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며칠 후면 우리는 우리 자신들을 이끌어 갈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한 마디로 비유하면 그들에게 핸들을 맡겨 운전을 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필히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자를, 목적지를 정확히 아는 자를, 달리는 사이 승객의 안락도 염려하는 자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요즘 선거판을 보면 그런 선택이 가능할지 극히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만을 목적으로 하는 후보들, 그 틈에서 무언가를 챙기려는 유권자들, '솜방망이'로 상징되는 정부의 무책임한 법집행을 보면 그렇다.
해방 후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 정부를 수립하고, 수많은 선거를 치르면서 국가체제를 세워 나가던 시절, 우리는 뼈아픈 경고의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고 한다. 바로 '한국의 민주주의는 쓰레기통의 장미꽃'이란 비아냥이다. 서양 사람들이 보기에 너무 심했던 모양이다. 권력을 쥐기 위해 돈을 뿌리고, 비방과 모략을 통해 상대 후보를 곤경에 빠뜨리며 심지어 폭력으로 공포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한편 그에 발맞춘 유권자는 이리저리 패를 지어 다니며 자기 이익을 챙기기 여념이 없었다. 그러기에 장미꽃에 비유된 민주주의가 아무리 화려하게 보여도 그 뿌리가 썩은 후보와 유권자에 비유된 쓰레기통에 꽂혀 있다면 곧 시들고 말 것이란 경고인 것이다.
그런데 아직 우리는 별로 바뀐 게 없다고 한다. 이것은 지나친 비관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이다. 연일 뉴스를 타고 전해져 오는 것이고, 실제로 이제는 '총선 연대'라는 시민단체가 코피를 쏟으며 거리 캠페인을 벌여야 할 만큼 위기감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말로는 '새 천년'을 내세워 모든 분야에서 개혁과 도덕성 회복이 필요하다고들 한다. 그런데 그런 작업을 앞장서 실천에 옮겨야 할 우리의 지도자를 뽑는 일은 가장 근본적인 문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번에야말로 올바른 선거, 즉 전국민이 만족할 축제 같은 선거를 치러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선 '무사안일주의'를 몰아내야겠다. 반세기 동안 부정 선거를 해 왔지만 그래도 위는 아직 망하지 않았다는 생각, 이것이 가장 큰 문제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지나치게 권력 욕망에 사로잡힌 후보를 경계하는 한편 그에 따라 장단을 맞추는 유권자도 함께 경계해야겠다. 그러자면 다수 유권자가 엄정한 자세로 자기 소신을 지키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리고 선거 후라도 부정한 후보나 유권자에 대해 다시는 그런 형태를 보이지 못하게 다스려야 한다. 대체로 우리 나라 법집행이 무르다는 비판이 있는데, 이번에야말로 본보기를 세워야 할 것이다. 후보에게는 당선 취소 및 몇 회 이상 출마 금지, 부패에 동참한 유권자에게도 사회적 불이익을 주어 민주주의의 본질을 지켜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지구촌, 세계화 시대에 우리 선거를 지켜 볼 국제사회도 생각해 보자. 이제 지켜 볼 국제사회도 생각해 보자. 이제는 경제도 세계의 눈초리에 따라 민감하게 대처해야 하는 세상이라고 한다. 신용을 잃으면 그만큼 손해를 보는 것이다.
더 이상 장미꽃을 시들게 할 순 없다. 온 국민이 한결같이, 과연 내 자리에서 꽃을 피울 수 있을까, 하고 겸허히 살펴 보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