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오면 매일 도서를 대출해가는 나는
여태 도서실의 누구와도 친하지 않다.
세상의 많고 많은 드라마는 그 많은 인연을 아름답게 하지만
임자가 있는 사람의 마음은 하나만 본다고-본인은 이런 표현을 좋아한다-
나의 筆 聯<붓 필, 잇닿을 연>을 맻어주는 것은
오로지 학교의 자그마한 도서실이다.
학교의 도서실에서 미려하게 나는 책의 여러 향기.
종이의 이런 냄새다... 나를 미치게 취하게 하는 것은.
그 냄새를 맞으며 나는 뺌맞은 사람같은 얼굴이다. 사실
점심시간에 급식당번을 하고 와서 혹여는 청소를 하고 짬이 어디있으랴.
그 순간에 4층까지 뛰어들어 와 이 향기를 줄기차게 찾은 것이다.
향수 속에서 나는 죽어도 될 것같았다.
할 수만 있다면 나는 학교가 닫힐 즈음 도서실에 갇혀 버리고싶다.
갇혀서 책을 읽기보다는 책의 향에 취해가면서 몽롱한 기분으로
그렇게 벌러덩 누워, 잠도 청하고 싶다.
그러나 종이 치면 나의 꿈은 깨지고 나는 쫓겨난다.
언제인가 조심스레 가져왔던 '서점하나를 가진 듯한 방을 만들자'의 꿈은
어쩌면 내 집 구석구석에 책의 향이 배었으면 하는 소망인지도 모른다.
눈물이 나올만큼 아픈 기분은 '그래 그래 내일이면.. '으로 바뀐다.
창이 크고 책을 2권씩밖에 못빌리는 이 도서실에서
나는 어쩌면 나의 욕구를 풀고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의 주변을 힐난하고 싶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나를 천국에서 지옥까지 누군가의 손에 붙잡혀 끌려가본다면
그것은 나름대로의 기쁨을 가지리라...
그런 생각을 하려고 해봐도 나는 늘.
머릿속에 피는 꽃향기에 취하는 단순한 짐승이다.
도서실은 고로 수업시간에는 꽁꽁잠긴 비밀의 화원.
마치 투명막을 씌워버리고 인간을 기만하는 듯한 님프의 계곡.
雪<ゆき>