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그림자가 머무는
집 앞 골목길
그 사각의 구도 안에
어둡게 나를 바라보는
슬레이트 지붕이 있다
어째서 내 눈은
그곳에 머물고 있을까
야트막한 담장앞에,
낮은 지붕아래
어린 소녀가 운다
구경꾼이 하나, 둘
그 자리에 모이도록
말없이 맴돌다, 맴돌다
문득 떠나가는 발걸음 하나,
. . .
밤이 여물어 고개숙인다
집으로 가는 길이 십리, 만리
----------가을바람----------
어느 그림 속에
환영처럼 감돌던,
숨겨진 우리의 비겁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