃으실 때

어멈아!
저 할멈하고 나하고 동갑이라는데…
어머나!
어머니가 훨씬 젊어 보이세요
그렇지?
내 맘에도 그런 것 같긴 한데…

할머니가 엄마처럼 웃으신다
탤런트 누나보다
엄마가 훨씬 예쁘다고 할 때처럼
(서금복·아동문학가)


+ 우리 할머니

나만 보면
"밥 무긋나?"
때없이 물어보신다.

밥 먹었다 그래도
"쪼매만 더 무그라."
숟가락 쥐여 주신다.

배부르다 그래도
"밥이 제일이데이."
밥그릇 밀어 주신다.

점심 먹은 뒤에도
저녁 먹은 뒤에도
"밥 무긋나?"
일없이 물어보신다.
(김미혜·아동문학가, 1962-)


+ 인사말

희섭이네 할머니
아침부터 밤나무 밑에 앉아 있다
학교 가는 날 보며
"밥 먹었냐?"
학교에서 돌아올 때도 인사말처럼
"점심 먹었지?"
인라인스케이트 타고 동네 한 바퀴 돌 때도
"밥 먹고 노나?"
우리 할머니 따라 고추밭 갈 때도
"저녁 먹을 때 다 돼서 어디 가나?"
소가 울어도
"밥 때가 됐는갑다."
동네 개가 짖어도
"밥 달라 야단이네."
새가 날아도
"밥 찾아 댕기느라 애쓴다."
엉덩이 툭툭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도
"해 다 졌네. 나도 밥 먹으러 갈란다."
타닥타닥 지팡이 앞세우고
집으로 들어가는 희섭이네 할머니.
(박혜선·아동문학가, 1962-)


+ 우리 할머니

눈만 뜨면
하루에도 몇 번씩
돈을 욕하는
우리 할머니

망할 놈의 돈,
썩을 놈의 돈,
원수 놈의 돈

그러면서도
누가 돈을 주면
제일 좋아하시는
우리 할머니
(김자연·아동문학가, 1960-)


+ 할머니

우리 할머니는
척척 박사시다.
학교 마당에도
못 가 본 노인이지만
당근 값
계산할 때는
바로바로 박사다.

우리 할머니는
마음이 장사시다.
대장인 큰 아빠도
할머니
흰소리 앞에
꼼짝도 못하신다.

그래도 할머니는
나하곤 친구시다.
친구와 다툰 날도
어찌 그리 잘 아시는지
알사탕
아무도 몰래
감추었다 주신다.
(이소영·아동문학가)


+ 택배

시골 계신
할머니가
꽁꽁 묶어서 보내온 택배상자

풀기도 전에
참기름 냄새 먼저 나와
'너거들 잘 있었니?"
솔솔 안부를 묻고

곱게 빻은 고춧가루
잘 말린 무말랭이
봉지 봉지
앉은뱅이 걸음으로 나와
"요건, 고추장 담아 묵고, 요건 밑반찬하고."
집안 가득 할머니 목소리
풀어놓는다.

경상남도 하동군 하개면 용강리
김복남
우리 할머니
택배로 오셨다.
(박선미·아동문학가, 1961-)


+ 스트레스

우리 고모는
전자 제품 공장에 다닙니다.
그런데 공장에만 가면
스트레스 받아 옵니다.

사장이 일 빨리빨리 하라고
만날 잔소리 해 대는 바람에
스트레스 받아서 미치겠다는데
할머니가 한마디 거듭니다.

“야야, 오데 받을 끼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아 오노.
일을 했으모 돈을 받아 와야지.“

어머이, 돈은
월급날이 돼야 받아 오지요.“

"야야, 스트레스는 만날 받아 오면서
돈은 와 만날 못 받아 오노.“

"아이고오 어머이,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이소.
아하하하 아하하하…….“

말도 안 되는 할머니 말씀에
우리 고모 스트레스는
온데간데없습니다.
(서정홍·아동문학가, 1958-)


+ 엄마 계시냐

옆집 할매
검정봉지 들고
엄마 계시냐?

오늘은
고구마 다섯 개
무 두 개

엄마는 무밥 지어
할매랑 머리 맞대고
우리는 맛탕에 머리 맞대고

혼자 먹는 밥이
제일 무섭다는 할매는,

내일도
검정봉지 앞세우고
엄마 계시냐?
(민경정·아동문학가)


+ 외로운 할머니  
  
"하룻밤만 더 묵어 가거라."
"서울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아요."
할머니 눈 속에 핑 도는 눈물.

앞서가는 손자의 뒤통수가
꼭 제 아범 같다며
눈물을 꼭꼭 깨무신다.

"언제 또 오겠냐?"
"설 때나 오겠어요."

엄마가 시키는 대로
손을 흔드는
손자의 귀여운 손바닥이
할머니 눈 속에
안개를 피우고
차는 떠났다.

할머니 곁에 남은
서리 맞은 코스모스
고개만 살래살래.
(임교순·아동문학가, 1938-)


+ 병문안 가는 길

외할머니 병문안 가는 길
푸석푸석 흙 길을 걸었어요.

달랑달랑 강아지처럼 따라오는 흙먼지
어제 산 운동화가 투덜거려요.

"외할머니는 이 길로
둥근 호박, 길쭉 무, 광주리에 이고 팔아
6남매를 키웠단다."

엄마는
자꾸 옛날이야기를 해요.

노란 민들레 핀 저수지 둑길에 앉아
흙 털다 툭 떨어진 운동화 위에

엄마 눈물도
툭 떨어졌어요.
(박경옥·아동문학가)


+ 종이상자 집

은행 담벼락에
종이상자를 접착테이프로 이어 붙여
겨우 겨우 칼바람을 막은
조그만 집

참깨, 콩, 팥, 마늘, 생강 따위를
맨땅에 늘어놓고 파는 할머니가
주인이다.

사 주는 사람도 없는데
종일 좁은 곳에 웅크리고 앉아
콜록콜록 기침하던 할머니.

오늘은 종이상자 집이 텅 비었다
무슨 일일까
무슨 일일까

핼쑥한 할머니 얼굴 떠올라
자꾸자꾸만 뒤돌아보며 걷는다.  
(박예분·아동문학가, 1964-)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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