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타자는 올해로 열 다섯번째 떡국을 먹는 청소년이다.
지식도,교양도.문화 수준도 아직 성인들에 비해서 불정확하고 미약하기 그지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키보드를 치게 된것은 하나의 사건 때문이다.
방학하기 얼마전.타자는 자율독서시간에 책을 읽고 있었다.
장르는 '판타지'.제목은 '폴라리스 렙소디'
이영도가 지은 총 8권으로 집필된 장편 소설이다.
자유와 복수(인과율).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이영도 특유의 여유있는 문체로
승화시키며 나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었다.그리고 그 내용또한 상당히 '흥미'있고 '재미'있었다.
단순히 현대 양산형 특유의 먼치킨적 성향이 끼여있는 '저급한 쾌락'이 아니었다.
그것은 진정으로.읽는 이의 심장을 조이며 전율을 느끼게끔 하는 카타르시스적 쾌락이었다.
당시 그 책이 8권.즉 소설 최종권의 후반부였었다.지옥의 하이마스터들의 결정이 '복수'로 종결되고 벨로린이 그에 환호하며 하늘높이 손을 들어올리던 장면이었다.(이해가 되지 않는분이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것은 별도로 책을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설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너무 오래걸리니..)
그때 내 기분이 어땠는지 아는가.감정이 최고조로 뛰어오르며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식은땀이 등뒤로 흐르며 당장 이 뒷페이지를 보고야 말겠다는 욕망으로써 팔을 들어올렸었다.
하지만.누군가가 그것을 막았다.누구였을까?짐작할 사람은 하겠지만 그것은 바로 자율독서시간을 담당하던 국어선생님이었다.
그녀는 내 책을 획 가로채더니 그 표지를 한번 훓어보고서는 냉소하며 날 비웃었다.
"아직도 판타지 따위를 읽다니.네가 애냐?"
그리고서는 버럭 화를내며 말하는 것이었다.
"누가 이딴걸 학교에 가져오래!"
이 글을 보고 있는자들도 경험한적이 한번씩은 있었을 것이다.
한창 그 결말의 끝이 보이고 그 수위가 최고조로 달해있었을때.
반드시 이 완결을 보고야 말겠다는 완강한 의지로 불타올라있었을때.
그 행복하면서도 짜릿한 감정을 누군가에게 강제로 강탈당하는 기분!
어떠한 기분인지 모르는 자들을 위해서 타자가 친절히 가르쳐주겠다.
[더럽다.]
상스러운 십원짜리 욕들까지 섞어가면 그 변화가 더욱더 무궁무진 하겠지만
차마 성스러운 인터넷 공간에서 그런 위험한 말들을 쓸수는 없기에 그저 저 정도로 그친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자신이 무척 재밌다고 생각하는 책을 읽는 도중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강제로 빼앗김과 동시에 그 책이 속해있는 장르 전체가 모욕당하는 순간을.
그 책의 내용,느낌,등장인물.어느것하나 알고있는 것도 없으면서 단지 그 장르가 '판타지'라는 이유로 그책이 모욕당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보라!
내가 너무 화가난 나머지 그 선생님에게 물었다.
"왜 판타지가 나쁜거죠?"
그러자 그녀 왈.
"공부에 도움도 안돼는 쓸데없는 제 3세계만화가 어디가 쓸모있다는 거야!"
그때는 그녀의 기백에 눌려 찍 소리도 못했었다.물론 할말은 많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집에 와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이 너무나 억울하다는 말이었다.
공부에 도움이 안됀다고!그럼 공부에 도움이 돼는 책좀 말해봐라!
교과서에 나오는 책?과거의 역사를 알수있는 책?조상들의 삶과 정서를 알수있는 책?
하!웃기는군.그럼 과거에 나오지 않고 교과서에 실려있지 않는 소설들을 모조리 사장되어야 한다는 소린가!
단지 공부에 도움이 안됀다는 이유 만으로?
당장에 육두문자를 세워가며 언성을 높히고 싶지만 인터넷 공간의 특성상 작가의 기분이 그렇게 상세하게 표현되지는 않는 관계로 가만히 내 생각을 글로 옮긴다.
하나 물어보자.
"당신들은 공부하려고 책읽나?"
웃기고 환장해서 뒤로 나자빠진 다음 아흔아홉번을 포복절도 해야할 이 천인공노할 질문에 대답 좀 해보아라.
