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나는 알고 있다.
살아감의 목적이 분명 나의 현존만은 아닐 것이고, 나 이외의 목적은 결국 사랑으로 일원화 될 수밖에 없음을.
그것이 연민이 되었건, 동정이 되었건, 다른 사람과의 어울림이 되었건 간에, 곧 어떤 형식의 어떤 내용이 되었건 간에 나 이외의 목적은 사랑이다. 심지어는 나라는 목적도 결국 내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 함몰되니 사랑은 불변의 가치요 진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사랑이란 말을 싫어한다.
아니 정확히는 영 사용하기가 껄끄럽고, 낯설다.
사랑은 거게는 고백이라는 형식을 띠게 마련이고, 언어화되건, 행독화 되건 어떻든 표현되기 마련인데, 여기서 사랑의 이면인 폭력이 개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한다. 그것으로 족하다. 그또는 그녀가 나를 사랑하건 하지 않건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반응도 기대하지 않는다. 행위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알아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나는 다만 살며, 사랑할 뿐이다."
이보다 더 큰 폭력이 있을까?
그렇다. 나는 사랑 자체가 혐오스런 것이 아니라, 사랑의 표현과 기교인 고백과 언어, 행동이 부담스럽고, 낯선 것이다. 사랑은 애초에 정의할 수도 없고, 표현할 수도 없는 개념이며, 정서요 마음이다. 그런데 우리는 "사랑"이라는 말을 함으로써 사랑의 폭력성에 물들고, 그에 옥죄어 지면서 사랑을 사랑이 아니게 만들곤 하지 않나 가늠해 본다.
그렇다고 사랑을 사랑이란 말을 폐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사랑을 대체할 다른 무엇이 있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끝내 이루지 못할 소망일 공산이 크다.
그것이 내 사랑에 관한 딜레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