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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의 애송시 모음> 김재진의 '햇살 이야기' 외
날짜
:
2015년 05월 28일 (목) 4:13:07 오후
조회
:
2771
<가난한 사람들의 애송시 모음> 김재진의 '햇살 이야기' 외
+ 햇살 이야기
모든 것 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날
반짝이는 햇살이 다가와 아니라고 말했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으니
아무것도 잃을 것 없다고
어깨에 앉은 햇살이 내게 아니라고 말했네
(김재진·시인, 1955-)
+ 행복론
한해살이 풀이라고
저도 왜 예쁜 꽃망울
달고 싶지 않으랴만
고만고만 살다가
말도 없이 구름도 모르게
몸 거두어 떠나는 걸 보면
한 움큼
가슴에 고이는 부러움.
(임만근·시인, 경남 진주 출생)
+ 풀잎에게 배우다
비에도 땡볕에도 바람에도
지지 않고
여린
연둣빛들
일어선다 자란다
고난은
용수철인 것
풀잎에게 배우다
(김일연·시인, 1955-)
+ 경건
온 천지
혹독하게 얼어붙은 겨울 들판에
초가집 굴뚝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가냘픈 연기.
코로 따뜻한 숨을 내뿜는
그 살아 있음의
경건함이여.
(오세영·시인, 1942-)
+ 세상사
울지 마
울지 마
이 세상의 먼지 섞인 바람
먹고 살면서
울지 않고 다녀간
사람은 없어.
세상은
다 그런 거야...
울지 말라니까!
(정채봉·아동문학가, 1946-2001)
+ 들
올라갈 길이 없고
내려갈 길도 없는 들
그래서
넓이를 가지는 들
가진 것이 그것밖에 없어
더 넓은 들
(천양희·시인, 1942-)
+ 잘 마른 수건 한 장
눈물로 세수를 하고
창문을 열면
창 밖은 파란 하늘.
뭐가 그렇게 슬펐나.
멍청이처럼 잊게 만드는
저 맑은 하늘이
파란 수건이 되어
젖은 얼굴을 닦아주네
(현택훈·시인, 1974-)
+ 가난하다는 것
가난은
가난한 사람을 울리지 않는다
가난하다는 것은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오직 한 움큼만 덜 가졌다는 뜻이므로
늘 가슴 한 쪽이 비어 있어
거기에
사랑을 채울 자리를 마련해 두었으므로
사랑하는 이들은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안도현·시인, 1961-)
+ 가난하여 - 두춘에게
가난하여 발 벗고 들에 나무를 줍기로서니
소년이여 너는
좋은 햇빛과 비로 사는 초목 모양
끝내 옳고 바르게 자라지라
설령 어버이의 자애가 모자랄지라도
병 같은 가난에 쥐어짜는
그의 피눈물에 염통을 대고
적은 짐승처럼 울음일랑 울음일랑 견디어라
어디나 어디나 떠나고 싶거들랑
가만히 휘파람 불며 흐르는 구름에 생각하라
진실로 사람에겐 무엇이 있어야 되고
인류의 큰 사랑이란 어떠한 것인가를
아아 빈한(貧寒)함이 아무리 아프고 추울지라도
유족함이 개같이 길드느니보다
가난한 별 아래 끝내 고개 바르게 들고
너는 세상의 쓰고 쓴 소금이 되라
(유치환·시인, 1908-1967)
+ 가난한 시인의 기도
제가 가난한 시인으로
살아가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가난하니까 세상의
가난한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고
시인이니까 가난한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노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난을 애써 찬양하지는 말되
가난에 기죽는 일도 없게 하소서
가난하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기쁨과 행복을 놓치지 않게 하소서
물질적으로 부족한 자리를
정신적인 풍요로움으로 채우게 하소서.
들꽃은 볼품없이 가난해도
늘 평안하고 보석같이 빛납니다
자신의 소박한 모습 그대로
만족하고 평화롭기 그지없습니다
제가 들꽃의 어여쁨을 노래하는
이름 없는 시인 되게 하소서.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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