당신들은 공부하려고 책읽나?어떻게 판타지의 단점으로 꼬집는 다는 것이 3류 저질 포르노 만도 못한 수준이나?
'책을 읽음으로써 오는 지식'은 소설의 아름다움과는 거의 무관하다고 할수있다.
단지 그 소설에 포함되고 있는 지식이 많다는 이유로 그 소설을 명작으로 치지 않는 것과 같은이치다.
차라리 같은 지식이라면 역사책,혹은 과학책같은 실용적인 책이 훨씬 공부에 도움이 됀다.
'지식'은 문학을 읽는 독서의 부수적인 역활을 할 뿐이며 그 축이 될수는 없다.소설을 읽는 이유는 독자마다 다 약간씩 다르곤 하겠지만 그 공통적인 이유는 '재미'다.(그것이 감동이든 뭐든.재미의 일종으로 포함시킵니다.)
있다면 그것은 실용문학일 뿐일 것이다.
그리고 다음 단점으로 꼬집은것.그래...제 3세계만화?판타지가 너무 허황됬다는 것인가?
그래.이왕 말나온 김에 끝까지 가보자.사람들이 판타지의 단점으로 꼽고있는 것 하나가 바로 판타지의 허황성이다.
현실에 전혀 불가능한 공상일 뿐이라고.
이말도 일리가 없다.그럼 소설이 공상이지 과학이냐?소설이 불가능하지 가능하냐?
불가능하니 '소설'이지 가능하면 그게 '소설'이냐?
물론 소설에서도 '리얼리티'라는 것이있다.소설도 현실에서 너무 많이 벗어나면 이도저도 못한 순 '거짓말'일 될뿐이다.
예를들면 '어떤 사람이 칼에 찔렸는데 죽었다.그런데 사실 그 사람이 신이라서 않죽었다.그래서 그는 살았다.'
이 경우를 보자.소설은 분명히 '현실'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이 경우는 순 '거짓말'이 된다.전혀 현실 같지 않단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글에 공감하지 않고 자연스레 그 글을 천대하게 된다.
하지만 이 경우를 보자.
'어떤 사람이 칼에 찔려 죽었다.모든 사람이 그의 죽음에 슬퍼했고,하늘조차 그의 죽음을 슬퍼해주는지 세찬 소낙비가 쏟아져내렸다.'
이 후자의 경우와 전자의 경우.어느것이 사람들의 공감대를 많이 사겠는가.
당연히 후자다.왜냐?후자는 리얼리티 성이 있기때문에 본 바탕이 허구적인 소설 이라도 그 감동을 이어받을수 있기 때문이다.
이까지 글을 읽어 왔으면 독자들은 의아해 할거다.내말에 따르면 분명 판타지는 천대받는 '거짓말'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해온 서론은 지금 해올 본론을 위해서 였다.잘 들어주길 바란다.
판타지는 물론 현실에 기반하는 리얼리티 성은 떨어진다.아니 그것이 '제로'일지도 모른다.그리고 그 '현실에 기반한 리얼리티 성'은 작가의 상상력이 뛰어나면 뛰어날 수록 더 줄어든다.
판타지는 일반 거짓말과는 다른 '세계'다.그렇다,세계다.이 판타지라는 장르는 일반 문학과는 차별적이게도 그 룰과 환경,성격등을 모두 작가로 부터 '이어받는'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규칙과 룰이 없는 거짓말과 규칙과 룰이 있는 판타지의 차이이다.
또한 이 세계에 룰을 부여하는 작가또한 현실에 살고있기 때문에 이 세계는 거의 현실에 바탕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수많은 판타지에서는 '칼에 심장이 꿰뚫리면 사망한다.'라는 법칙이 있다.
이것이 왜 이럴것인가?어차피 작가가 상상하는 세계기 때문에 사망하지 않아도 될탠데.
그러나 그것은 어쩔수 없는 '인간'의 한계다.작가는 바로 '현실'에서 '환상'을 품기 때문이다.
이 현실을 초월하는 환상을 품기는 상당히 어렵다.
예를 들자면 가장 완벽한 '판타지'에 가까운 톨킨의 중간계는 톨킨이 자신의 삶전채를 바치다 시피하여 얻어낸 산물이다.
그만큼 현실을 초월하기 위해서는 힘이 들었고 현대에 들어서 그 작품성은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현실과 판타지는 관계가 있다.판타지는 허황된 것이 아닌 인간이 현실에서 상상할수 있는 문학체제의 정점이며 그 결정체이다.
