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남자..
내가 어렸을 때
제일 서럽던 기억은
시장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거였어요.
그럴 땐
난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엄마를 찾아 시장을 헤매다니곤 했죠.
나중에 날 찾아낸 엄마는
그렇게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혹시 이다음에 또 엄마를 잃어버리면
그 땐 찾으러 돌아다니지 말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라고,
그러면 엄마가 찾으러 오겠다고..
다 큰 후에도 가끔씩
그 때 꿈을 꾸며 울곤했습니다.
대학에 떨어졌을 때,
처음으로 훈련소에서 잠을 자던 날.
그 때처럼 오늘도
이 사람 많은 곳에서
이렇게 다 커 버린 내가 울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움직이면..
지금 저만큼 걸어가고 있는 그녀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서..
그녀가 다시 날 찾지 못할까 봐
난 엄마를 잃어버린 꼬마처럼
이 자리에
오랫동안 서있을 겁니다.
그여자..
그동안 하고 싶던 말
마음에 쌓인 말
다 말해 버리곤
홀가분하게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커피는
내가 사고 싶었어요.
혹시 뒤따라 나오지는 않을까
서둘어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고 카페를 나왔습니다.
유리문에 달려 있는 조그만 종은
오늘 따라 더 크게 딸랑거리고..
난 그 소리에 놀란 사람처럼
뭔가를 쫓기는 사람처럼
급하게 걸음을 옮깁니다.
하지만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돌아보면
아무도 날 따라온 사람이 없습니다.
뭔가가 이상합니다.
지금쯤은
내 어깨를 붙잡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내 걸음이 너무 빨라서
아직 못 오고 있는 거겠죠?
그런 거겠죠?
버스 정류장
하얗게 눈부신 화장품 광고에 기대어 서서
난..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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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많이 옵니다.
주말 즐겁게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