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실은 대구찌개 따위가 되고 싶지 않았음에 분명하다.
하얋게 익은 눈깔을 들이다보고 있자면 대구의 죽음 중에는 이마만한
치욕스러운 죽음이 없는 듯. 대구의 무간지옥을 우리는 냄비에 담아두고 있다.
대구찌개, 쌀밥, 고추장, 소금, 고기살점 따위가 다 지옥인 듯
왜인지 먼 나라에 와 있는 듯하다.
-미학적으로 말한다는 건. 아름다움에 대한 무지몽매함만을 논거하는 것 뿐이렸다.
책상에 먼지를 닦아내듯 매일 가벼히 빠져버리는 내 머리카락을 훔치듯
두피에서 간혹 생겨버리고 마는 비듬을 털어내듯 매일의 정리를 요하는 것이렸다.
매일 내 아름다움과 여성상 따위는 그때마다 신탈 바뀌 듯 바뀌었다.
매일의 정리되지 않은 일상을 살기에 그나마 내가 뚜렷히 기억하는 한줄기
빛살같은 이상향이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