판타지는 현대의 리얼리티적 사고를 타파하는 일종의 개혁이자 동시에 현실과 환상의 관계를 허물어버리는 '망치'의 역활을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판타지의 작품성.
판타지의 단점으로 꼽는 자들의 이유는 하나같이 판타지의 작품성을 들고 나온다.
왜?판타지는 상업소설이니까.왜 판타지소설이 상업소설인데?돈벌라고 들고 나온거니까.
그럼 다른 순수소설 작가들은 놀고 먹을 만큼 팔자가 폈기에 표지 뒤에 가격표가 없냐?그건 다른거고.....
웃기기 그지 없다.도라에몽의 3차원 포켓장치로 원시 여행을 몇번은 돌고나온것 같은 거품빠진 대화이다.
왜 판타지가 작품성은 결여되어 있다고 생각하는가.그것이 단지 환상이기 때문에?상업소설이기 때문에?
사람 가지고 선문답 시키게 하지마라.판타지가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는 것은 전에 벌써 말했다.
그럼 나머지 한가지.상업소설이기 때문에?하아...정말.누가 판타지를 상업소설 이라고 하였나?
작가들에게 물어보라!당신은 소설을 단순히 돈을 벌기위한 목적으로 적습니까?
이것은 내가 맹세한다.작가들중에서 그 질문에 오케이 사인을 보낼 인간은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그럼 누가?과연 누가?독자가 그렇게 시켰는가,소위 문학인이라는 작자들이 그렇게 시켰는가,아님 출판사들이 그렇게 시켰는가.
세상이 그랬다.세상이 판타지를 타락시켰고 그리하여 양산형 판타지가 쏟아져 나오는 결과를 불러일으키게 됬다.
그리고 그것이 판타지가 문학인들의 비웃음을 사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고!.
초기 판타지들을 보아라.드래곤 라자,하얀 로냐프의 걍,불멸의 기사...그외에 수도 없이 많은 주옥같은 명작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판타지라는 개혁적 성향의 환상도구는 점점 작가들의 대리만족감을 느끼기 위한 저급 물품으로,
출판사의 돈주머니를 채워주기 위한 모금함으로 변해갔다.별다른 각오도 없는 신인작가들이 우후죽순 처럼 나타나고 그로 인해
출한업계가 활성화를 띄고는 있지만 그것은 오히려 현대의 양산형 판타지라는 결과를 가져왔다.하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타지의 뒤끝을 잡고 놓지 않으려는 자들이 있는 이유는?
단순히 순간주의적 쾌락에 빠진 청소년,성인들을 제외하고서 그들은 아직 판타지의 독창성과 환상성.그리고 남아있는 명작들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판타지라는 장르는 그 미래가 무궁무진하다.
인간이 죽지 않는 한.역사가 변함에 따라 그 배경이 자꾸자꾸 달라지는 순수소설들 과는 달리(솔직히 왜 판타지가 순수소설에 끼지 못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순수소설이라는 정의는 무언가?그렇다면 판타지,그외에 모든 장르문학들은 '잡종'이란 소린가?문학에도 혈통이 있다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사실이다.)
판타지는 인간이 죽지않는한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장르이다.인간은 꿈을 꾸는 존재고 그 꿈은 인간에게 희망을 주게 하니까.
물론 판타지라는 장르 자체가 욕망의 문학이기는 하다.환상이라는 것 자체가 욕망이고 판타지는 그러한 욕망이 글로써 구체화 된것이니까.
하지만 판타지는 '자유'라는 장점이 있다.순수소설이 현실 이라는 한계에 가로막히는 것과는 달리 판타지는 그 현실을 초월할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고있다는 것이다.
단지 그 이유만으로.판타지가 더 자유롭다는 이유만으로 작가가 된 인간들도 존재하는 것처럼.판타지의 독창적인 자율성은 인간을 끌어들인다.
그리고 인간은 충분히.그리고 이미 실현된.그러한 '룰'이 부여된 환상에서 자신의 철학과 생각.그리고 감정을 담아낼수 있는 것이다.
물론 판타지가 최고라는 것은 아니다.분명 판타지에도 단점이 있고 그것은 이미 실현된 바가 있는 양산형 판타지로 증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판타지라는 이유만으로.장르가 판타지라는 이유만으로 주옥같은 작품을 쓰래기화 시켜버리는 자기중심적 사회세상은 타파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르로 평가하지 말라.욕을 하려면 작품 하나만을 욕하되 그 장르 전체를 비하하려고 하지말라.모두 똑같은 소설이다.
