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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 시 모음> 정연복의 '빈손' 외
날짜
:
2015년 05월 26일 (화) 10:42:12 오후
조회
:
2270
<빈손 시 모음> 정연복의 '빈손' 외
+ 빈손
빈손은
그냥 아름답다
비어 있어서
오히려 그윽하다.
빈손은
희망적이다
비어 있으니
뭔가 새것을 잡을 수 있다.
빈손은
근원적이고 궁극적이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니까.
지금 빈손이요
지금 가진 게 없는 사람
정녕 행복에
가까이 있는 사람이다.
+ 빈손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지상에서의
짧은 한 생이라면
지금 가진 게 없어
빈손뿐일지라도
부끄러울 것 없네
슬퍼할 것 하나 없네.
텅 빈손으로 왔다
텅 빈손으로 돌아가야 하는
너와 나의
어차피 가난한 목숨이라면
안달 떠는
욕심에 사로잡혀
바동거릴 것 하나 없네
하나도 없네.
+ 빈손
땅거미 내려 어둑어둑한
도봉산 우이암 오르는 길
며칠 새 퍼부은 장맛비에
콸콸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 물에
가만히 두 손을 담갔다
움켜쥐었던 두 주먹
사르르 펼쳐진다
빈손!
한순간
참 편안하다
손이 한 잎
꽃잎으로 피는 느낌이다
+ 빈손
나는 이 세상에
빈손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세상을
처음과 똑같이
빈손으로 떠나야 합니다.
살아가면서
손에 꼭 쥐고 있는 것
누가 뭐라고 해도
내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는
여러 가지 중에 어느 하나도
영원히 나의 것일 수는 없습니다.
물건이든 집이든
내 곁의 사랑하는 사람들까지도
모두모두 내 손에서
놓아버릴 준비
빈손으로 돌아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 손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바로 알 수 있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퍽 의미심장한 방법이 있다.
뭔가를 악착같이
움켜쥔 손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은
텅 빈손.
이 둘 중에 어느 쪽에
당신의 마음이 더 끌리는가
솔직히 당신의 손이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는가.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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