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어둠을 뚫고 매연에 찌든 알싸한 공기 속에
불빛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면
그것도 고향이라 하냥 반갑기만 했다.
어릴 때 바라보던 동네 어귀 느티나무도
먼지 풀풀 날리던 비포장 도로도
가끔씩 찾아오는 새들도 없어져
수몰지구 사라진 마을처럼 가슴 속에 가라앉았다.
물 속 마을에는 아직도 밥 냄새 나는 굴뚝에 연기 오르고
저녁 녘 아이들 부르는 소리
소박한 밥상에 생선 꽁다리 눈치보는 내가 있지만
눈치 볼일 없어진 풍성한 식탁에 고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