꿈을 담고,사랑을 담고,희망을 담고..그리고 욕망을 담는다.
마지막으로...이렇게나 역설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판타지 장르라는 이유만으로 작품을 졸작으로 타락시켜 버리는 자들에게 말한다.
[그것은 꿈을 품어본 적도,품어볼 수도 없는 자들의 말일 뿐이다.]
내가 초등학생이었을때 한 선생님이 나에게 꿈을 가져본적이 있냐고 물었었다.
나는 없다고 대답했고 그는 슬퍼한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난 이미 충분히 많은 꿈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이렇게 환상을 사랑하고,그리고 그 뒤를 쫓는 내 모습을 보아하니 말이다.
끝마치며 추천하는 환타지소설들.
-이것은 언제까지나 개인적인 견해이며 타인의 의견,평가 같은것은 제외했다.-
이영도
드래곤 라자
-불안전한 인간과 완전에 가까운 드래곤의 사이에 있는 드래곤라자를 찾는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성장이야기.
[나는 단수가 아니다]로 유명하다.판타지의 국어교과서라도 할수 있을만큼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은 소설-
퓨처 워커
-시간이 고장나면?과거가 현실을 추월하면?
상당히 철학적이고 심도있는 주제가 담겨있는 드래곤라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거운 느낌이 많이 드는 소설이다.
멸망은 완성의 귀결이다,라는 말로 유명하다.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소설.-
폴라리스 렙소디
-본문에서도 언급된 적이 있던 소설.자유와 복수라는 상대적인 주제를 가지고 글이 전재된다.
끝은.어찌보면 비극적이나 동시에 짜르르한 카타르시스를 맛볼수 있는 소설.개인적이긴 하지만 강력추천한다.-
눈물을 마시는 새
-톨킨적 세계관에서 타파한 동양적 색체가 짙은 판타지.
온도를 볼수 있는 나가,불을 부리는 도깨비,물을 두려워 하는 레콘,그리고 어디에나 길을 터 놓는 인간이라는
불완전한 네개의 종족이 그 배경이다.
이영도 특유의 모닝스타를 가장 강렬하게 맛볼수 있는 소설이 아마 이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한다.
홍정훈
월야환담 채월야
-내가 이때까지 보아온 소설중 가장 현대적이며(배경이 현실이니까)어둡다.
뱀파이어 사냥이라는.뱀파이어와 헌터의 대조적인 전쟁이 이 세계를 이끌어 나간다.
선도 없고,악도 없다.구태어 자기자신을 '선'으로 포장하려는 가직적인 위안도 하지 않는다.오직 자신만이 있을 뿐이다.
따뜻함으로 가득한 세상에 염증내는 분들(냉소주의자)에게 추천해 드리고 싶은 소설이다.
개인적인 소관으론...상당히 재밌었다.
전민희
아름다운.여성적 판타지의 일인봉.문체하면 국내판타지작가 중에선 이분을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눈의 아이들-윈터러-
절대 전민희 씨가 잘 못쓰는건 아니지만(실제로 상당히 훌륭하다)개인적인 취향에 맞는것은 이 윈터러 밖에 없었다.
주인공 보리스의 비극적이면서도 운명적인 성장 판타지이다.유여한 문체는 정말 존경스럽다.
김철곤
SKT(스왈로우 나이츠 테일즈)영어를 못써서 죄송합니다.
어떻게 보면 나열된 소설중 가장 먼치킨적 성향이 짙은 듯하나,(월야를 제외하고)
그 유머감각만은 인간을 아주 미치게 만든다.가벼운 '재미'만으로는 이 소설을 따를 수 없을 듯하다.
또한 이 그 재미에 묻어나는 작가의 철학관,인생관들을 무거운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가볍게 전해주기 때문에
심심할때 한번씩 읽어주기엔 그만이다.또한 등장인물들의 세세한 관찰과 뒷이야기.개성등은 타자를 빨리 다음권이 나왔으면
하는 소망에 시달리게 만든다.
끝.
추신: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지나가는 김에 키보드 몇번 두드려서 자신이 추천하는 책들좀 나열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요즘 읽을 책이 없어서 심심해 하던 참이였거든요.히히.
<이제 글을 마칩니다.진짜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