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전을 통쾌하게 2:0으로 이긴 우리나라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서울광장에서 영동대로에서 기분좋은 승전보를 접한 사람들은 본인들이 만들어낸
쓰레기를 수거해 한 곳에 모아두는 성숙한 응원문화까지 보여줬다.
그 분위기라면 월드컵 16강이 아니라 우승도 할 기세였다.
그리고 바로 어제 이변을 기대하며 설레이는 마음으로 아르헨티나전을 관람한 우리 국민들의
태도는 한순간에 돌변했다. 4:1이라는 큰 점수차로 결국 남미축구 징크스를 깨지 못하고
국대선수들은 또 한번 큰 패배를 맛보아야만 했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땀흘려가며 훈련하고
자신뿐만이 아니라 온 국민의 기대에 대한 부담까지 이겨내야 했던 그들에게 우리나라
국민들은 여전히 썩어빠진 냄비근성을 버리지 못했다.
이길때는 간, 쓸개 다 빼줄것처럼 좋아하고 자랑스럽다 외치던 그들이...
패전보를 전해왔을 때는 온갖 악담과 욕설로 불과 며칠전 몇시간 전 자신들의 모습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졸렬하고 부끄럽기 짝이없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당당하기까지 했다.
경기는 졌어도 쓰레기는 그리스전때처럼 치워야 할거 아닌가?
경기져서 기분나쁘면 성숙한 응원문화도 사라지는 참 이상한 사람들이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리스전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여러번 놓치고 아르헨티나전에서 원톱으로 최전방에서
싸우면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박주영선수의 심정이야 말로 누구보다도 괴롭고
힘이 들었을텐데... 하필이면 시야를 벗어난 공이 본인의 정강이에 맞아 상대편 골문도 아니고
우리나라 골문으로 빨려들어갔을 때 그의 심정은 어떠했을지 조금이라도 이해하려 했다면
마녀사냥하듯 그를 욕하고 비난하진 못했을거다.
사실상 아르헨전에서 욕을 많이 먹은 염기훈도 오범석도... 한국이 지도록 엑스맨 역할을
하기위해 투입된것이 아닌 대한민국의 국대선수로써 본인들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가슴터져라 뛰었을진대 원하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격려하고 응원을 해도 모자랄판에
그들의 가슴에 한번 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사람들의 글과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내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최선을 다하지 않고 쟁취한 승리보다 최선을 다하고 얻은 패가 나는 더 값지다고 생각한다.
아르헨티나 국대선수들은 모두 세계적인 클럽에서 뛰는 선수들이다.
대한민국 베스트 11명의 몸값을 다 더해도 메시 한명의 몸값도 되질 못한다.
박지성을 뺀다면 10명의 몸값은 메시의 몸값의 반도 되지 않는다.
메시, 이구아인, 테베즈는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공격라인이고 그런 그들을 상대로 다소
기대했던것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할지라도 누구도 그들을 욕하고 탓할 자격은
없는거다. 객관적으로 클래스부터 다른 수준차이는 생각하지 못하고 오로지 감정에 치우쳐
판단을 하는 그들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어쩌면 그들이 외치는 애국심과 응원이
국대선수들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짐이고 부담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6년 월드컵에서 승부차기 실축으로 인해 자국의 우승을 놓치게 된 트레제게가 귀국했을 때
프랑스 국민들은 그 누구보다도 실수한 그 선수를 열광적으로 환영했으며 격려했다.
진정으로 우리나라 국대선수들을 아끼고 응원한다면 그들이 가져온 승리의 희열감에 도취되어
열광하는 것 보다 그들의 어려움과 고통을 이해하고 감싸주는 마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든다.
참 안타깝다. 난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이 16강을 가지 못해도 괜찮다. 최선을 다했다면
그들이 가져온 어떠한 결과도 값지다 인정하고 받아드릴생각이다.
하지만 애국심이 넘쳐흐르는 많은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그들이 조금 더 떳떳할 수 있도록
남은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 16강을 진출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