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익 - 잔액이 부족합니다.
근 20분을 기다려 탑승한 버스의 카드인식기에서 나는 소리였다.
포항시 160번 버스 배차간격은 30~40분.
현재 주머니 속 금전잔량 제로.
어차피 시내서 집까지의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는지라 걸어갈 작정을 하였다.
"허허.. 충전해야겠네요. 내려주세요."
"충전? 지금 내리면 30분 기다려야 되는데. 마, 다음에 꼭 내소"
예상 외로 돌아온 사려깊은 기사님의 대답이었다.
사실. 천원은 푼돈이다.
하지만 그는 그 푼돈에 대한 배려로, 소속 회사의 룰을 어긴 것이다.
누군가 그것을 빌미로 삼아, 무임승차를 시켰다는것을 신고(파렴치한 오라질 것이.)라도 한다면,
그는 그에 불이익 혹은 제제를 받게 될 것이다. 명분이 무엇이든 그것은 규칙이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건 무임승차는 금지다.
하지만 그저 사소한 일에 대한 배려로. 나를 위하여. 주저함도 없이 베풀어주신 기사님.
그렇게 나는 오늘 따뜻한 사람을 만났다.
세상이 아직 그리 흐리기만 한 것은 아닌가 보다.
아주 작은 일이지만. 포항시 160번 버스 이00(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이름을 생략합니다.)기사님의 배려에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