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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간의 유예(猶 豫) *4*
Story
날짜
:
2001년 03월 01일 (목) 1:46:03 오후
조회
:
1044
.........하............
빨간 저승사자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난 곧바로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역시 지진아였군....."
.....................
음...우선 씹자..........
머리가 복잡하다........
지끈지끈........
으씨...............
으아아아아악~~
아까전의 대화.....
"에릭에 이어 내가 설명하지,돌머리야.
네가 차에 치이던건 기억나지??"
끄덕끄덕.
"넌 그때 차에 심하게 부딛쳐서 영혼만 튕겨져 나온거야.
그날이 네 수명이 끝나는 일이 아니라서
이 정도로 끝난거라구.
알아들어??"
갸우뚱....
끄덕끄덕.
"그리고 너같이 영혼만 튕겨져나온
특별한 경우에는 기회가 주어져.
첫번째는 이대로 우리처럼 저승사자가 되는 것.
그리고.......
두번째는 49일간의 기간동안 지상에서
자신과 가까웠던 이에게 자신을 인식시키는거야.
알아듣겠냐?"
도리도리....ㅠ.ㅠ
"......돌대가리...."
빠지직......
"어쭈......째려보면 어쩔껀데?"
시무룩...........
"........다시 설명해줄게 잘 들어."
끄덕끄덕
......이렇게 해서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설명을 해준 내 앞의 저승사자에게 난 물었다.
"지금 선택해야해?"
"아니."
"......나 지금쯤 병원 가있겠지?"
"아마도......."
"거기 가볼수 있어?
가족들 보구 선택할래."
".......좋아."
그가 그렇게 말하고는 갑자기 내 손을 잡았다.
헉!
너 무슨 짓이냐??
"무슨 짓이긴....니가 병원 가보고 싶다며!"
"손 잡구 걸어가면 돼는거야??"
".......내가 미쳐......
눈 감어."
"눈은 또 왜........."
"감으라면 감어!!"
왜 소리는 지르구 난리야.....ㅠ.ㅠ
그치만 난 너무나 살벌한 그의 표정에 눈을 감고 말았다.
그 순간........
주위의 공기가 확 바뀌는 것 같더니
갑자기 주위가 시끌시끌해졌다.
아아........
눈 뜨고 싶어서 미치겠다..........
"이젠 눈 떠."
그말에 눈을 번쩍 떴는데.........
맙소사.........
"네가 입원한 병원이다."
................
병원...........?
아까까지만 해도 까만 공간이였는데......
에릭이라는 남자의 말대로 여긴 병원이였다......
그것도 수술실 앞........
"야,언제까지 잡고있을래?
이제 놔도 괜찮어."
"어?아....응......"
나 좀 봐..........
놓으려고 했는데 손이 말을 안 듣는다.............
게다가....나...떨고있네???
"침착해...."
나지막하게 울리는 목소리.......
웬지....그 목소리에 조금씩...조금씩.....
안심이 됀다........
그치만....역시 손는 못 놓겠어........
이것이라도 붙잡고 있지 않으면.....
아까부터 약간씩 불투명해보이는 내가 사라져 버릴것 같아서.......
무...서...워....
"야,저거 니 동생아니냐?"
"어.......?"
그 말에 여태까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더니.....
간이의자에 고개를 숙인채로 앉아있는 익숙한 뒤통수가 보였다.
전........진........
"진아!!"
.....내가 부른게 아냐.......
뒤에서 들려오는 너무나 낮익은 목소리......
....엄......마......
"진아!갑자기 어떻게 된거니?
신이가 차에 치이다니....."
엄마의 목소리에 진이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채로 말했다.
약간씩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아까 전화로 말씀드린대로에요....
신이........
저 때문에 카레 사러갔다가 차에 치인거에요......
저 때문에...."
그 말을 하면서 진이는 조금씩 어깨를 떨며 울기 시작했다.
이런.....
아냐,진아........
그런게 아냐.....
카레가루만 사고 곧바로 왔었더라면 나 차에 안 치였어....
건전지 산다고 고집부려서.....
그래서 차에 치인거야......
그러니까....네 탓이 아냐.......
나도 모르게 한방울 한방울 눈물이 흘러나왔다...
엄마를 안으며 오열하는 진이를 보고있자니....그냥...
눈물이...뚜욱 뚜욱 흘러나와.....
씨잉.....
저럴거면 평소에 좀 잘하면 어디가 덧나냐......
"끼익..."
아.....수술실의 문이 열리고
TV에서 본 것처럼 초록색 가운을 입은 의사선생님이
약간 지친듯한 얼굴로 나왔다.
"선생님 어떻게 됐죠?
우..우리 신이 괜찮은 거죠?
그렇죠?"
엄마까지 우네....
헤헤......
평소엔 진이만 챙기던 엄만데.....
이러면 안돼는데......
왜 이런 상황에서 웃음이 나오니......
난 의사선생님의 대답을 기다리며 민우의 손을 더 꼭 잡았다.
"일단 상처는 그렇게 심하지 않습니다.
왼쪽 어깨뼈가 부러지고 팔목이 좀 어긋난 상태거든요.
정맥이 좀 찟어져서 피가 많이 났긴 했지만요....
음주차량에 치인 것 치고는 가벼운 상처입니다.
한 이틀 정도면 깨어날겁니다."
.........
그게 가벼운 상처??
씨잉.......
아저씨...아저씨가 그렇게 다쳐봐요...
심하게 다친게 아니라는 소리 나오나....
"아...그럼 다행이군요......."
휴우......
그래....다행이야........
얼굴에 흉터 안 남은게 어디니....
아........
그치만....나.....
이틀후에 깨어날수 있을까.......?
저승사자가 되는걸로 선택하면 죽는 걸로 될텐데...
엄마가 우는걸 기억하면 싫은데....
"그런건 걱정하지마."
"응?"
아직도 내가 손 잡고 놔주지 않아서
내 옆에있는 그가 말했다.
"저승사자가 되는걸로 결정하면 이승의 일은 모두 잊게돼."
"어떻게....."
"레테의 강물을 마시거든."
"레테의 강.......?"
"망각의 강이라고도 하지....
그걸 마시면 기억이 모두 사라져.
그러니까 과거의 기억으로 고민할 걱정이 없다 이거야."
"너도...그렇게 해서 저승사자가 됐어?"
"아아..."
긍정의 뜻......
화가난다.......
저승사자가 되면...가족들을 잊어야 한다는 거잖아..?
돌아가신 아빠 얼굴이랑...엄마랑...진이랑...
학교친구들...
집.....
그런 소중한걸 잊어야 한다는거야?
싫어.....
차라리.....
"나 49일간의 유예 얻는걸로 결정할래."
약간 인상을 찌푸리는 그....
아까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또다른 저승사자....
약간 어두워진 얼굴로 내개 말하는 그.....
"49일간....너의 가까운 사람이 널 알아보지 못하면
넌 영원히...소멸한다는걸 아까 말했잖아......
환생도 불가능하다구......
완전히...정말로.....죽는거야........."
그 말을 다 듣고 나는 다시 진이에게 시선을 던졌다.
약간 지친얼굴에 남아있는 눈물자국.....
내가..만약...죽는다면...진이는 많이 슬퍼할거야...
내가 죽은게 자기 탓이라면서 자책감에 시달릴거구....
"상관없어.49일의 유예를 얻는걸로 결정할래."
그러니까.......
그러니까 진아....
너....날 꼭 알아봐야해.......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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