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0년이 다 되어간다.
딱 이때쯤...
따스한 봄날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의 문턱...
한낮엔 뜨거운 태양이 이글거리지만 해만 넘어가면 선선한 바람덕에 반팔 차림이 조금은
부담스러운 지금..
해년마다 이때쯤이 되면 난 과거의 한 시점으로 어김없이 여행을 떠난다.
평상시 기억조차 못하고 잊어버리며 지내다가도...
지금 느껴지는 이 바람과 공기가 잊어버렸던 그 기억과 감각을 되살려준다.
그 당시 특별한 경험을 한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나로써 가장 많은 생각을 했었고 그 시간들이 조금은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너무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막 해가 져서 붉은 노을의 끝자락이 맺혀있는 서쪽 하늘과
검푸른 어둠이 수채화물감처럼 퍼져나가는 동녘하늘에 하나 둘씩 반짝이며 보이는 별들...
그리고 조금은 차갑게 느껴지는 선선한 바람...
그 아래 나는 작은 벤치에 앉아 특별히 심오하지 않았고 특별히 생산적이진 않았지만
혼자서 많은 생각들을 하곤 했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커피전문점이 많지 않아서 캔커피를 들고 있었지만... 아마 지금이었다면
커피맛도 잘 모르면서 매일 한두잔씩은 홀짝이는 아메리카노 한잔을 들고 있었겠지. 훗...
그 캔커피는 상황에 따라 달랐다. 하루는 따뜻한 것을.. 어떤 날은 차가운 것을 샀었다.
그리고 그 맛 역시 하루는 너무 달콤하기도 했고 하루는 씁쓸한 맛이 강했다.
어둔 밤이 하늘을 뒤덮으면 주머니에서 담배 한개피를 꺼내어 물고...
하늘을 향해 희뿌연 연기를 뿜어내었다.
어두은 밤 하늘 덕에 더욱 선명히 보이는 담배연기들이 퍼져나가는 모습을 보며
그리고 폐를 잠식하고 있던 담배연기들을 토해내며... 그 순간만큼은 자유로움이라는 희열감을
맛보기도 했다.
딱 이 계절의 문턱의 시작부터 끝이 나는 짧은 기간동안만...
날이 무더워지면... 같은 하늘 같은 장소에 있어도 이전의 그 감정들을 찾을 수 없었다.
다시 그때의 공기를 느끼는 요즘...
그 자리를 찾아가 한번쯤 그 감정을 다시 불러오고 싶다.
언젠간 꼭 찾아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