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어린이들을 감동시키는 안데르센의 동화 '성녕팔이 소녀'는
한 소녀의 주검에서 비롯되었다. 성냥불로 몸을 녹이다 거리에서
죽어간 소녀. 그 얼굴의 평화로움을 본 안데르센은, 구원의 나라를
향한 환상과 진한 슬픔을 떨리는 손으로 원고지에 옮겼다.
섣달 그믐 아침 그날은 섣달 그믐이었다. 커튼을 젖히자, 세상은 온통 눈발이었고 바람이 유리창을 두드려댔다.
거리는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듯 흰 이불을 뒤집어 쓴 채 기지개를 켜고, 코펜하겐 특유의 아름다움으로 빛나고 있었다.
간밤에, 고향 오덴세로 가는 마차에 몸을 싣고 콧노래를 부르는 꿈에 젖어있던 안데르센은, 금방이라도 오덴세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아쉬운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무슨 좋은 일이 생기려나?'
딸랑딸랑 방울 소리를 울리며 거리 저 쪽에서 마차가 다가와 안데르센 앞에 멈췄을 때까지도, 안데르센은 줄곧 고향 오덴세 마을 풍경을 그려보고 있었다.
"한스씨, 극장에 가실 거죠?"
"예---"
늘 마주치는 마부의 질문에 짤막하게 대답하고, 마차에 올라탄 안데르센은 또 고향 생각에 잠겼다.
안데르센이 열네 살이 되던 1819년, 좋은 글을 써서 훌륭한 작가로 성공하려고 코펜하겐으로 떠나오기 전날 어머니에게 한 말을 그는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성공하기는 아주 쉬워요. 고생을 많이 하고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는 거예요."
그 때 어머니가 영 마음이 놓이지 않아 점을 쳐보았을 때 마을 점장이는,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은 앞으로 큰 인물이 되어서 온마을 사람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라고 장담했었다.
어머니의 근심스러운 배움과 점장이의 예언을 뒤로 한 채 안데르센은 아버지 옷을 줄여서 만든 옷을 입고 고향 오덴세를 떠나왔다. 벌써 10년 전 일이다.
아직도 꼭 써야 할 많은 글들은 머리 속에서만 뱅뱅 돌고, 작품으로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을 때, 고향 가는 꿈을 꾸고 나면 글이 슬슬 풀려 나왔던 안데르센은 마차에서도 줄곧 생각에 빠져 있었다.
소녀의 주검 "극장 앞에 다 왔는뎁쇼."
"아, 예."
"그런데 저기 웬 사람들이죠?"
"······"
극장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아이구 불쌍도 해라. 저 어린 것이 얼어 죽었군. 쯧쯧쯧!"
모여든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앞으로 나선 안데르센은 거기서 한 주검을 보았다.
한구석에는 어린 소녀가 볼을 발그레 물들이고 입술에는 웃음을 띤 채 움츠리고 앉아 있었다. 아니 죽어 있었다. 소녀의 두 손에는 타다 남은 성냥개비가 꼭 쥐어져 있었다.
"이 아이는 아마 성냥으로 몸을 녹이려 했나봐!"
누군가 혼잣말로 뇌까렸다. 그 순간 안데르센은 목구멍으로 울컥 뜨거운 것이 치미는 것을 느꼈다.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다.
'내가 고향으로 가는 달콤한 꿈에 젖어 있을 때 여기선 한 소녀가, 이 어린 것이 죽어가고 있었다. 아, 그런데 저 평화스런 모습과 발그레한 웃음은 뭐란 말인가?'
그 자리에 붙박힌 안데르센은 걷잡을 수 없는 어지러움에 빠져들어 갔다.
안데르센은 가볍게 진저리를 쳤다. 싸한 느낌이 가슴을 훑고 지나가면서 그 소녀와 어떤 운명적인 끈이 이어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고, 머리속에는 수 많은 등불이 어지럽게 켜지는 것 같았다.
'거리에서 죽은 저 어린 영혼을 달래 주어야 한다. 아무도 모르게 이 세상을 외롭게 떠도는 슬픔도, 죽음 앞에서조차 저렇게 평화롭고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다는 걸 그려 내야 한다.'
"여보게, 한스 뭐하고 있나?"
덴마아크 왕립 극장 지배인이 더 기다리지 못하겠다는 듯이 달려왔다.
마음 속에 피는 환상의 꽃 안데르센은 오랜 환상과 진한 슬픔이 가슴에 꽃무늬로 피어나는 걸 느꼈다. 극장(극장은 당시 안데르센의 일터였다)에 들어온 안데르센은 곧바로 펜을 들어 거침없이 한 편의 동화를 써 내려갔다.
이렇게 태어난 작품이 바로 "그 날은 섣달 그믐이었습니다. 바람이 씽씽 불며 눈까지 내리는 몹시 추운 날이었습니다."로 시작되는,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꿈이 담긴 '성냥 파는 소녀'이다.
안데르센은 이 동화에서, 성냥불 속의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와 안데르센 자신도 무척이나 가보고 싶은 구원의 나라를 그리고 있다. 또한 참다운 신앙과 아름다운 마음씨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도 가르쳐 주고 있다.
성냥팔이 소녀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 가슴에 눈같이 순수한 외침을 남겨 안데르센과 함께 오래도록 살아 있다.
그림:강희경(일러스트)
12.25
항상 이 맘때면 생각나는 동화^^
지금도 보면 눈물이 펑펑 날 것만 같은 동화.
Merry Christmas~^^
12.25
잘봤어요~^^
해피데이~
해피 크리스마스요~^-^
12.25
안데르센이 본 것을 주제로 한 동화였군요...
세상의 버려진 존재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동화죠...
역시 문학은 작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안데르센씨의 가난하지만 따뜻했던 생활... 부러워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