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곳에서 밝아오는
슬레이트 지붕의 정월 달,
은행 터는 풍경에 번지는
정겨운 색깔에 회상 하나, 둘
오후의 플랫폼 건너
청솔 나무 그늘에 앉아
기다림같은 담배를 태운다
등 뒤에서 뭍어나오는 발자국소리에
멀리 다가오는 기차소리에
늬일까, 하는 봄 같은 기다림
너른 도화지에 곱게 익어가는
노을을 닮은 하늘 아래
내 걸어온 발길따라
늬 다가올 시절엔,
옛편지위에 하얗게 어리던
첫사랑 닮은 소녀였으면...
----------가을바람----------
기다리는 일의 사소함이 가지는
변하지 않는 색깔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