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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썻다. 말하는 거울처럼 뒷동산에 올라.
바삐 썻다. 한 세상 남부럽지 않게 일필로 내려 쓴 명필 되고자
혼자 썻다. 언어의 찬란. 삶도 다 그 위에 풀어버리고
난 왜 인정머리가 없을까. 왜 사랑할 수 없을까.
세상의 어두움을 보고 원래그렇다는것을 인정하지 않고
나 또한 어두움이 되었을까.
버나드 쇼가 말한대로 슬픔없는 집이 없음을 오래전에 알아서
그 슬픔을 적어 한이 풀려야 할 일이니까.
나는 한 그루 나무가 되어 살 일이었으니까.
내내 그 일들이 그리웠으니까.
문학한답시고 깝치고 다니진 않았으니까.
내 피가 허공으로 날아가면 한 여름밤의 꿈처럼
그 또한 레이디오 프로그램 흐드러지는 오후의 곤함 속에서
영원한 텍스트가 없다는 것을 내가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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