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수없이 많았다.
그러나 갈 곳이 없었다.
찾으면 찾을수록 더욱 엉키는 길목에서
나는 거미줄에 잡힌 잠자리
몸부림을 치다 지쳐버렸다.
눈을 감았다.
하늘은 온통 먹구름으로 가리어지고
나는 거대한 거미에게
조금씩 먹히고 있었다.
이젠 내가 없었다.
아무리 찾아도 내가 없었다.
그러다가 어디선가
또 하나의 내가 태어나고 있었다.
저 먼 보물섬
절름발이 선장의 어깨 위에서
앵무새로 태어나는 내가 있었다.
나를 죽이고 태어나는 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