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과 패라는 늑대가 있었다.
낭은 뒷다리가 불구인 늑대였고, 패는 앞다리가 불구인 늑대였다.
불구인 낭과 패는 강한 집단인 늑대무리에서
힘없고 가엾은 존재일 뿐이었고, 무리가 이동하기 시작하면
가엾은 낭과 패는 무리를 따라잡기 위해 불구인 다리를 끌고 밤새 달려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낭에 비해 머리가 좋았던 패는 낭과 패가 서로의 몸을 연결해
그들이 하나가 되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낭과 패는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넘어지고 또 넘어졌지만 용기있는 낭은 패를 잘 이끌어주었고,
사냥을 할 때에는 패가 지시하여 낭이 먹이감을 사냥했다.
그러다 한번은 늑대들의 무리가 산을 넘어 이동하는 일이 생겼다.
낭과 패는 산의 정상까지 올랐으나, 산을 내려가려는데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에는 체중이 앞으로 몰리게 마련인데,
이해력이 부족한 낭은 뒤에서 패가 자신을 밀자
홧김에 패와 연결되어있는 자신의 뒷다리를 내려버렸고,
앞다리에 힘을 줄 수 없는 패는 산밑으로 떨어져 죽고 말았다.
혼자 남은 낭도 무리에 버려진 채, 결국 산 속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우리는 흔히 실패에 대해서 ‘낭패를 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어떤 위험과 대면했을 때에 우리가 행한 잘못을
먼저 이야기하기보다는 덮어두기가 쉽고, 나의 처지에 대하여 한탄한다.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는 명확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나 자신의 지적능력을 간과하고 오로지 결과만을 이야기하는,
너무도 흔한 습관을 갖고 있다.
하지만 만약 나를 제대로 보려 한다면, 어제 죽어간 낭과 패를 생각해보자.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있을 많은 좌절과 실패 속에서
가끔은 나만이 그리워하는 낭패를 불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